챗GPT로 상징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본격적인 등장은 지금까지의 AI 기술 생태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적잖은 충격과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제는 AI 기술의 활용을 경쟁력 확보 이상의 생존 전략으로 꼽을 정도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발전하는 AI 시대에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AI 분야를 대표하는 국내외 리더들의 통찰을 공유하고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AI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중국 등이 강력한 경쟁력을 가져가는 가운데 AI 연구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국가가 있다.
캐나다는 AI 연구와 인재 양성, 상업적 활용 등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토론토 대학교),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교수(몬트리올 대학교) 등 세계적인 AI 석학들이 연구를 이끌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캐나다는 3대 AI 연구소로 유명하다. 벡터 연구소, 에이미 연구소, 밀라 연구소다. 이 중 벡터 연구소는 제프리 힌튼 교수가 공동 창립한 연구소로 딥러닝과 머신러닝 연구에 강점을 갖고 인재 발굴·육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AI의 기술 개발과 상업적 활용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벡터 연구소는 AI가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발전에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IT조선은 토니 가프니(Tony Gaffney) 벡터 연구소 CEO, 존 와일즈(John Wiles) 기술팀 리더와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AI의 현 모습과 앞으로를 짚어봤다.
― AI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도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토니 가프니 : “AI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AI가 가져올 혁신적인 잠재력을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다. 단순히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국가들이 AI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인식하고 있다.
캐나다에게도 지금은 국가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큰 기회다. 벡터 연구소와 자매 기관인 에이미 연구소(Amii), 밀라 연구소(Mila)의 노력 덕분에 캐나다는 세계적인 AI 인재와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는 지난 5년간 G7 국가 중 AI 인재 집중도 성장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토론토의 경우 북미에서 가장 많은 기술 인재가 유입되며 9만5000개 이상의 기술 직종이 창출됐다.
캐나다는 이제 상업적 전환의 단계에 와 있다. 지금의 많은 인재와 기술의 성장을 상업적으로 응용하고 거버넌스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그것이 캐나다가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토니 가프니 : “벡터 연구소는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다양한 산업 파트너와 협력해 왔다. KT와의 협력을 통해 AI 연구를 실용적인 도구와 솔루션으로 전환해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벡터 연구소는 KT가 생성형 AI ‘믿음(Mi:dm)’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믿음은 한국 AI 서비스 중 가장 큰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AI는 이미 캐나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등의 AI 선도 기업들이 LLM(대규모 언어모델)뿐만 아니라 SLM(소규모 언어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AGI(인공지능 일반) 모델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AI 모델 개발의 방향을 어떻게 보나.
존 와일즈 : “앞으로 AI 모델 개발은 다양한 모델 크기와 기능을 가진 생태계로 발전할 것이다. 모든 작업에 대규모 모델의 고비용을 감당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특정 작업에는 소형 모델이 효율적일 수 있다. 모델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첨단 기술의 개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과 연구자는 필요에 맞는 적절한 도구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AI가 발전함에 따라 윤리적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모델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편향, 윤리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여러 국가가 AI 규제 법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것 같다.
토니 가프니 : “AI는 경제적, 사회적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AI의 신뢰와 안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이런 우려들로 인해 AI의 이점과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는 AI 신뢰성과 안전성 분야에서 세계적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벡터 연구소는 이 기회를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AI 신뢰와 안전성 문제 해결을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 다각적인 협력이 진행 중이며 벡터 연구소는 연방 및 주 정부, 그리고 다양한 글로벌 산업 리더와 정책 입안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AI 윤리 문제 대한 지침을 제공하며 세계경제포럼(WE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함께 수많은 다중 이해관계자 워킹 그룹을 통해 책임 있는 AI 개발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AI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구축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선 순위는 AI 이점을 포착하는 동시에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것이며 AI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 정부, 파트너 조직과 협력해나가고 있다. 안전한 AI는 진보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에 속도를 붙이는 것이다.”
―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증설이 요구되고 있고 이로 인한 에너지 소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는 탄소 중립과 같은 환경 목표에 반하는 추세로 보인다.
존 와일즈 :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AI는 이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산업의 지속 가능성 목표를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벡터 연구소가 텔러스(TELUS)와 협력해 개발한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EOS)은 데이터 센터의 HVAC(냉난방공조, 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시스템을 최적화해 연간 전력 소비를 약 12% 줄였다. 이와 같은 기술 진보와 재생 가능 에너지의 활용은 AI가 환경적 이익을 가져오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벡터 연구소의 공동 창립자 제프리 힌튼 교수가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힌튼 교수의 AI 연구에 대한 비전이 벡터 연구소에도 많이 반영됐을 것 같다.
토니 가프니 : “제프리 힌튼의 노벨 물리학상은 그의 획기적인 업적과 비전에 대한 증거다. 그의 통찰력과 지도는 AI 발전을 주도하고 새로운 세대의 연구자와 혁신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제프(Geoff)는 캐나다를 AI 연구 및 혁신 분야의 글로벌 강국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특히 AI의 의료 분야에서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으며 벡터 연구소는 이미 AI를 활용해 암 수술 가이드 및 대기 시간 단축 등의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제프는 AI가 ‘AI의 안전’을 보장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늘 말했다. 실제 AI는 사람들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편향을 발견하고 완화할 수 있는 도구로도 활용됐다. 이는 AI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예이다.”
― AI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는 어떤 관점과 준비가 필요할까.
토니 가프니 : “AI 시대는 이미 시작됐지만 아직 발견할 것이 무궁무진하다. AI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는 강력한 기술이지만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AI가 제공하는 기회를 빠르게 포착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설계하는 AI 칩 솔루션 ‘에임퓨처’ [서울AI허브 2025]
- 스마트한 이메일 관리로 생산성↑… 지란지교소프트 ‘오피스넥스트’ 써보니 [AI 에이전트]
-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AI 모델 성능 관리 ‘에이엠스퀘어’ [서울AI허브 2025]
- 성장한계 부닥친 금융앱… ‘슈퍼앱 전략’ 돌파구 될까 [금리로 본 금융실적 ⑥]
- 회장 겸직 황병우 iM뱅크 행장, 연임 도전하자니 ‘역성장’ 부담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