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시위 등 최근 게임업계에서 벌어진 게임사와 게이머 간 갈등의 직접적 원인은 게이머의 정체성 변화입니다. 게이머가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소비합니다. 게이머 탓은 아닙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게임사입니다. 수익 지향적 비즈니스 모델 위주로 강화해 온 게임사의 근시안적 태도가 문제입니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15일 ‘지스타 2024’가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에서 ‘2024 플레이 펀 앤 굿 포럼(2024 PLAY FUN&GOOD Forum)’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은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윤태진 교수는 “게이머들이 게임 밖에서 현실자각타임(현타)을 경험하거나 현실을 갈아가는 동안 갖게 되는 공통적인 정체성은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이다”라며 “왜 게이머들이 스스로를 게임을 즐기는 자가 아니라 게임을 소비하는 자라고 느끼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게이머가 스스로를 게임 소비자라고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계층화가 이뤄지고 진짜 소비자와 가짜 소비자가 나뉘는 등 문화 서비스 산업인 게임산업이 제조업처럼 변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게임 소비자의 소비자 운동은 ‘기업이라면 소비자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게임에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정치적 발언을 하기 위해 분탕을 치는 ‘가짜 소비자’와 그 반대의 ‘진짜 소비자’로 나뉜다”며 “우리나라의 게임은 1990년대 중후반 서비스로서의 게임(Game as a Service)이었는데 온라인으로 발전하면서 추가 결제를 유도하고 특정 콘텐츠를 하려면 결제를 요구하는 부분유료화 모델이 지배적 수익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 보니 이 과정에서 게임사는 점점 소비를 적게 하는 게이머를 향한 관심을 줄이고 수익성 높은 수익모델과 당장의 매출만 중요시 했다”며 “돈을 쓰지 않은 잠재적 소비자나 우호적 시민을 신경 쓰지 않고 눈앞의 이익 실현을 위해 게임문화산업의 지속가능성은 개의치 않는 기업과 소비자 지상주의 게이머가 공존하는 관계로 변질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즐거운 게임을 만들자던 기업과 즐거운 게임을 만들어줘서 고마워하던 게이머의 관계가 변질된 것을 고치려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봤다. 게임의 가장 근본적인 정의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는 “많이들 잊고 있지만 게임은 근본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산업인데 점점 소수에게만 즐거움을 주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며 “돈과 시간을 많이 쓰는 주류 소비자만 위하는 산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에 돈을 쓰지 않지만 잠재 소비자인 이들, 게임에 호의적 태도를 보이는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전략을 짜야지 당장 고래(고액 결제자)만 위한 게임을 만들어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소비 촉진이 아닌 즐거움 제공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덧붙였다.
부산=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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