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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앞두고 한미약품 오너일가 기싸움… 소액주주 설득해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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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오너 일가의 기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느 쪽도 뚜렷하게 지지하지 않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 여부가 올해 경영권 싸움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이달 28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을 앞두고 치열한 여론전에 돌입했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 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 / 한미약품

현재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장·차남이 실권을 쥐고 있다. 반면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한미약품은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필두로 구성된 한미 오너 일가 송영숙·임주현 모녀 등 3인 연합의 지배력이 높은 상황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3인 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건 ▲신동국 회장·임주현 부회장 2인의 이사 선임 건 등에 대해 표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기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1명을 공석으로 둔 총 9명으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세운 이사진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3인 연합은 이사회를 11명으로 늘린 후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등을 이사로 세워 경영권을 되찾겠단 전략을 세운 상황이다.

다만 이사진을 늘리는 안건은 특별건의 안건으로 임시주총 출석주주 의결권 3분의2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화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 만약 이사진이 5대5로 구성된다면 오너 일가의 갈등은 한해를 넘겨 내년까지 지속된다.

분열된 소액주주연대… 23.25% 표심 미궁 속으로

이에 따라 회사의 정당한 경영권의 척도를 평가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어느 쪽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대주주 3인 연합 측이 48.13%, 형제 측이 29.07%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소액주주(4만5000명)의 전체 지분이 23.25%, 국민연금은 6.05%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의 지지가 이후 경영권 싸움에 큰 영향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연대를 통해 하나된 입장을 고수하던 소액주주들이 최근 분열되면서 주총 전까지 이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이준용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3인 연합 지지를 선언하고 나머지 소액주주들에게도 참여로 독려했다. 문제는 지지선언으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자 주주들 사이에서 “섣부른 지지선언을 철회하라”는 등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6일 이 대표는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모인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는 총 2.26% 지분을 보유했으나 3인 연합 지지 선언 이후 주주들의 탈퇴가 이어지며 지분율이 1.96%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소액주주연대에 반발한 주주들이 새로운 연대를 만든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 공헌한 임종훈 대표… 자금 확보 계획은 미공개

소액주주들이 분열되자 승기를 잡기위해 먼저 움직인 쪽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다. 임 대표는 7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한미그룹 밸류업 및 중장기 성장전략’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기업 전략을 공개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2028년 목표 매출 2조3267억원을 제시하며 5년 안에 그룹 전체 이익을 1조원대로 키우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8150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며, 적극적인 M&A, 투자와 온라인팜의 유통 역량 강화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2028년 연평균 주주환원율을 25%까지 확대하겠다는 주주환원 강화도 약속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 한미사이언스

임 대표는 “한미약품을 비롯해 그룹사 내 경영권을 지킬 자신 있다”며 “아버지가 시작한 회사를 잘 지키자는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3인 연합 임기 종료 시점까지 경영권이 임 대표 쪽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영호 한미사이언스 경영지원 상무는 “이번 주총에서 정관변경은 불가능하며, 이사회가 5대5 동수로 구성되는 결론이 나더라도 그동안 임종훈 대표의 추진 전략에 반대하는 것은 이사들도 부담스러워 할 것이다”며 “임종훈 대표 체제는 2027년까지 계속되지만 내년 3월에는 3인 연합측 이사 3명의 임기가 만료된다”고 했다.

이에 3인 연합 측도 즉시 반격에 나섰다. 3인 연합은 “8000억원 대규모 자금의 조달 방식에 대해서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면서 “증자, 매각 등도 언급했는데 이와 같은 행동이 ‘회사의 미래가치’인지 자신의 ‘채무탕감’인지를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대주주 오버행 이슈로 회사 가치가 최저평가 돼 있는 지금 이 시점에 회사 매각에 가까운 투자를 왜 시급히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지금은 또 다른 거버넌스 이슈를 불러일으킬 무리한 투자를 유치할 시점이 아니라 한미그룹 경영권을 빠르게 안정화는 것이 더욱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미사이언스가 간담회에서 공개한 계획들이 지난해 한미그룹이 도출한 전략보고서를 ‘짜깁기’한 수준이라며 이번 전략 발표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진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3인 연합은 “(임종윤·임종훈) 개인 채무로 연간 이자비용만 100억원 가까이 쓰고 있는데 오버행 이슈 해소 방안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며 “한미사이언스 주식 가치를 억누르는 핵심 요소가 미래전략 때문이 아닌 두 형제의 ‘과도한 채무’란 점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임종훈 대표가 공익목적으로 세워진 그룹 내 재단(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에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운영비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황이다. 현재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지분은 8.02%다.

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로 그룹 도약 선언한 3인 연합

3인 연합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기업은 353년 역사의 세계 5위권 가족기업 머크다. 머크는 가족위원회와 파트너위원회 등 두 개의 위원회를 운영하는데, 가족위원회는 머크 가문의 일원과 머크 사업 분야에 정통한 외부 전문가로 혼합하여 파트너위원회 구성원을 선출한다.

이렇게 선출된 파트너위원회에서 머크의 최고경영진이 선임된다. 선임된 전문경영인은 철저하게 독자경영을 추진할 수 있고 대주주들은 감독 기능을 수행한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으로 구성된 3인 연합. / 각 사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으로 구성된 3인 연합. / 각 사

실제로 한미약품은 지난해 3월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대표이사를 선임해 지주사로부터의 독자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박재현 대표 체재 하에 역대 최고 매출 실적이라는 성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신약개발 부문에서도 거버넌스 이슈와는 무관하게 한미약품 독자적으로 혁신 비만치료제 개발 등 R&D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연합 측 설명이다.

3인 연합은 ‘한미의 철학과 비전을 가장 잘 이해하는 대주주’로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고 전문경영인과 함께 한미의 경영을 신속히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다.

3인 연합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한미약품그룹에 가장 필요한 것은 ‘경영안정화’이며 또다른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독단적인 의사결정은 없어야 한다”면서 “3인연합은 특별결의를 완수할 수 있도록 주주들의 확실한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섣불리 어느 한쪽이 우세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미사이언스가 발표한 이번 계획들은 단순 선전용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형제 측을 옥죄고 있는 것은 3인 연합의 압박보다 ‘대규모 상속세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인데 그 부분을 1년 내내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의문점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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