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서 잇따른 고령 운전자 사고
급발진 아닌 오조작으로 결론
고령 운전 대책 필요성 커져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 4개월 만에, 부산 해운대에서 유사한 인도 돌진 사고가 발생해 보행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사고 모두 고령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조사 결과 차량 결함보다는 운전자의 조작 실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급발진 주장 불인정, 운전 미숙 드러나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월 12일 해운대구청 인근에서 70대 운전자 A씨가 몰던 벤츠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행인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A씨는 “차량이 갑자기 가속됐고,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가속 및 제동 페달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며,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 따르면, 사고 당시 A씨는 가속 페달을 계속 밟아 차량 속도는 시속 121㎞에 달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를 운전 미숙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A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시청역 참사, 국과수 “운전자 과실” 결론
부산 사고와 유사한 급발진 주장은 지난 7월 서울 시청역 참사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68세 운전자 차모 씨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차량을 몰고 역주행하며 인도로 돌진, 보행자 9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일으켰다.
차씨는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는데 차량이 가속했고, 제동 페달을 밟았지만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과수는 EDR, 페달 블랙박스, 신발 자국 등 여러 증거를 종합 분석해, 사고 원인이 운전자의 조작 실수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국과수 관계자는 “급발진 사고는 극히 드물며, 차씨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과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급발진으로 의심된 사고 334건 중 83%가 가속 페달 오조작 때문이었으며, 이 중 60% 이상이 고령 운전자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되는 사고, 고령 운전자 대책이 절실
해운대와 시청역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안전 관리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과수는 일본에서 이미 시행 중인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도입을 국내에서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의 면허 관리 강화와 급발진 논란을 철저히 검증할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예방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