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현시점 볼보의 모든 가치를 다 담은 차.
GOOD
– 수려한 디자인과 볼보라는 안정감
– 10년 볼보 오너가 경험한 AS 편의성
BAD
– 휘어잡을 만한 뚜렷한 장점이 없고 그렇다고 딱 꼬집어 말할 단점도 없는 슴슴함
– 이렇게 길 필요가 있을까?
Competitor
– 메르세데스 벤츠 E200 : 할인 앞에 장사 없다며?
– BMW 520i : 벤츠가 할인? 질 수 없지!
1991년 볼보 후륜구동 플래그십 볼보 900 시리즈로부터 시작해 1995년 볼보 960 세단이후 볼보가 내놓은 플래그십 세단 볼보 S90 B6 AWD를 시승했다. S90의 S는 ‘살룬(Saloon)’을 의미하고 90은 볼보 플래그십 세단의 차명이며 B6의 B는 ‘배터리(Battery)’를 의미한다. 알파뉴메릭 즉,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해 차이름을 만드는 다소 무미건조한 이 방식은 이젠 보편적이지만 볼보가 가장 먼저 꺼내 들었다.
2010년 지리자동차로 편입된 이후의 볼보는 그간의 역사를 모두 다 합쳐도 안될 만큼 많은 변화를 보였다. 특히 뒷자리가 중요한 중국인들에게 볼보 S90은 가장 먼저 손을 대고 싶었을 터. 이번에 시승한 볼보 S90 B6는 그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선 전장이 5,090mm, 축거 3,060mm로 커졌다. 2016년 볼보 S90 초기형이 출시되던 당시만 해도 5m 미만이었고, 중국 다칭공장에서 처음 나왔던 전용모델 S90L만 해도 전장이 5,085mm에 축거가 3,060mm였으니 볼보 S90 전략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내 공간이 넓다는 점은 우리나라에서도 유효한 판매 포인트. 볼보 S90 B6의 뒷자리 거주성은 웬만한 리무진 못지 않을 정도. 공간이 대단히 넓고 안락하다. 안마시트, 전동 커튼을 비롯해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편의장비까지 갖추었음은 물론 시트 소재와 도어트림의 우드그레인까지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최근엔 중대형 SUV를 패밀리 카로 지목하는 탓에 세단의 인기가 전에만 못한 것이 현실이지만 볼보 S90 B6 정도라면 패밀리 세단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으리란 생각마저 들었다. 지난 10월 컨슈머인사이트가 패밀리 세단으로 이 차를 1위에 올린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토마스 잉엔라트 손에서 탄생한 볼보 S90 디자인은 수 년간 다듬어졌지만 언제나 한결같다. 마치 멋진 슈트를 입은 날렵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한눈에 봐도 근사하다. 곡선을 최대한 배제하고 굵직한 직선과 면의 배치가 무뚝뚝하지만 진솔한 맛을 낸다. 더군다나 전통적인 검정색이 아닐지라도 이 차는 밝은 차체 컬러와 밝은 헤드램프 그리고 크롬장식으로 꾸민 각각의 디테일들이 이루는 매칭이 보기 좋은 드문 차다. 무엇보다 전면에 곧추세운 크롬 커버 그릴과 토르의 망치를 앞세운 헤드램프 조화는 발군의 미학적 균형을 보여준다.
실내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단조롭지만 상당히 기능적이다. 센터 디스플레이의 T맵 내비게이션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담아낸 기능과의 조화가 이상적인 배치를 두고 있다. 대시보드와 스티어링 휠은 무심할 정도로 단순하고 연식이 지나도 변화가 없지만 단점이라 느낄 부분이 적다. 시트는 장거리 주행을 해도 피로도가 적은 걸로 정평이 나 있는데, 보기에도 좋고 가죽의 촉감도 보드랍다. 트렁크는 골프백 2개 정도는 수납이 가능하고 전자동식이라 편의성도 뛰어난 편.
볼보 S90 B6 실내 백미는 뒷좌석이다. 특히 무릎 공간이 광활할 정도로 넓다. 마치 일부러 운전자와 거리를 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1열과 거리가 멀다. 전동식 커튼은 좌우측은 물론 뒤유리까지 모두 배치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뿐 아니라 커다란 썬루프는 개방감은 물론 시야도 쾌적하다. 센터 콘솔은 따로 올리고 내릴 수 있어 5인승에 대응했고, 앉은 자리에서 공조기도 따로 조절이 가능하다. 이는 독일 중형 세단들의 거주성과는 차별화되는 것으로 볼보 S90 B6만의 장점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볼보 S90 B6
볼보 S90 B6은 AWD 사양으로 바로 아랫급 B5트림과 차별화를 이룬다. 1969cc 4기통 가솔린 엔진에 터보를 하나 더해 최고출력 250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35.7kg.m. 한 세대 전 모델을 줄곧 소유해온 나로선 훌쩍 커진 250마력이라는 수치가 사뭇 샘이 난다. 최대토크는 비슷한 수준. 이 수치로 전장 5,090mm의 차체를 힘차게 밀어 낸다.
초기 발진가속력은 출중하다. 5m가 넘는 덩치를 무색하게 할 정도. 추월가속을 비롯한 고속구간에서의 가속력도 상당한 수준.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아쉬울 부분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차가 긴 탓일까? 이전에 시승했던 S90 B5는 회전구간에서 언더스티어 성향이 짙었는데 이번 S90 B6는 AWD가 고비마다 개입하면서 이상적인 주행선을 만들어 준다. 다만 웬만해선 속도를 즐기지 않는 운전자라면 S90 B5도 고려해 봄 직하다. 250마력이라는 출력은 어느 한군데 몰려 있어 드라마틱한 구간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꾸준하고 끊김 없이 힘을 풀어내는 편이다.
제동력에서는 큰 장점은 없다. 오히려 경쟁차로 손꼽히는 독일계 세단에 비해선 제동거리를 더 감안해야 한다. 세단의 일반적인 성향과 연결한다면 이해하기 편하다. 다른 말로 볼보 S90 B6 주행성향과 스포츠 주행성능과는 거리가 멀다. 아울러 끊임없이 울려대는 경고음과 안전제동 기능이 달리도록 채근하는 운전자의 마음에 찬 물을 끼 얹는다.
진동과 소음 측면에서는 대체로 우수한 편. 풍절음이나 차체 하부 소음도 적절하게 차단되는 것은 물론 속도의 가속과 감속에서 발생하는 엔진소음이나 제동소음도 철저하게 배제된다. 페달 답력 역시 일정하고 편안해 정통 세단의 감각을 여실히 드러낸다.
볼보 S90 B6 AWD는 볼보 900 시리즈 뒤를 잇는 프레스티지급 세단이다. 십수년 간 플래그십 세단역할을 한 S80의 무거운 짐을 더 크고 강력하며 근사해진 S90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 하지만 수입차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와 아우디 A6 그리고 BMW 5시리즈 등 기라성 같은 중형세단과 직접 대결한다.
올해 볼보가 아우디의 자리를 꿰차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볼보의 90클러스터(XC90과 S90, V90cc 등)의 역할이 가장 컸다. 상대적으로 안전에 대한 신뢰 그리고 보기 좋은 디자인과 가격대 성능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주요했다. 이런 면모들은 10년 전 볼보에서도 마찬가지. 결국 볼보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인 셈이다.
프리미엄 메이커를 자처함에도 고배기량 다기통 엔진 모델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차의 크기 그리고 만듦새만을 따져본다면 볼보 S90 B6는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