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할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이 기술 고도화를 위해 국가 간, 기업 간 개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미디어그룹의 프리미엄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조선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2층 라일락룸에서 창간 20주년 기념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한국 ICT산업 고도화와 개방’을 주제로 했다.
김덕한 조선비즈 편집국장은 개회사에서 “ICT 산업을 주도해 온 혁신 기술의 발전사를 되돌아보면 늘 개방이 만드는 경쟁 가열과 협업이 그 바탕에 이었다”며 “최근 지정학 리스크는 글로벌 공급망을 분절해 개방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지혜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진 축사에서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세계는 지정학적 전환점에 서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국내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다. 정치가 경제 주제를 따라가지 못해 걱정이 앞선다”며 “이코노미조선이 제시하는 담론과 방향은 경제계 리더에게 많은 영향을 줘 왔다. 국회에서도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은 ICT 산업의 고도화와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간 우리 산업이 반도체와 스마트폰 중심의 구조였다면, 이젠 플랫폼,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기반의 ICT 서비스 분야”라며 ”이는 큰 변화이자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 어쩌면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라도 (강화)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날 좌담회는 ‘한국 ICT 산업 고도화와 개방’을 주제로, 석경휴 국립순천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맡았다. 석 교수는 한국과 미국, 중국의 ICT 산업 현황을 짚으며 한국 ICT 산업 발전 전략으로 △시장·산업 개방 △차별 금지와 공평 기회 △기업활동의 자율성 보장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에 따른 정책 제안으로는 △정책 연구에 통신 사업자와 해외 통신장비사 포함 △산업 발전을 위한 통신 사업자의 재투자 활성화 △국내외 통신 사업자 간 협력 촉진 등 방안을 들었다.
석 교수는 “정보기술(IT) 분야와 ICT 보급율을 보면 한국은 매우 상위권”이라며 “그런데 통신 장비 분야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말했다. 통신비 관련해선 “경기가 둔화됨에도 통신비는 꾸준히 증가한다. 미래에는 국민이 통신비 인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통신사 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는 오광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이 좌장을 맡아 석 교수와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 교수, 양승국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 팀장, 발리안 왕(Balian Wang) 화웨이코리아 최고경영자(CEO), 한석현 서울 YMCA 시민중계실장이 의견을 나눴다.
먼저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재집권에 따른 영향에 대해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감은) 경제적인 평가가 아닌 정치적인 평가여서 캠페인 성격이 컸다. 트럼프가 구글, 페이스북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지만, 실질적으로 구글의 기업 분해는 반대한다. 이 자세를 보면 정책적 캠페인과 실제 경제 이득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 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경제적 논리가 밑바닥에 깔릴 것”이라고 말했다.
발리안 왕(Balian Wang) 화웨이코리아 최고경영자(CEO)는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왕 CEO는 “화웨이는 17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각 산업,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진행해 왔다. 과거 10년 한국 기업을 통해 구매한 부품은 총 40조원 규모에 이른다”며 “한국의 기업과 국제기술표준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협력하고 있고, 대학과는 협업을 통해 6000여명의 인재를 양성했다”라고 했다. 이어 보호무역주의 흐름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은 수십년간 글로벌화의 수혜를 입은 나라다. 시장의 개방과 정부의 합리적인 관리감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석현 서울 YMCA 시민중계실장은 기술 발전의 끝은 소비자의 후생 증대를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나 제품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소비자의 불만을 수용하면서 고도화의 길로 한다”며 “특정 기업이 시장을 독점한다고 해서 산업이나 기업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의견에 귀를 기울여서 기술과 서비스에 어떻게 빠르게 녹여 낼 수 있는지에 안정적인 제품·서비스 공급이 달렸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