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핵심 부품 계열사 현대트랜시스 노동조합이 파업을 한 달 가까이 이어가며 파업 여파가 커지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으로 현대차·기아 공장 생산 차질에 더해 협력사들의 경영 위기까지 이어졌다. 앞으로 파업이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8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연장 여부를 정한다.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의 장기화로 현대차·기아 생산 차질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현대트랜시스 자회사, 협력사까지 악영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10월 1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해 한 달가량 생산시설 가동을 멈추고 있다. 노조 파업은 올해 6월부터 진행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 진전이 없자 10월 8일 충남 서산시 지곡공장 부분파업 이후 1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며 본격화됐다.
노조 파업 여파로 현대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차 ‘코나’ ‘아반떼’, ‘베뉴’ 등을 비롯해 기아 ‘쏘울’, ‘셀토스’ 등에 장착되는 무단변속기(IVT) 부품을 공급한다.
노조 파업으로 현대차 울산1공장이 가장 먼저 멈춰섰다. 현대차 울산1공장 사업위원회는 11월 5일부터 8일까지 코나를 주로 생산하는 11라인의 휴업을 결정했다.
현대트랜시스 자회사에도 파업 영향이 미쳤다. 현대트랜시스 자회사 트라닉스는 지곡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11월 6일부터 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는 원재료 공급 중단에 따른 결정이다.
이승준 트라닉스 대표는 11월 5일 담화문을 통해 “최근 현대트랜시스의 파업이 장기화되며 원재료 공급이 중단되고 라인 미가동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 결과 회사는 경영상 막대한 손해를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 여파는 현대차, 자회사를 넘어 800여개 협력사로 확대되고 있다. 협력사들은 자금난을 겪게 돼 직원 급여, 사업장 월세를 체납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에 현대트랜시스 협력사 관계자 350여명은 11월 6일 오후 충남 서산시청 앞, 중앙호수공원에서 현대트랜시스의 파업 중단 촉구에 나섰다. 협력사들은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파업을 즉각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나눴다.
협력사들은 전단을 통해 “서산 지곡공장 파업으로 14만대 분량의 손실이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중소 협력업체의 납품 차질로 연결되고 있다”며 “노조는 2023년 영업이익의 2배 수준인 매출액의 2% 성과급을 요구하지만 저희 협력업체는 생존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사는 성과급 규모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2023년 연간 매출액 11조7000억원의 2% 수준인 2340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노조가 제시한 성과급 규모가 2023년 영업이익 1169억원의 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과도하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날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파업 연장을 결정하면 현대차 신차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현재 생산 차질로 차량 출고가 이어지고 있어 최근 출시한 신차들 역시 생산이 힘들어 질 가능성이 높다.
기아는 11월 5일 준중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의 부분변경 모델 계약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오는 12월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 완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오늘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노조가 파업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통상 3일 단위로 파업을 연장하는 만큼 상황 변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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