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친환경 자동차에 적용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와 관세 인상을 거듭 강조한 까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을 구호로 내세우며 전기차 의무화 취소, IRA 폐지, 관세 인상 등을 공략으로 내세우며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완성차 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는 IRA에 따른 세액 공제 혜택으로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7500달러(1046만원)를 지급받게 된다.
만약 IRA 폐지가 확실시되면 보조금 지원을 받기 힘든 국내 친환경차의 미국 수출량은 감소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한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5 역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업계 관계자는 IRA 전면 폐지는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IRA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고 IRA 수혜주와 관련된 연방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공화당 소속이다”고 이유를 들었다.
관세 인상 역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중국산에 60%를 나머지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관세가 인상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지 기업과 경쟁에서 밀려 피해를 막기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민국 완성차 업계의 미국 수출 비중은 매우 높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6월 미국 자동차 수출액은 190억달러(26조501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8.9% 늘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경우 지난해 국내 생산 물량 355만대 중 31.3%에 해당하는 111만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관세가 20% 인상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각각 월 4000억원, 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의 경우는 일부 생산라인 가동이 멈춰설 가능성도 높다. 한국 GM은 지난해 42만대를 미국에 수출했는데 관세 인상에 따라 미국 GM 본사가 한국에 배정했던 생산 물량을 미국 공장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차는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한 시장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캐즘과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을 감안해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 기반을 구축했다는 게 이유다. IRA 지원 폐지 혹은 축소, 관세 인상에 대비해 하이브리드 생산 능력을 늘릴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HMMA)과 기아 조지아 공장, HMGMA의 연간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소형 하이브리드차 시스템 개발에도 나서는 등 중대형차와 소형차 모두에서 하이브리드 생산 체제를 갖춰 트럼프 2기의 관세 장벽 정책에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협업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분야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간의 관계에 따라 자율주행 사업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율주행 분야 기술이 뒤처진 국내 완성차 업계의 진입을 막고 테슬라가 우위 굳히기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상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며 “가격 경쟁력은 미국 시장 내 판매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 완성차 업계의 수출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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