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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vs 일반 노트북, 하드웨어 같아도 3년 지나 가치 다른 이유 [권용만의 긱랩]

IT조선 조회수  

최근 몇 년간 노트북 PC의 특징을 살펴보면 제품군에 따른 분명한 ‘목적성’이 눈에 띈다. 일반 소비자용 노트북은 얇고 가벼우며 배터리 사용 시간도 길게 설계한다. 게이밍용은 성능을 중심으로 비용과 휴대성 등에서 적절한 절충선을 찾는다. 이렇게 다양한 개성을 가진 제품이 선보이는 노트북 PC 시장에서 가장 ‘심심한’ 제품군은 ‘비즈니스용’ 제품이다. 어찌 보면 일반 소비자용 제품 대비 무엇이 다른지 한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주목도 또한 떨어진다.

사실 ‘비즈니스용’ 노트북의 진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난다. 특히 역사와 전통을 가진 비즈니스용 노트북 브랜드들의 가치는 ‘지원’에 있다. 꼭 유료 기술 지원을 받는 게 아니더라도 인지도 높은 외산 브랜드의 비즈니스용 제품군은 시스템의 드라이버나 펌웨어 업데이트 등이 훨씬 오래, 적극적으로 제공된다. 반면 국내 브랜드나 인지도 낮은 중소 브랜드의 일반 사용자용 노트북은 출시 이후 펌웨어나 드라이버 업데이트가 없는 경우도 흔하다.

2021 HP 엘리트북 830 G8(좌), 2022 LG 그램 15(우) / 권용만 기자
2021 HP 엘리트북 830 G8(좌), 2022 LG 그램 15(우) / 권용만 기자

비즈니스 노트북, 취향의 영역에서도 매력 있어

일반적인 사용자들이 노트북을 구매함에 있어 HP의 ‘엘리트북’이나 레노버의 ‘씽크패드’, 델 ‘래티튜드’ 등의 비즈니스 노트북은 보통 선택지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가격’ 때문일 것이다. 일반 소비자용 노트북과 비즈니스용 노트북은 단지 ‘사양’으로만 보면 그리 차이가 크지 않은데 가격은 비즈니스용 노트북이 좀 더 높다. 비즈니스용 노트북이 제공하는 관리나 보안 기능의 장점도 개인 사용자 수준에서는 활용하기 까다롭다.

이에 일반 개인 사용자는 물론이고, 중소규모 조직들에서도 업무용 노트북 PC를 고를 때 비즈니스용 제품보다 일반 소비자용 노트북을 선호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사양 대비 ‘가성비’ 때문이겠지만 비즈니스 노트북의 존재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져서인 경우도 있다. PC가 업무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지만 상당수의 기업들이 업무용 PC의 가치를 현재 PC 시장에서의 ‘하한선’으로 생각하는 인식 또한 한 몫 한다. 

물론 일반 사용자층에서도 프리미엄 비즈니스 제품군을 일부러 고르는 경우도 제법 있다. 특히 레노버의 ‘씽크패드’는 IBM 시절부터 이어져 온 역사에 기인해 나름대로 제법 탄탄한 매니아층도 존재할 정도다. 프리미엄 비즈니스 노트북 제품군은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중요하게 여기는 ‘키보드’만 보더라도 세대를 뛰어넘는 기본기와 개성이 잘 갖춰져 있다. 이런 부분들이 고급 사용자들의 노트북 선택에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노트북을 사용하는 3~5년간 드라이버와 펌웨어의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면 이 또한 비즈니스 노트북을 고를 이유가 된다. 최신 운영체제 환경을 위한 제조사의 적극적인 지원은 개인 환경에서도 복잡한 문제를 겪을 필요 없이 자동 업데이트만으로 최신 환경을 편안히 사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종종 맥북 계열의 편리한 지원 체계를 생태계적 우위로 다루는 경우가 있다. 윈도 기반 비즈니스 노트북도 이런 부분에서 뒤지지 않는다.

HP 엘리트북이 수 번의 펌웨어 업데이트를 내는 동안 그램의 펌웨어 업데이트는 0회였다 / 권용만 기자
HP 엘리트북이 수 번의 펌웨어 업데이트를 내는 동안 그램의 펌웨어 업데이트는 0회였다 / 권용만 기자

3년 지난 노트북, 업데이트 수 ‘극과 극’

시간이 지나면서 노트북의 가치도 조금 달라진다. 대략 구입 후 2~3년 정도 지난 일반 소비자용 노트북과 비즈니스 노트북의 제조사 지원 내역은 큰 차이가 있다. 이번에 비교 대상으로는 일반 소비자용 2022년식 LG 그램 15 모델을, 비즈니스용 2021년식 HP 엘리트북 830 G8 모델을 선택했다. 두 모델 모두 11세대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LG 그램은 윈도11을, HP 엘리트북은 윈도10을 11로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양 모델의 3년여간 비교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은 ‘펌웨어’ 업데이트다. HP 엘리트북의 경우 출시 초기 1.01부터 시작해 현재 1.18 버전까지 10여회 이상 펌웨어가 업데이트됐다. 그 동안 플랫폼과 제품에서 나온 다양한 보안 취약점이나 제품의 호환성 문제들도 대거 수정됐다. 그래픽 드라이버 또한 엘리트북은 초기부터 수 회에 걸쳐 업데이트했다. 지금은 최신 윈도 릴리즈에서도 성능과 호환성 측면에서 문제 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운드나 시스템 드라이버들도 최신 윈도11에 맞춰 업데이트되고 있다.

반면 LG 그램의 경우 구입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펌웨어 업데이트가 들어온 적이 없다. 엘리트북의 펌웨어 수정 목록들에 보이는 수많은 프로세서와 플랫폼 관련 보안 취약점들을 생각하면 좀 찜찜할 수 있을 부분이다. 그래픽 드라이버 역시 LG 업데이트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는 한 번도 들어온 적 없이, 안정화되기 이전 단계인 2021년의 초기 드라이버를 여전히 제공하고 있다. 이는 종종 웹 브라우저나 여타 프로그램들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그램에서도 사운드 등 일부 드라이버들이 LG 업데이트 뿐만 아니라 윈도 업데이트를 통해 들어오기는 한다. 하지만 지원의 적극성 측면에서 비즈니스 노트북 제품군과 비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초기 펌웨어의 완성도가 낮은 프로세서와 플랫폼을 사용한 모델에서는 펌웨어와 드라이버 지원 부족이 더 큰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심하게는 길어도 2년에 한 번은 올라가는 윈도 판올림 주기를 따라가기에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이런 제품 지원 문제는 비즈니스 제품군 대비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서, 그리고 외산 대형 브랜드 대비 국내와 중소규모 브랜드들에서 더 심해진다. 심하면 출시 때 발견된 문제가 단종 때까지 전혀 고쳐지지 않는 경우도 제법 있다. 초저가로 나오는 국내외 군소 브랜드들의 제품은 ‘가성비’의 매력과 함께 이런 위험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LG 브랜드가 주력 ‘그램’ 브랜드의 제품에 제공하는 지원 수준도 많이 아쉬운 모습이다.

같은 CPU와 비슷한 하드웨어를 갖췄지만, 콘셉트에 따라 지원 수준도 크게 달랐다. / 권용만 기자
같은 CPU와 비슷한 하드웨어를 갖췄지만, 콘셉트에 따라 지원 수준도 크게 달랐다. / 권용만 기자

노트북의 장치 드라이버, 임의 설치는 낭패 불러

데스크톱 PC에 익숙한 고급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펌웨어는 하드웨어의 영역이라 건드릴 수 없지만 드라이버는 소프트웨어의 영역이라 임의로 최신 버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노트북 PC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표준화된 부품을 사용하는 데스크톱 PC에 비해 노트북 PC는 시스템 자체가 ‘제품’이고, 이를 구성하는 부품은 ‘전용’이 많기 때문이다. 섣불리 범용 드라이버를 설치했다가는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노트북 PC에서 업데이트를 주의하고 가능하면 제조사가 제공하는 드라이버를 유지해야 할 부분으로는 ‘그래픽’과 ‘사운드’가 꼽힌다. 그래픽의 경우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만 있는 구성에서는 대부분 범용 최신 드라이버도 잘 동작하지만 일부 모델에서는 절전 모드 관련 기능이나 밝기 조절 등이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과 외장 그래픽이 함께 있는 경우에는 내장 그래픽용 드라이버에서 그래픽 간 전환과 절전 모드 등을 모두 처리하는 만큼 내장 그래픽용 드라이버는 제조사 제공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노트북에서 사운드 관련 드라이버는 출력 포트 연결 등이 제품마다 제각각이라 사실상 제품의 ‘전용’ 드라이버로 생각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칩 제조사의 최신 버전 드라이버를 임의로 올리면 스피커와 이어폰 잭 간의 입, 출력 전환 등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아예 소리가 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심지어는 윈도 업데이트로 들어온 드라이버라도 제조사 제공이 아닌 레퍼런스 드라이버가 들어오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제조사들이 장치 인식 ID까지 제품 특화로 변경하기도 한다.

그나마 범용 드라이버를 써도 별 문제 없는 장치를 꼽자면 무선랜과 블루투스 정도다. 이들 장치는 대부분 완제품 모듈 형태로 탑재돼 제조사의 임의 설정이 들어갈 여지가 적고 범용 드라이버들도 잘 작동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트북 PC는 시스템 자체가 ‘제품’인 만큼 운영체제와 드라이버 지원도 가능하면 제조사의 지원 범위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윈도 버전 또한 제조사의 공식 지원 정책을 따르는 것이 좋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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