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세계 2위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면서 3위 현대차와 순위가 맞바뀔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 글로벌 판매량은 361만대로 폭스바겐그룹(434만대)을 73만대 차이로 추격했다. 반기 기준 현대차와 폭스바겐의 판매 격차가 70만대 수준까지 좁혀진 것이다.
지난달 폭스바겐은 앞으로 독일 공장 중 최소 3곳을 폐쇄하고 남은 공장들의 생산능력을 줄이며 수만 명의 인원 감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그룹 계열 아우디는 전기차를 생산하던 벨기에 브뤼셀 공장을 내년 2월 폐쇄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이 고전하는 이유는 주요 시장인 중국 판매 부진 영향이 크다.
폭스바겐의 올 상반기 중국 내 판매량은 134만대로 작년 동기 대비 7.4% 줄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2%까지 감소했다. 폭스바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6.3%였지만 3분기 누적으로 2.1%까지 하락했다.
폭스바겐의 전체 판매량 가운데 중국 의존도는 35%에 달한다. 중국 현지 완성차들의 상품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폭스바겐의 제품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시시각각 변하는 전동화 시장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판매 하락 이유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전체 판매량에서 중국 비중은 5% 미만이다. 지난 수년간 현대차는 중국 공장을 매각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신흥 시장인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집중 육성했다.
미국과 유럽 판매도 꾸준히 늘렸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되자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우는 빠른 전략적 판단이 판매량을 유지하는 버팀목이 됐다.
폭스바겐 위기에 따른 반사이익을 현대차가 누릴 가능성도 크다. 폭스바겐이 계획대로 공장 3곳을 폐쇄할 경우 향후 생산능력은 80~90만대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현대차는 글로벌 신흥 시장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 현대차그룹 글로벌 생산능력은 834만대다. 최근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25만대 규모 공장을 지었고 인도에 30만대 규모 신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내년 1분기에는 30만대 규모 미국 조지아주 전동화 신공장을 가동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올해 폭스바겐 사태로 독일 자동차 산업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산업계 역시 다양한 시각에서 철저히 조사 분석해 중국발 글로벌 산업 구조 개편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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