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인터뷰] 22개국 사업장서 100% 재생에너지 쓰는 엡손… 후지사키 사업부장 “미래 세대 위한 선제적 투자”

뉴스벨 조회수  

세계 프린터·프로젝터 선두 기업 세이코 엡손(이하 엡손)은 일본 제조기업 최초로, 지난해 말 전 세계 22개국 총 82개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엡손이 작년 일본과 해외에서 사용한 전력량은 총 872기가와트시(GWh). 25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전력량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한 셈이다. 국내엔 아직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기업이 없다. 2017년까지만 해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1%에 불과했던 엡손은 어떻게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을 선언한 지 3년이 채 안 돼 이를 달성했을까.

엡손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IR 사업 등을 이끌고 있는 후지사키 코지로 사업부장은 지난 **일 조선비즈와 만나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개선하려는 선제적인 투자가 꼭 필요하다고 봐 8년 전부터 재생에너지 전환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엔 일본에서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낮아 사내외에 전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며 “시행착오도 셀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은 재생에너지 전환이 더딘 국가 중 하나다. 일본의 전력 생산 중 화석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71%로 유럽연합(38%)의 두배 수준이다.

후지사키 코지로 세이코 엡손 사업부장./그래픽=정서희
후지사키 코지로 세이코 엡손 사업부장./그래픽=정서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엡손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10억엔(약 94조원) 이상이다. 이렇다 보니 엡손 내부에서도 전 세계 사업장의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본 직원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엡손이 수년 만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100%로 끌어 올리는 데엔 80년 전 창립 초기부터 이어져 온 환경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기반이 됐다. 엡손은 1988년, 제조 공정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던 프레온을 퇴출하기로 결정하고 5년 만에 프레온 배출을 ‘제로(0)’로 만든 전례가 있다. 후지사키 사업부장은 “창업자부터 지역과의 상생을 절대적 사명으로 지켜왔다”며 “이런 탄탄한 주춧돌이 없었다면, 우리가 왜 지금 당장 비싼 재생에너지를 써야 하는지 전 세계 직원들을 설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엡손의 재생에너지 투자 원칙은 ‘현지 조달’이다. 일본에서는 당장 전력회사를 설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2016년 당시 엡손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70%가 화석 연료 기반 전력에서 나왔는데, 이를 대체하기까지는 첩첩산중이었다. 후지사키 사업부장은 “엡손만큼 큰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한 사례가 없어, 전력사에 문의해도 재생에너지 판매 매뉴얼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며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전력 수급 계약을 맺기까지 대화와 설득에 2년이 걸렸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각 지역 특성에 맞춰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생물 연료)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했다. 후지사키 부장은 “장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부 조달 비율을 낮추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엡손은 2023 회계연도에 매출 1조3100억엔(약 11조9100억원), 순이익 526억엔(약 4780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RE100을 위해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대규모 비용이 투입되는데 주주들 반발은 없었나.

“단기적으로 사업이나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기존 제조 방식은 앞으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컸다. 이에 4년 전에 205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탄소 네거티브는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품을 제조하면서 오히려 탄소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우선 2030년까지 환경 관련 사업에 1000억엔(약 9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주주들에도 이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했다.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의 모습은 무엇인지, 그 속에서 제조업이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설명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RE100은 그 첫 걸음이다. 일본 주주들은 회사의 가치를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환경 투자로 당장 수익성이 일부 떨어져도, 중장기 전략에 따라 실적도 목표에 맞게 가고 있다고 설득했으며 주주들의 지지와 이해를 얻고 있다.”

—각국 사업장마다 현지에 맞는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엡손 본사가 있는 일본 나가노현은 물이 풍부해 수력 발전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대규모 생산 거점인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에 풍부한 야자수 껍질을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얻는다. 또한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 등에선 지열 발전과 태양광 발전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핵심은 각 사업장이 최적의 재생에너지를 선택해 전환을 주도할 수 있게 한 점이다.

한국이나 대만처럼 재생에너지 공급이 한정적인 곳에선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제도를 활용해 전력 사용량에 해당하는 인증서를 전량 구매한다. 한국의 경우, 2022년 10월부터 3개월마다 시장 동향을 살피며 사용한 전력량만큼 REC로 구매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자신이 생산한 재생에너지량만큼 공급인증서를 정부로부터 발급 받는데, 엡손 같은 기업이 이 인증서를 구매하면 그 구매량만큼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현지 조달이 어려운 경우 어떻게 대응했나.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는 재생에너지를 공공기관, 관공서, 학교에 우선 공급되기 떄문에, 엡손같은 대규모 외국 기업이 현지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이나 인증서를 구매하기 어렵다. 이에 태양광 발전을 자체적으로 설치해 전력을 공급받았고, 싱가포르 인근 아세안 국가에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회사로부터 공급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유지 비용만 매년 10억엔 이상이 드는데 지속 가능하다고 보나.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고정 가격으로 공급 계약을 맺으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가령 20년 이상 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으면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수준이다. 현재는 일본 나가노현에 있는 전력회사로부터는 투자를 받고 있기도 하다. 물론 과제도 많다. 전 세계 많은 기업이 RE100을 목표로 하고 있어, 재생에너지와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자가발전용 태양광 패널 설치를 늘리는 데에서 나아가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지어 외부 조달을 줄여 나가려고 한다. 버려진 목재나 폐기물로 간주되는 나무 껍질과 버섯배지(培地)를 연료로 사용해 2026년부터 연간 1400만kWh(킬로와트시) 규모의 전력을 자체 조달할 계획이다.”

뉴스벨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차·테크] 랭킹 뉴스

  • “오토파일럿 뛰어넘나?”.. 스텔란티스가 공개한 자체 개발 자율주행 시스템에 전 세계 ‘깜짝’
  • [리뷰] 마카오 그랑프리의 첫 포디엄을 장식한 존재 - 트라이엄프 TR2
  • LG엔솔, 차세대 배터리 46시리즈 공개 "무궁무진한 기회"
  • 테드손 모터스, 가야르도 기반의 에트나 공개…600마력 자랑해
  • 쉐보레 ‘카마로 EV’ 데뷔 일정 미뤄질까?
  • “3천만 원대 실속형 SUV” .. 더 강력해져서 돌아온, 가성비 車의 ‘정체’

[차·테크] 공감 뉴스

  • KT, MWC25서 AI 에이전트·미래 네트워크 알린다
  • [2025 게임 청사진⑨] 글로벌 시장 노리는 그라비티…“기존·신규 IP 시너지”
  • “이 덩치에 529km 달린다”.. 850마력을 자랑하는 신형 오프로드 전기차
  • “카니발 계약 잠시 미룰까” .. 기아 신차 공개되자, 아빠들 ‘관심 집중’
  • “캠핑족 열광!”.. 미니밴과 SUV를 합쳐 놓은 것 같은 새로운 車에 ‘깜짝’
  • [시승기]신형 기아 스포티지 LPG, 경제성·편리함으로 승부… ‘업무용 차량’으로 제격

당신을 위한 인기글

  • “3천만 원으로 스포티지 잡는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예비 오너들 사로잡는 사양 공개
  • “한남동 건물 60억 세금 추징” 이하늬의 1억 원대 벤츠 AMG, 탈세 의혹에 눈길
  • “이건 진짜 선 넘었지” 4기통에 1억 5천 받는 벤츠 오픈카
  • “월 50만원에 5시리즈 오너된다!” 국산차만큼 저렴해진 수입차 근황
  • “코란도가 이렇게 나와야지” 아빠들 지갑 싹 털릴 터프한 SUV 공개
  • “전기 밴은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폭스바겐에 도전장 내민 기아 PV5, 승자는?
  • “일본산 지바겐 나온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에 하이브리드 연비까지 갖춘 렉서스 GX
  •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니” 17세 소년, 흡연하다 무면허 적발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우리 이제 토트넘 아니에요'…클럽 명칭 변경 요청

    스포츠 

  • 2
    ‘스파이를 조심하라’→구단내 확산되는 ‘공포 문화’로 떨고 있어 ‘충격’…‘제임스 본드’옆에서는 말조심→머리 위에는 도끼 ‘달랑 달랑’폭로

    스포츠 

  • 3
    19살 신인 깜짝 등장했지만, 정관장 2위 탈환에도 걱정…세르비아 배구천재 어쩌나 "발목 부었다, 월요일 병원 간다"

    스포츠 

  • 4
    302억 3루수+197홈런 거포와 함께 하다니…적토마의 아들 감격 "밥 빨리 먹고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스포츠 

  • 5
    '나의 완벽한 비서' '중증외상센터'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드라마대상 합류 후 순위는?…다음달 활약 기대

    연예 

[차·테크] 인기 뉴스

  • “오토파일럿 뛰어넘나?”.. 스텔란티스가 공개한 자체 개발 자율주행 시스템에 전 세계 ‘깜짝’
  • [리뷰] 마카오 그랑프리의 첫 포디엄을 장식한 존재 - 트라이엄프 TR2
  • LG엔솔, 차세대 배터리 46시리즈 공개 "무궁무진한 기회"
  • 테드손 모터스, 가야르도 기반의 에트나 공개…600마력 자랑해
  • 쉐보레 ‘카마로 EV’ 데뷔 일정 미뤄질까?
  • “3천만 원대 실속형 SUV” .. 더 강력해져서 돌아온, 가성비 車의 ‘정체’

지금 뜨는 뉴스

  • 1
    올봄에 꽃처럼 곁에 두고 싶은 화병 14

    연예 

  • 2
    제이홉, 배두나, 더 보이즈 선우가 등판한 파리 맨즈 패션위크 하이라이트

    연예 

  • 3
    드래프트 1순위가 도박이라니…日 국가대표 투수, 온라인 포커 논란→무기한 자숙 명령

    스포츠 

  • 4
    “(박)세웅이 작년보다 잘 할 거야” 김태형이 찍었다…롯데 5강 가려면 무조건 이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MD타이난]

    스포츠 

  • 5
    냉동 블루베리 그냥 먹지 마세요…반드시 '이것' 확인해야 합니다

    여행맛집 

[차·테크] 추천 뉴스

  • KT, MWC25서 AI 에이전트·미래 네트워크 알린다
  • [2025 게임 청사진⑨] 글로벌 시장 노리는 그라비티…“기존·신규 IP 시너지”
  • “이 덩치에 529km 달린다”.. 850마력을 자랑하는 신형 오프로드 전기차
  • “카니발 계약 잠시 미룰까” .. 기아 신차 공개되자, 아빠들 ‘관심 집중’
  • “캠핑족 열광!”.. 미니밴과 SUV를 합쳐 놓은 것 같은 새로운 車에 ‘깜짝’
  • [시승기]신형 기아 스포티지 LPG, 경제성·편리함으로 승부… ‘업무용 차량’으로 제격

당신을 위한 인기글

  • “3천만 원으로 스포티지 잡는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예비 오너들 사로잡는 사양 공개
  • “한남동 건물 60억 세금 추징” 이하늬의 1억 원대 벤츠 AMG, 탈세 의혹에 눈길
  • “이건 진짜 선 넘었지” 4기통에 1억 5천 받는 벤츠 오픈카
  • “월 50만원에 5시리즈 오너된다!” 국산차만큼 저렴해진 수입차 근황
  • “코란도가 이렇게 나와야지” 아빠들 지갑 싹 털릴 터프한 SUV 공개
  • “전기 밴은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폭스바겐에 도전장 내민 기아 PV5, 승자는?
  • “일본산 지바겐 나온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에 하이브리드 연비까지 갖춘 렉서스 GX
  •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니” 17세 소년, 흡연하다 무면허 적발

추천 뉴스

  • 1
    '우리 이제 토트넘 아니에요'…클럽 명칭 변경 요청

    스포츠 

  • 2
    ‘스파이를 조심하라’→구단내 확산되는 ‘공포 문화’로 떨고 있어 ‘충격’…‘제임스 본드’옆에서는 말조심→머리 위에는 도끼 ‘달랑 달랑’폭로

    스포츠 

  • 3
    19살 신인 깜짝 등장했지만, 정관장 2위 탈환에도 걱정…세르비아 배구천재 어쩌나 "발목 부었다, 월요일 병원 간다"

    스포츠 

  • 4
    302억 3루수+197홈런 거포와 함께 하다니…적토마의 아들 감격 "밥 빨리 먹고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스포츠 

  • 5
    '나의 완벽한 비서' '중증외상센터'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드라마대상 합류 후 순위는?…다음달 활약 기대

    연예 

지금 뜨는 뉴스

  • 1
    올봄에 꽃처럼 곁에 두고 싶은 화병 14

    연예 

  • 2
    제이홉, 배두나, 더 보이즈 선우가 등판한 파리 맨즈 패션위크 하이라이트

    연예 

  • 3
    드래프트 1순위가 도박이라니…日 국가대표 투수, 온라인 포커 논란→무기한 자숙 명령

    스포츠 

  • 4
    “(박)세웅이 작년보다 잘 할 거야” 김태형이 찍었다…롯데 5강 가려면 무조건 이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MD타이난]

    스포츠 

  • 5
    냉동 블루베리 그냥 먹지 마세요…반드시 '이것' 확인해야 합니다

    여행맛집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