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NHN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 자회사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KT가 2년 전 독립 자회사로 출범시킨 KT클라우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최근 본사로의 대규모 인력 복귀와 더불어 사업 방향의 불확실성으로 내부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 KT, 사실상 MS 대형 총판 역할 맡아
31일 업계에 따르면, KT클라우드 전체 인력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명의 KT 및 KT DS 출신 엔지니어들이 내년 초 본사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2년 KT에서 물적 분할을 통해 독립 자회사로 출범했으나, 최근 사업 방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KT클라우드 설립 당시 KT와 KT DS 출신 직원들에게 기존 소속으로 복귀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한 바 있다.
현재 KT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통해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사실상 MS의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국내 대형 총판사로 나서면서 KT클라우드의 사업 독립성과 존재감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김영섭 KT 사장이 지난해 취임 후 조직 진단을 하면서 클라우드 부문 분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이) 전임자인 구현모 전 최고경영자(CEO)가 결정했던 KT클라우드 분사가 그룹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이 MS와의 협력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만큼 KT클라우드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KT 본사에 재편입되거나 올해 새로 설립될 AIX(AI 전환) 전담 법인으로 통합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KT클라우드는 지난 30일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데이터센터(IDC) 운영 등을 제외하고는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실제 얼마나 많은 인력을 채용해 기존 조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달 31일에는 직원 설명회를 열어 사업 비전과 경영 방향을 공유하고, 대규모 인력 복귀로 인한 내부 동요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 네이버·NHN 클라우드, B2B 사업 주도하며 시너지
KT와 달리 네이버, 카카오, NHN 등은 클라우드와 AI 등 핵심 기술을 클라우드 자회사를 통해 육성하고 있다. 처음에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의 사업 구조 모델을 그대로 모방했으나 각 기업마다 조금씩 차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를 집중 육성하며 B2B(기업간거래)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내부 주요 서비스와 기술 조직을 네이버클라우드에 모아 시너지를 강화했다. 특히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B2B 사업을 전담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트윈 구축 계약과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 등 중동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직원 수는 올해 초 기준 2000여명으로,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도 1조132억원으로 네이버 전체 매출의 5분의 1에 이르렀다.
카카오의 클라우드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협업 플랫폼과 고객 지원 서비스를 앞세워 B2B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었으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정비한 뒤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뿐 아니라 중소기업·스타트업 대상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카카오가 주최한 ‘이프카카오(if kakao)’ 행사에도 참여해 클라우드 기술을 적극 홍보하는 등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NHN의 클라우드 자회사 NHN클라우드도 지난 2022년 분사했다. 후발주자임에도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지난해 기준 정부 주도 클라우드 전환 사업 수주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전남도청, 광주광역시 등 다수의 공공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를 확보했다. NHN클라우드는 모회사인 NHN의 게임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통합 플랫폼과 서버 운영 기술을 결합해 게임 클라우드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통신사는 클라우드를 주력 사업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 전략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KT클라우드의 경우 존속하더라도 그룹 내 핵심 기술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에 머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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