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호텔·리조트 기업 대명소노그룹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판을 흔들고 있다.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잇따가 매입하며 경영권 확보 가시권에 진입했다.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의 대주주 AP홀딩스, 예림당 측은 대명소노그룹에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서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은 최근 2368억원을 들여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에 올랐다.
우선 대명소노그룹 계열 리조트·호텔 운영사 소노인터내셔널은 올해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티웨이항공 2대 주주였던 JKL파트너스로부터 지분 26.77%를 확보하며 2대 주주가 됐다. 기존 최대주주 예림당 측과 지분율 차이는 3%포인트(p)가량으로 좁혀졌다.
10월에는 대명소노그룹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이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에어프레미아 지분 26.95%의 절반가량을 47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잔여 지분은 오는 2025년 6월 이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 해당 거래를 마치면 소노인터내셔널은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가 된다.
대명소노그룹의 LCC 지분 인수 이유는 항공업과 시너지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공통점은 LCC지만 미주, 유럽 노선 등 장거리 노선에 취항한다는 점이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따른 유럽 노선 배분으로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을 확보했다.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노선을 주력으로 한다.
대명소노그룹이 이들 LCC의 경영권을 모두 확보할 경우 미국, 유럽 등 해외 리조트 사업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노인터내셔널은 2019년 현대건설이 운영하던 베트남 송지아리조트의 위탁운영권 확보를 시작으로 2022년 미국 워싱턴DC 노르망디 호텔, 올해 3월 프랑스 파리 담데자르호텔 등 해외 호텔들을 사들였다.
대명소노그룹은 두 LCC 모두의 경영권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영권 확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대명소노그룹은 2011년 티웨이항공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당시 가격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최종 결렬됐다.
관련업계는 대명소노그룹의 지분 확보가 이들 LCC의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티웨이항공은 오는 2025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 등기임원 7명 중 4명이 오는 2025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전문경영인인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의 임기 역시 오는 2025년 3월까지다. 대명소노그룹이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 예림당이 경영권 방어에 본격 나설 경우 차입금을 마련해 자사주 취득 이후 소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 AP홀딩스는 경영권 방어 준비 태세를 확고히 했다. 10월12일 기준 ▲AP홀딩스 우호지분 46.0% ▲JC파트너스 우호지분 22.0% ▲기타주주 32.0%로 구성됐다.
AP홀딩스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경영권 매각 예측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AP홀딩스는 에어프레미아의 경영권을 매각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한다”며 “현재까지 어떠한 매각 협의도 진행된 바 없으며 경영권 매각 관련 논의 역시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에어프레미아는 최근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며 사업 부문을 AP홀딩스를 설립한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의 인물로 내세웠다. 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인 AP홀딩스는 김정규 회장이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AP홀딩스는 김정규 회장과 문보국 전 레저큐 대표가 공동설립했다.
에어프레미아는 24일 타이어뱅크 이사를 지낸 김재현 신임 대표이사를 기존 유명섭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23년부터 에어프레미아 사내이사로 합류한 김재현 신임 대표는 전략, 재무, 인사, 세일즈, 마케팅, 법무 등 사업 부문을 담당한다. 유명섭 대표는 운항 부문을 맡는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번 김재현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책임 경영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지분 확보가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따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로 이뤄진 ‘통합 LCC’에 이어 또 다른 LCC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
국내 LCC 1위 제주항공 역시 M&A 기회를 엿보고 있어 LCC 시장의 격변 가능성도 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가 매각 대상이 될 것이다”며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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