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자리를 놓고 펼치는 무한 속도 경쟁, 가혹한 환경에서 승자를 가리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World Rally Championship, WRC)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자동차가 손을 잡았다. 국내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힘을 모은 것이다.
현대차와 토요타자동차는 27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Hyundai N X TOTOTA GAZOO Racing FESTIVAL)’을 열었다. 현대차와 토요타자동차가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만큼은 경쟁 상태가 아닌 자동차와 모터스포츠에 진심 어린 열정으로 똘똘 뭉친 하나의 팀 같았다.
WRC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회사가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것은 올해 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은 레이스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모두가 모터스포츠를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데서 시작됐다. 그렇게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이 시작된 것이다.
이날 페스티벌에는 모터스포츠를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가득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부스에는 액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콘셉트카인 ‘ORC 루키 GR 코롤라 H2 콘셉트’와 ‘GR 수프라’, ‘GR86’ 등이 전시됐다. 또 일본 애니메이션 ‘이니셜 D’에 등장해 AE86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스프린터 트레노(Sprinter Trueno)’를 기반으로 만든 수소엔진차 ‘AE86 H2 콘셉트’가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 N 부스 역시 볼거리가 가득했다. 지난 25일 최초로 공개된 현대 N의 새로운 롤링랩(Rolling Lab) 차량인 ‘RN24’가 자리했으며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 74’와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에서 양산형 전기 SUV 개조 부문 신기록을 세운 ‘아이오닉 5 N TA 스펙’, ‘아이오닉 5 N’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본격적인 행사는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의 랠리카 쇼런으로 시작됐다. 아키오 회장은 ‘모리조(Morizo)라는 가명으로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는 프로 드라이버다. 아키오 회장은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 랠리카를 타고 뿌연 연기를 뿜어내며 드리프트를 펼쳤다. 이 차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함께 타고 있었다.
쇼런을 마친 아키오 회장은 “한국에서 이런 행사를 열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정의선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 역시 “올해 초 아키오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경쟁 상대가 아닌 모터스포츠와 자동차를 사랑하는 기업으로서 모터스포츠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이번 페스티벌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관람객들과 함께하는 WRC 택시 드라이빙 순서가 진행됐다. 택시 드라이빙을 위해 WRC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양 팀 드라이버가 함께했다.
먼저 현대차는 ‘i20 N 랠리 1 하이브리드’와 ‘i20 N 랠리 2’ 랠리카를 준비했다. 특히 현재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는 현대 모터스포츠 소속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과 다니 소르도(Dani Sordo), 안드레아스 미켈센(Andreas Millelsen)가 직접 택시 드라이빙 운전자로 나서 특별함을 더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와 ‘GR 야리스 랠리 2’ 등의 랠리카를 준비했다. 드라이버로는 현 토요타 WRC 드라이버로 활동 중인 카스타 타카모토(Takamoto Katsuta), 토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랠리팀 대표 야리 마티 라트발라(Jari-Matti Latvala), 카츠타 노리히코(Norihiko Katsuta)가 나섰다. 직접 랠리카를 타본 관람객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 외에도 WRC 서킷 택시를 비롯해 현대 N과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전문 드라이버와 관람객이 함께 팀을 이뤄 아반떼 N과 GR86으로 경주를 펼치는 ‘짐카나 대회(Gymkahana)’, 튜닝 차량을 전시는 ‘Show & Shine’ 공간, WRC 게임 존 등이 마련됐다.
이날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 관람객은 “국내에서 WRC에 참가하는 랠리카를 직접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마련돼 뜻깊은 경험이 됐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페스티벌이 지속적으로 열려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가 한층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브랜드가 함께 축제를 마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며 “이번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국내 모터스포츠가 한층 더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이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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