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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름 다른 기억 ‘폴스타4’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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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히 쌓인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던 2022년 1월 어느 날. 처음 ‘폴스타(Polestar)’를 만났던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기억을 되짚어 보면 폴스타의 존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보다 앞서 만났던 그 ‘폴스타’와 완전히 달랐던 까닭이다. 여기서 말하는 폴스타는 ‘볼보의 고성능 브랜드’다. 사실 폴스타는 영원히 볼보의 고성능 브랜드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폴스타는 독자적인 브랜드로 홀로서기를 선언하며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다.

폴스타 4 전측면.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전측면. / 허인학 기자

그로부터 2년쯤 흐른 지금. 기자는 또 다른 폴스타와 마주하고 있었다. 바로 폴스타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선보이는 두 번째 모델 ‘폴스타 4’다. 퍼포먼스 전기 쿠페 SUV라는 수식어가 붙은 폴스타 4는 어떤 감각을 선사했을까? 폴스타 4와 함께 가을 드라이빙을 떠났다.

한국인 손끝에서 완성된 외모 

폴스타 4 헤드램프.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헤드램프.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를 처음 본 건 출시 현장이었다. 당시 만났던 폴스타 4는 꽤 인상 깊은 디자인을 입고 있었다. 기존 폴스타 모델들과는 어딘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폴스타 4의 디자인은 볼보의 색이 완전히 빠진 느낌이었다. 토르의 망치 주간주행등은 양 갈래로 나뉘었고 폴스타는 새로운 형태의 헤드램프를 듀얼 블레이드(Dual blade)라고 명명했다. 폴스타 2의 인상과 비교하면 확실히 강렬하다. 특히 앞코가 납작 엎드려 있어 역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폴스타 4 측면.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측면. / 허인학 기자

측면은 무적 매력적이다. 후드부터 이어진 라인은 루프를 타고 흘러 후면까지 매끄럽게 이어진다. 거기에 굵은 캐릭터 라인을 통해 역동적인 분위기가 짙게 풍긴다. 특히 시승차의 경우 전면, 후면, 측면 클래딩을 차체와 같은 컬러로 마무리해 모던한 이미지도 더했다.

폴스타 4 사이드미러.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사이드미러. / 허인학 기자

시선을 빼앗는 점은 또 있다. 바로 폴스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도어에 새긴 성능과 이름이다. 일반적으로는 차량명과 사양을 후면에 레터링으로 표현하는데 폴스타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덕분에 후면에 거추장스러운 요소를 제거해 훨씬 깔끔한 느낌이다. 또 일반 미러 대비 부피를 30% 줄인 프레임리스 사이드미러 역시 독특한 감성을 전달한다.

폴스타 4 후면.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후면. / 허인학 기자

후면은 폴스타 4 디자인의 방점을 찍는 부분이다. 루프를 타고 흐른 라인은 트렁크 끝 단에서 살짝 치켜 올라가며 테일램프는 차체 양 끝을 잇고 차체와 같은 컬러의 엠블럼은 중앙을 지킨다. 덕분에 차체는 한층 더 넓어 보이고 안정감이 높게 느껴진다.

폴스타 4 루프 라인.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루프 라인. / 허인학 기자

여기까지는 일반 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은 바로 리어 유리다. 폴스타 4를 디자인한 이수범 디자이너는 과감히 리어 유리를 삭제했다. 그는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그렸던 게 확실하다. 폴스타 4는 설계 당시 A필러를 앞쪽으로 최대한 앞쪽으로 밀었다.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다. 그리고 쿠페형 라인으로 인해 2열 머리공간이 줄어드는 것은 헤더 포인트를 뒤로 이동하는 데서 해답을 찾았다.

폴스타 4 후면.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후면. / 허인학 기자

여기서 문제는 후방 시야다. 쿠페를 비롯한 쿠페형 SUV는 후방 시야에 제약이 있다. 더군다나 폴스타 4는 헤더 포인트까지 밀었으니 더했을 터다. 그렇게 의미 없는 유리를 더하기보다 과감히 삭제해 실내 공간과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고 후방 시야 카메라로 확보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깔끔’ 그 이상을 보여주는 실내 

폴스타 4 실내.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실내. / 허인학 기자

프레임 리스 도어를 열면 잘 정돈된 실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어찌나 군더더기 없이 정돈되어 있는지 깔끔하다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다. 그 흔한 버튼도 찾아보기 힘들다. 병적으로 물리 버튼을 줄인 티가 느껴진다.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라고는 스티어링 휠 양쪽에 있는 버튼과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있는 동그란 다이얼뿐이다.

폴스타 4에 적용된 15.4인치 디스플레이.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에 적용된 15.4인치 디스플레이. / 허인학 기자

문제는 조작성이다. 시각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모든 기능을 중앙에 위치한 15.4인치를 통해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조작 편의성이 떨어진다. 공조 장치는 물론이고 오디오, 글로브 박스 개폐, 심지어 송풍구 방향까지도 터치로 조작해야 한다. 사이드미러와 스티어링 휠 조작은 디스플레이 터치로 조작하거나 스티어링 휠 버튼으로 조절할 수 있게 했지만 그마저도 직관적이지 못하다. 각종 기능 조작을 담당하는 사람을 조수석에 꼭 태워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폴스타 4의 카드키.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의 카드키. / 허인학 기자

조작성을 제외하고 나머지 구성은 좋다. 특히 만듦새가 출중하다. 시트의 느낌도 좋고 소재의 단차가 거의 없다. 커다란 디스플레이는 최대 5분할까지 가능해 내비게이션 화면을 유지하면서도 자주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차량 제어 메뉴를 동시에 띄울 수 있다. 게다가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해 티맵 오토 내비게이션과 음성 인식 AI 플랫폼 누구 오토, 티맵 스토어, 웹 브라이저, 인-카 페인먼트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OTA 기능을 지원해 무선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폴스타 4 시트.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시트. / 허인학 기자

휠베이스가 2999밀리미터(㎜) 달하는 덕분에 공간 역시 넉넉하다. 폭은 사이드미러를 제외하고도 전폭이 2008㎜여서 다리를 떡하니 벌리고 앉아도 불편하지 않다. 2열 승객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송풍구는 B 필러와 중앙에 위치하고 2열 전동 리클라닝 기능까지 더했다.

사용된 소재의 성분을 알려주는 표시. / 허인학 기자
사용된 소재의 성분을 알려주는 표시. / 허인학 기자

실내에는 친환경 소재를 아낌없이 넣었다. 기본 시트에는 소나무 추출 오일을 사용한 마이크로테크(Micro Tech) 소재가 적용됐다. 또 플러스 팩을 선택하며 100% 재생 페트를 가공한 테일러 니트(Tailored knit) 소재가 더해지고 재생 어망과 재생 나일론으로 제작한 에코닐(ECONYL)로 실내 카펫을 만들었다. 폴스타는 이러한 소재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패션에서 영감을 얻어 각 소재가 어떤 성분으로 이뤄져 있는지를 알려주는 택을 더했다. 폴스타만의 재치가 돋보이는 요소다.

무한한 믿음 생성하는 움직임 

폴스타 4 측면에 부착된 차명과 성능.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측면에 부착된 차명과 성능. / 허인학 기자

본격적인 폴스타 4의 주행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서둘러 시승 장소로 향했다. 한창 출근을 재촉하던 사람들은 폴스타 4의 등장에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는 눈치였다. 따가운 시선을 간신히 뿌리치고 도로 위에 올라섰다.

폴스타 4의 스티어링 휠.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의 스티어링 휠.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의 첫 느낌은 딱 유럽산 전기차였다. 스티어링 감각은 여유로운 듯 절도 있었고 가속페달 반응도 민첩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딱히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브레이크 페달 조작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일상생활에 딱 어울리는 움직임이었다.

폴스타 4 변속 레버.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변속 레버. / 허인학 기자

분주한 도로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톨게이트를 지난 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밀어 넣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빠르게 속도를 높여나갔다. 시승차는 롱레인지 싱글모터 트림으로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2킬로그램미터(㎏·m)를 발휘한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출력이 아니라 가끔씩 스포츠 주행을 즐기기 좋을 듯하다.

폴스타 4 프렁크.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프렁크. / 허인학 기자

무엇보다 고속도로 주행 시 외부 소음이 실내로 많이 파고들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프렁크 부분과 도어 하단에 웨더스트립을 아낌없이 바르고 힌지 부분에서 흘러드는 소음을 막기 위한 소재를 더한 덕분이다. 이러한 점은 타 전기차 브랜드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폴스타 4 휠.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휠. / 허인학 기자

한참을 달리다 국도에 접어들었고 이내 구불거리는 산길을 맞닥뜨렸다. 폴스타 4의 주행 성능을 알아보기 좋은 환경이다. 자세를 고쳐 잡고 빠른 속도로 코너를 공략했다. 배터리가 없어지는 건 나중 일이었다. 끝까지 가속하다 감속 후 코너 안쪽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높은 속도 탓에 언더스티어가 일어날 것이라 짐작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폴스타 4는 예리하게 코너를 돌아나갔다. 기대 이상의 움직임이었다.

폴스타 4 측면.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측면. / 허인학 기자

서스펜션은 무거운 차체를 가뿐히 받치고 있었다. 어지간한 환경에서는 롤이 발생하지 않았고 노면을 놓치는 일도 없었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도 유럽산 특유의 쫀쫀한 승차감을 만들었다. 댐퍼는 기분좋게 움직였고 굵직한 노면 정보만 엉덩이로 전달하는 느낌이었다.

폴스타 4 엠블럼.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엠블럼. / 허인학 기자

한참 동안 산길을 뛰어 놀았음에도 배터리는 여전히 넉넉했다. 폴스타 4는 110개의 셀로 구성된 100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배터리를 품고 있다.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는 511킬로미터(㎞)로 보통의 가솔린 모델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충전 시간도 준수한 편이다.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폴스타 4 후측면.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 후측면. / 허인학 기자

폴스타 4는 전기차를 등지고 선 이들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넉넉한 출력은 물론이고 긴 주행 가능거리, 넓은 실내 공간, 눈에 띄는 디자인 등을 갖춘 까닭이다. 아쌀하게 멋진 전기차를 원한다면 폴스타 4는 확실히 그럴싸한 선택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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