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테슬라 창업자 일론머스크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면서 뜨거운 관심과 함께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해당 비만치료제는 엄연히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지만, 인터넷에서 불법 유통되는가 하면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규제 당국이 단속에 나선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지난해 4월 국내 규제당국으로부터 허가를 획득한지 1년 6개월 만에 정식 출시됐다.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인 위고비는 63주에 걸쳐 시험한 임상 3상을 통해 평균 14.9% 체중감량 효능을 보였다.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 방출을 증가시키고 식욕 감소를 일으키는 뇌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 등의 효과가 있다.
뇌가 포만감 또는 충만감 감각을 일으키게 해 환자의 식욕을 억제 시키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 효능을 일으키는 것이다. 다만 미국 내 위고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에 그간 국내 허가를 획득한 이후에도 이렇다할 공급이 이뤄지지 못했다.
위고비는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복약지도가 필요하되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이다. 위고비는 펜 모양 주사기 1개와 주사바늘 4개가 한박스로 주 1회, 1개월씩 투여하도록 제조됐다. 용량은 0.25㎎, 0.5㎎, 1㎎, 1.7㎎, 2.4㎎ 등 5가지로 구성돼 있다.
가격은 병의원과 약국마다 천차만별이 있지만 50만원대부터 많게는 70만원대로 책정돼 있다. 출시 전 위고비의 공급가격(4주분 기준)은 37만 2025원으로 공개된 바 있다.
문제는 위고비 열풍이 과열되면서 오남용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식 출시 날인 15일부터 다이어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특정 병의원을 방문하면 위고비 1개를 40만원대에 구매 가능하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게시글에는 특정 약국을 방문하라고 적혀있어 사실상 ‘출혈경쟁’이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중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씨는 “낮은 마진을 감수하더라도 환자를 끌어오기 위해 어처구니없는 가격으로 약품을 판매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작은 약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최소 50만원대가 적정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만과 거리가 먼 여성들이 다이어트 목적으로 위고비 처방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당 비만치료제는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비만 환자와 BMI 27㎏/㎡ 이상, 30㎏/㎡ 미만 과체중이면서 한 가지 이상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돼야 한다.
그럼에도 각종 소셜미디어(SNS) 등지에서 일반적인 BMI를 갖은 여성들이 위고비를 통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해보겠다는 게시글이 늘고 있다. 한 전문의는 “비대면진료 앱을 통해 비만치료제 무작위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상식선에서는 정말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처방돼야 하지만 저체중에 집착하는 여성들이 약물을 사용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불법 유통 사례도 늘고 있다. 의약품 수령을 위한 불법 심부름업체를 비롯해 약국 개설자가 아닌 판매자를 통해 온라인 거래가 이뤄지는 행위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 ‘위고비’, ‘삭센다’, ‘다이어트 약’, ‘살빼는 약’ 등을 금칙어로 설정하고 자율 모니터링하도록 협조요청을 했다.
더불어 관세청과 함께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법 반입되는 비만치료제 단속에 나섰다. 이미 식약처는 위고비 출시 일부터 21일까지 위반 게시물 12건을 적발·조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단순 다이어트 목적으로 약물에 접근할 시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독극물 통제 센터(PCC)는 위고비를 과다 투여할 시 메스꺼움, 구토, 복통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대부분 비만치료제가 제2형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만큼 고용량을 투여할 시 저혈당·저혈압이 발생 할 수 있다고 알렸다.
탈모 가능성도 존재한다. 뉴욕 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위고비 사용한 일부 환자들이 탈모 증상을 겪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노보노디스크는 공식적으로 GLP-1 비만치료제 부작용 중 탈모를 명시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탈모 전문 피부과 전문의들은 “(약물의) 직접적인 부작용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많은 환자들이 비만 치료제 사용 후 탈모를 경험했다는 보고가 많다”고 말했다.
한 내분비 외과 전문의는 “위고비 같은 GLP-1 비만치료제는 사실상 당뇨 치료제이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살을 빼기 위해 투약할 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하는 환자의 입장에서 약물이 국내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치료제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규제당국이 정한 적응증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환자들은 구매를 삼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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