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솔루션에 시장이나 기업 관련 데이터를 넣어두면, 이를 분석해 그래프나 도표 같은 시각 자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계절에 맞는 식자재를 분석하고 추천해줄 수 있는 것이죠. 조직 간 업무 소통도 쉬워졌고 시장 분석을 위한 자료를 직접 구매할 때보다 비용이 37% 절감됐습니다.”
김종호 CJ프레시웨이 디지털혁신담당 경영리더(CDO)는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 유통·단체 급식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CJ그룹 계열사다. 레스토랑, 병원, 학교,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 식재료를 공급하고 메뉴 개발, 영양 관리 등 솔루션을 제시한다.
김 CDO는 “유통 업체로서 시장 동향 파악은 물론이고 신선도 유지를 위해 재고 파악, 고객사 수요 예측 등 데이터를 활용하는 업무가 많아 3년 전 디지털혁신담당 부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CJ프레시웨이는 스노우플레이크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 분석을 하고 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2012년 설립된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공유 플랫폼 기업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세일즈포스, 엔비디아 등 전 세계 700개 이상의 클라우드, 데이터 공급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제휴사들의 클라우드를 하나로 연결해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분석해 시각 자료를 생성하는 플랫폼을 고객사들에게 제공한다.
통상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장조사업체의 분석 자료를 유료로 구매해 왔다. 그러나 스노우플레이크 클라우드 플랫폼은 원데이터(가공하기 전 통계)를 입력한 뒤, 필요한 시각 자료 생성을 요청하면 AI가 즉각 만들어 준다. 플랫폼 사용비도 타사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자료를 분석할 때 연산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갯수와 소요 시간으로 산정한 비용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김 CDO는 “학교나 기관에 공급하는 식자재 정보를 입력하고 이달에 공급하기 적합한 상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하면, 이전 데이터를 토대로 월별 통계와 특정 고객사가 선호하는 식자재를 순위별로 알려준다”라며 “고객사의 불만 사항을 분석해 임직원이 우선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곳도 제안하고, 분기별 제철 식자재도 분석해 안내해준다”고 했다.
CJ프레시웨이의 업무 효율성도 향상됐다. 김 CDO는 “예전에는 프로젝트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통을 하다 보니, 부서 간 요구사항을 전달할 때도 추상적인 내용으로 설명해야 했다”며 “지금은 스노우플레이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어떤 부분의 자료와 분석이 필요한 지 정확히 요구해 업무시간이 단축됐다”고 말했다.
다만 김 CDO는 스노우플레이크의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때 안정성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 고유의 값이 손실되지 않고 다른 이용자에게 그대로 전송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분야에서는 업력이 긴 오라클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클라우드 솔루션의 활용 범위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김 CDO는 “현재 인재개발팀과 협력해 사내 교육을 통해 클라우드 활용법을 임직원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사내 인사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업무 효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CDO는 2009년 서울대에서 화학생물공학 박사를 받고, 삼성SDS에 입사해 SCM컨설턴트, 마케팅전략그룹장을 맡았다. 2021년부터 CJ프레시웨이에 합류해 디지털혁신담당팀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김 CDO와의 일문일답.
—스노우플레이크 클라우드 플랫폼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다른 클라우드 플랫폼도 검토했지만, 사용법을 익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클라우드를 관리하거나 데이터베이스를 쌓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학습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노우플레이크 플랫폼은 개발자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만 익혀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무 과정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다. 사용료도 타 경쟁사 서비스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 부담이 적다.”
—클라우드 도입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다른 부서의 데이터가 필요할 때, 열심히 묻고 다니며 모아야 했다. 지금은 클라우드 플랫폼을 이용하다 보니 부서 간 데이터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자료를 활용해 즉각 그래프나 통계를 만들 수 있어 업무 시 의사 결정도 빨라졌다. CJ프레시웨이는 2021년 스노우플레이크 클라우드 플랫폼을 도입했는데, 도입 전에 비해 업무시간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업무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예를 들면.
“주요 고객사 중 학교와 유치원이 있다. 학생이나 원생들이 먹을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는데, 재고 수량을 잘못 계산해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 고객사의 신뢰를 잃게 된다. 유치원이나 학교 별로 선호하는 식자재 등을 스노우플레이크 클라우드를 통해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예상 재고를 미리 비축해 둘 수 있다. 영업사원들도 이 같은 자료를 통해 해당 지역의 식자재 관련 동향을 알 수 있어, 고객사를 공략하는데 효과적이다.”
—추가로 AI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할 분야가 있는지.
“인재 채용에 적극 활용하고 싶다. AI 챗봇을 통해 CJ프레시웨이 채용 지원자의 질문에 답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산출하는 데에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볼 생각이다. 다양한 지표의 만족도를 수집해 퇴사 가능성 등을 예측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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