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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거나 담대하게… 선택된 자만이 누리는 질주 본능 [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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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하이브리드 동력원을 갖춘 한정 모델인 맥라렌 W1(왼쪽)과 페라리 F80. 각 사 제공
고성능 하이브리드 동력원을 갖춘 한정 모델인 맥라렌 W1(왼쪽)과 페라리 F80. 각 사 제공

자동차 세계에서도 특히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경쟁자에 관해 언급하기를 꺼린다. 항상 경쟁을 의식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자존심은 브랜드 가치와 열성팬들의 지지를 굳건히 다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물론 모든 사람이 때로는 오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를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브랜드의 설명과 관계없이 자동차 애호가들은 비슷한 성격의 브랜드들이나 차들을 두고 비교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일에 익숙하다. 어린 시절 TV 만화영화를 보면서 “마징가와 그레이트 마징가 중에 어느 쪽이 더 세냐”며 친구들과 옥신각신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10월 들어 이름난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 두 곳이 차례로 내놓은 차들은 언뜻 유치해 보이지만 흥미로운 비교와 논쟁에 다시금 불을 댕겼다. 브랜드, 차 모두 차이점만큼이나 공통점이 많아 오히려 비교하지 않으면 어색할 노릇이다. 그 주인공은 맥라렌 W1과 페라리 F80이다.

맥라렌과 페라리는 서로를 경쟁자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넓게 보면 두 브랜드는 여러 면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왔다. 우선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인 포뮬러 원(F1)에 참여해 온 역사가 길다. 페라리는 F1 세계선수권대회가 시작된 1950년부터 출전한 F1 역사의 산증인이다. 맥라렌은 그보다 늦은 1966년에 F1에 뛰어들었지만 페라리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출전 이력을 자랑하는 F1의 명문이다. 한동안 두 브랜드팀 모두 침체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올해는 맥라렌과 페라리 모두 팀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일반 도로용 스포츠카도 만들고 있는데 이 역시 페라리의 역사와 경험이 더 길다. 그러나 맥라렌도 기술적 우수성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사이에 럭셔리 스포츠카 시장에 뿌리를 든든히 내렸다. F1 기술을 응용한 설계와 제작 방식, 공기역학 기술의 적극적 활용 등은 두 브랜드 스포츠카에서 모두 돋보인다. 이번에 선보인 최신 모델들에도 그와 같은 특징들이 고루 반영돼 비교하는 재미를 돋운다.

맥라렌 W1

F1 기술 적용한 터보 엔진-모터
최고 1275 마력 후륜 구동 출력
곡선-곡면 강조한 고전적인 디자인

능동적으로 조절돼 고속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맥라렌 W1의 뒷스포일러. 맥라렌 제공
능동적으로 조절돼 고속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맥라렌 W1의 뒷스포일러. 맥라렌 제공

두 차 모두 각 브랜드 입장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W1은 1993년에 나온 F1과 2013년에 선보인 P1에 이어 나온 맥라렌의 세 번째 ‘1’ 시리즈다. 1 시리즈는 당대 맥라렌 최고의 기술과 성능을 자랑하는 상징적 모델로 W1은 현재 기준 맥라렌의 최상위 모델이다. 숫자 1 앞에 붙은 ‘W’는 세계선수권의 영어 표현인 ‘월드 챔피언십’의 머리글자를 암시하는 것으로 F1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페라리 F80

사륜구동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
가속 시 2.2초 만에 시속 100㎞ 도달
공기역학 요소 강조한 레이싱 카 스타일

최신 경주차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페라리 F80의 옆모습. 페라리 제공
최신 경주차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페라리 F80의 옆모습. 페라리 제공

페라리 F80 역시 페라리가 최상위 특별 모델을 가리키는 슈퍼카의 계보를 이으면서 설립 40주년 기념으로 1987년에 내놓은 F40이나 1995년에 출시한 F50처럼 설립 80주년을 기념한다는 뜻이 이름에 담겨 있다. 다른 페라리 슈퍼카들처럼 F80도 한정 생산되는데 페라리 설립 80주년인 2027년이면 예정된 분량의 생산이 끝날 듯하다.

전동화 흐름을 반영해 두 브랜드의 최신 모델은 모두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동력원을 갖췄다. 그러나 구현 방식은 다르다. 맥라렌 W1은 V8 4.0L 트윈 터보 엔진에 전기 모터를 결합해 1275마력의 최고 출력을 내고 동력원에서 나온 힘을 모두 뒷바퀴로 쏟아낸다. 반면 페라리 F80은 전기 모터와 V6 3.0L 트윈 터보 엔진이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뒷바퀴를 굴리면서 좌우 앞바퀴에 하나씩 연결된 전기 모터를 더한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달린다. F80의 동력원이 내는 최고 출력은 1200마력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체 출력은 맥라렌이 더 높지만 가속 경쟁에서는 정지 상태에서 2.2초면 시속 100㎞에 이르는 페라리가 같은 속도를 내기까지 2.7초가 걸리는 맥라렌을 앞선다. 다만 가속을 이어 나가면 맥라렌이 금세 페라리를 따라잡는다.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차 모두 5.8초, 최고 속도도 시속 350㎞로 두 차가 같다. 어느 쪽이든 성능 면에서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트랙과 같은 제한된 조건에서 초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차들인 만큼 두 차는 고속에서도 안정성을 잃지 않도록 공기역학 특성을 높은 수준으로 구현했다. 두 차 모두 시속 250㎞에서 차체를 아래로 누르는 힘이 1000㎏이 넘어 말 그대로 땅에 달라붙은 듯 든든히 달릴 수 있다. 특히 차체 뒤쪽에 단 날개 모양의 장치인 스포일러는 속도와 주행 상태에 따라 위치가 자동으로 조절돼 필요에 따라 안정성을 높이거나 가속에 도움을 준다.

차체 디자인에 공기역학 특성을 세심하게 반영했다는 점에서는 두 차의 방향이 같지만 구현 방식은 뚜렷하게 다르다. 맥라렌 W1은 곡선과 곡면의 부드러움이 우아한 느낌을 주면서도 조금은 고전적 분위기를 내지만 페라리 F80은 옛 페라리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대담한 앞모습과 페라리의 최신 세계내구선수권(WEC) 경주차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옆모습이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을 준다.

사실 두 차는 공개되기도 전 한정된 생산량에 대한 예약이 이미 끝났다. 맥라렌 W1은 399명, 페라리 F80은 799명의 주인이 이미 정해진 것이다. 선택 사항을 뺀 기본값은 맥라렌 W1은 약 200만 파운드(약 36억 원), 페라리 F80이 약 360만 유로(약 54억 원)라고 한다. 값 차이는 상당하지만 가격이 차의 가치를 전부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사람들의 취향과 브랜드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뚜렷한지도 짐작할 수 있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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