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4주기 추도식이 25일 오전 경기 수원 선영에서 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들은 이날 한자리에 모여 조용히 이 선대회장의 업적과 뜻을 기렸다.
이 회장은 오전 10시 30분쯤 검은색 세단을 타고 선영에 가장 먼저 모습을 보였다. 11시 전후로 모두 모인 유족들은 약 40분간 머무르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에 앞서 정현호·한종희·전영현·최성안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현직 사장단 50여명이 오전 10시를 전후해 검은색 승합차 6대를 타고 줄지어 도착했다. 사장단은 헌화와 묵념을 20여분간 머물렀다.
추모를 마친 뒤 이 회장은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 있는 창조관으로 이동해 사장단과 비공개 오찬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매년 추도식에 참석한 뒤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 해왔다.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력 약화 등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 회장은 사장단과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회장은 2022년 부회장 시절, 추도식 후 사장단에게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날에는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이 선대회장 4주기 추모 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회에는 삼성 사장단 및 임직원, 인근 주민, 협력회사 대표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음악회에 초청된 삼성생명 우수설계사 50여명과 한 명씩 사진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장 로비에는 이 선대회장의 생전 사진과 삼성 경영과 관련해 당부했던 메시지가 전시됐다. 특히 1995년 ‘휴대폰 개발에 신경을 쓰십시오. 반드시 한 명당 한 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옵니다’, 2007년 ‘미래사회에는 손톱 크기의 반도체에 지구상의 모든 정보를 담아 휴대가 가능해지고, 인간의 두뇌에 버금가는 인공지능(AI)이 개발될 것’ 등 현재 삼성의 주요 사업과 관련한 이 선대회장의 발언이 소개됐다.
이 선대회장은 1987년 부친인 이병철 창업회장 별세 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랐고,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5개월여간 투병하다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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