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년 사이 국가바이오위원회,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 의료 바이오 분야에 여러 위원회를 만들었다. 목표와 성격은 물론이고, 참여자 구성까지 비슷한 위원회가 연이어 생겨 업계는 되레 혼란스럽다는 평가다. 일관된 바이오 관련 정책 마련을 위해 컨트롤타워를 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바이오 국가 역량을 끌어모으겠다며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출범키로 했다. 지난 7일까지 입법 예고를 마쳤고,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열릴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국가바이오위원회 설치 이유를 “첨단바이오를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 및 인류 복지 증진을 위해 국내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범국가적 리더십과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연구개발·상용화·인허가 등 바이오 정책 전반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원회는 위원장(대통령)과 부위원장 1명씩을 포함해 각 부처 장관급, 과학기술수석, 국가안보실 제3차장 외 현장·학계 민간 전문가 등 40명 안팎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문제는 지난해 말 출범한 국무총리 주재 범정부 컨트롤타워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와의 차별성이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업무가 부처·분야·단계별 칸막이에 가로막혀, 정부 정책이 분절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목적은 ‘바이오헬스 육성과 바이오헬스와 첨단기술과의 융복합’을 체계적·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국무총리 주재 범부처 거버넌스다. 기능은 바이오헬스혁신 정책 및 추진과제 심의·의결이다.
출범을 앞둔 대통령 직속 위원회와 지난해 말 총리 직속으로 발표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는 역할이 겹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구성도 두 위원회가 비슷하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정부 부처 장관들이 위원이 되는데, 이는 바이오헬스위원회 위원 구성과 겹친다. 겹치는 부처는 △기획재정부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 △국무조정실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특허청장 및 질병관리청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외교부 장관만 빼고 모두 동일하다.
위원회가 심의하는 기능도 비슷하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바이오 관련 투자 전략 수립 △규제 발굴과 개선 △바이오 기술·산업 관련 주요 정책 및 제도 △민·관 및 관련 기관·단체 간 협력체계 구축 등이다.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역시 △바이오헬스혁신정책 수립 △관련 법·제도 개선 △바이오헬스 관련 제품 및 서비스 기술개발 및 생산·수급 △국내 기업·기관·단체 간 협력체계 구축 등이다. 바이오헬스혁신 단어에서 ‘헬스혁신’을 빼면 유사하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려고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출범했는데 같은 역할을 하는 ‘바이오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갑자기 튀어나왔다”면서 “차별화가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헬스혁신위는 총리 주재로 출범했지만 결국 범부처보다는 복지부가 주도하는 형태가 됐고, 복지부와 식약처의 규제개선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라”면서 “대통령 직속으로 가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두 위원회가 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바이오헬스혁신위를 국가바이오위원회에서 흡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복지부 바이오헬스혁신추진단 관계자는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는 레드 바이오만 포함돼 있던 것이고,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레드, 그린, 화이트 바이오까지 폭넓게 논의하는 개념”이라며 “국가바이오위원회에서는 국가 전략, 바이오 경제나 안보쪽에 좀 더 포커스해서 다룰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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