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래를 이끌어 갈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직접 나서 디지털 심화시대 발생할 다양한 쟁점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학생들은 날카로운 시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의 명암을 진단하고 정책 대안까지 제시했다. 이번 행사가 디지털 공동번영사회로 한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일 서울 강남구 더북컴퍼니 문화라운지에서 ‘디지털 심화쟁점 토론대회 및 논문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디지털 심화시대 새롭게 제기되는 쟁점에 대해 학생들의 생생한 의견을 듣고 디지털 네이티브 시각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행사에는 토론대회 최종 결승에 진출한 중·고교생 및 대학생과 논문 공모전 수상자, 참관객 및 심사위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꽃다발을 들고 긴장된 모습으로 토론을 지켜보는 친지·지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이번 토론대회와 논문공모전은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디지털 심화시대의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자리”라며 “오늘 논의는 단순한 대회를 넘어 우리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심화쟁점 토론대회 결승에서는 AI 혁신과 규제의 조화, 딥페이크 성범죄와 가짜뉴스 대응 등 디지털 심화시대 핵심 쟁점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76개팀과의 경쟁을 뚫고 올라온 결승전인 만큼 학생들은 상대의 주장을 반박·재반박하며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대학부에서는 이심전심(윤채림·최인성)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심전심팀은 ‘딥페이크 가짜뉴스 방지를 위해 AI 생성물 표시제 의무화가 효과적인가’를 주제로 한 찬반토론에서 반대측 입장에서 제도의 비효율성과 제도 정착의 실현가능성 부족 등을 논거로 제시해 과기정통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심전심팀은 “딥페이크 부작용의 본질은 진위 여부가 아닌 합성물 자체로 발생하는 피해”라며 “AI 표시제를 의무화한다해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AI 생성물 표시 의무화보다 나은 대안을 찾아야한다고 주문했다.
고등부에서는 키케로(유소연·이평청주)팀이, 중등부에서는 클레버(이예서·최여지)팀이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키케로팀은 ‘딥페이크 성범죄를 예방·대응하기 위해 플랫폼사업자에게 강한 의무를 부과해야 하는지’에 대해 반대 입장에서 토론했다. 키케로팀은 기술적 한계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언급하며 “근본적인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법·제도 마련과 교육을 통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한다”고 밝혔다.
클레버팀은 ‘AI 위험성을 막기 위해 AI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적정수준 이상으로 개발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찬성 입장에 섰다. 클레버팀은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AI의 무분별한 발전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AI 오남용을 줄이고 윤리를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가 AI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펼쳐 우승을 거머줬다.
토론대회 심사위원을 맡은 사영준 서강대학교 교수는 “우승팀 모두 디지털 네이티브인 학생들 시선에서 AI 시대에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에 대응하기 위해 각자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점이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진 디지털 논문공모전에서는 1·2차 심사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의 김주성 학생이 제출한 ‘시각장애인 정보접근성 지원 요구 탐색: 복지관, 기업, 정부 차원의 다각적 지원 방안’이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김주성씨는 발표를 통해 AI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혁신이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에 주는 영향을 평가하고 보조공학기기 보급, 교육 시스템 개선, 기업과 정부의 책임성 강화 등 정책적 노력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히 예산 지원 확대를 위해서도 보조기기의 개념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단순 AI 기술뿐 아니라 복지관, 기업, 정부 차원의 다각적 지원 방안을 제안하고, 정보접근성 관련 정책 수립 및 서비스 개발에 구체적이고 실제적 방향성을 다뤘다. 연구에 참여한 10명 중 7명은 시각장애 당사자로 사용자 관점에서 경험을 반영한 다각적 논의가 이뤄진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날 토론대회 우승팀에게는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함께 100만~3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으며 준결승 진출팀까지 총 1120만원의 시상금이 제공됐다. 논문대회 최우수작에게 장관상과 3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고 우수작에도 각각 200만원씩 수여돼 총 700만원이 논문대회 상금으로 돌아갔다.
행사를 공동주관한 박재문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는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시점에서 미래 사회 주역인 청소년·학생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다가올 디지털 사회 문제인식과 대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축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정립하는 핵심 주체는 국민이며, 디지털 심화시대에는 쟁점의 성격이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복잡해 국민의 숙의가 무엇보다 중요다고 강조한다. 과기정통부는 온라인 디지털공론장을 통해 설문조사,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토론대회, 논문 공모전 등을 추진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콜로키움, 오픈포럼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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