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 출하를 앞둔 가운데, 기존 공랭식 대비 발열 통제 효율을 높인 수랭식(액체 냉각) 서버 시스템 적용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웰의 성능이 이전 세대 대비 향상되며 발열 등의 문제가 심화되자, 서버 단위에서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델 테크놀로지스와 레노버, 슈퍼마이크로 등 서버 기업도 액체 냉각 시스템을 적용한 서버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1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서버에 적용되는 액체 냉각 시스템 보급률이 올해 약 10%에서 내년 2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의 블랙웰이 액체 냉각 시스템의 비중 확대를 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첨단 공정만으로 칩의 발열 문제를 제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여러 대의 가속기가 탑재된 서버 단위에서 발생하는 열을 통제하고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내에 공기를 통과시켜 열을 식히는 방식(공랭식)의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환풍기 소음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액체 냉각 방식이 차세대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액체 냉각 방식은 서버 속에 혈관 같이 파이프를 설치해, 차가운 용액을 보내는 형태로 열을 식혀 냉각 팬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이를 통해 전력 효율을 최대 90% 높일 수 있고 소음도 방지할 수 있다.
이에 엔비디아 AI 가속기 블랙웰의 본격 출하를 앞두고 델과 레노버, 슈퍼마이크로 등 서버 기업들이 액체 냉각 시스템이 도입된 서버 시스템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공급 경쟁에 나서고 있다. 델은 17일(현지시각) ‘델 AI 팩토리’ 행사를 통해 블랙웰을 탑재하는 액체 냉각 방식 서버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날 델은 이전 세대 엔비디아 AI 가속기인 H100을 탑재한 공랭식 서버 시스템보다 에너지 효율이 최대 25배 향상됐다고 밝혔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레노버는 연례 글로벌 행사 ‘테크월드(Tech World)’에서 엔비디아의 블랙웰이 탑재될 최신 AI 서버를 소개했다. 레노버는 ‘6세대 넵튠 액체 냉각 시스템’을 선보이며,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를 최대 4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레노버와 함께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AI 기능을 고객사에 모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며 “매년 성능을 두 배로 높이거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레노버는 내년 초 엔비디아의 블랙웰을 탑재한 액체 냉각 시스템을 고객사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블랙웰에 최적화된 직접 액체 냉각(DLC) 시스템을 선보인 슈퍼마이크로는 DLC 시스템 도입 비중을 2년 내 10%에서 3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찰스 리앙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위해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도록 생산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이전 세대인 호퍼 시리즈에도 액침 냉각 시스템이 적용된 서버를 공급하고 있는 슈퍼마이크로는 지난 7일(현지시각) “최근 AI 공장 일부에 DLC 솔루션과 함께 10만대 이상의 그리팩처리장치(GPU)를 배치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렌드포스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AI 서버 시장을 현재 엔비디아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블랙웰의 고성능 GPU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액체 냉각 시스템을 공급하는 서버 기업의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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