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대만 미디어텍이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용 보급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넘어 3나노(㎚·10억분의1m) 공정으로 양산된 차세대 제품을 앞세워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고급형 AP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시장에서 강자인 퀄컴 역시 이달 말 ‘스냅드래곤 서밋’ 행사를를 열고 ‘스냅드래곤 8’ 4세대 제품을 공개할 예정인 만큼 향후 시장 구도 변화에도 관심이 모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미디어텍은 최근 차세대 고급형 모바일 AP ‘디멘시티 9400’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TSMC의 2세대 3나노 초미세공정을 통해 생산돼 전작(디멘시티9300) 대비 전력 효율은 40% 개선됐고, 싱글코어 성능은 35%, 멀티코어는 28% 향상됐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으로 스마트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당초 미디어텍은 보급형 모바일 AP에 주력해왔지만 최근 들어 고급형 AP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디멘시티 9400’의 성능이 벤치마크 결과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 대비 연산속도는 30% 더 빠르고, 전력모소량은 40% 줄인 것으로 나타나 업계의 이목을 끈다. 해외 IT 전문매체 GSM아레나가 인공지능(AI)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벤치마크 점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디멘시티 9400’은 6773점을 기록하며, ‘스냅드래곤 8’ 3세대(3633점)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디어텍은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디멘시티’ 시리즈는 퀄컴의 동급 제품보다 20~30%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유명 IT 정보유출자(팁스터) ‘디지털 챗 스테이션’에 따르면 ‘디멘시티 9400’의 가격은 155달러(약 21만원) 수준으로, ‘스냅드래곤 8’ 4세대(190달러)보다 20% 가량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텍은 이미 ‘디멘시티 9400’를 공급할 고객사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디멘시티 9400’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의 최신 제품인 ‘X200 시리즈’에 적용됐으며, 오포 ‘파인X8’, ‘X8 프로’에 탑재될 예정이다.
미디어텍이 프리미엄 제품에 탑재되는 모바일 AP 성능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내년 초 출시될 삼성전자의 ‘갤럭시S25’ 시리즈에도 탑재될 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초 선보일 ‘갤럭시S25’ 시리즈의 AP 칩셋에 관해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쯤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제품 개발과 생산을 위한 마지노선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더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출시한 태블릿 PC ‘갤럭시S탭 10’ 시리즈에 ‘디멘시티 9300+를 탑재하며 미디어텍 제품을 적용했다. 아울러 대만 공상시보 등 현지 언론들은 최근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를 앞둔 갤럭시S25 시리즈 AP의 2차 공급망으로 미디어텍 제품을 사용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 시리즈’에 자사 ‘엑시노스’ AP와 퀄컴 ‘스냅드래곤’ AP를 혼용해 탑재해왔다. 하지만 퀄컴의 제품 탑재 비중이 확대될수록 스마트폰 생산 비용도 커졌다. 특히 퀄컴의 새로운 차세대 AP인 ‘스냅드래곤8’ 4세대의 가격은 전작 대비 최대 30% 인상될 전망인 만큼 ‘갤럭시S25’ 시리즈의 출고가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삼성전자의 모바일AP 매입 비용은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 2022년 약 4조5000억원에서 2023년 5조7457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올해에는 6조275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비용 절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퀄컴뿐만 아니라 미디어텍의 AP를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선 스마트폰 사업 담당하는 MX사업부가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개발 중인 ‘엑시노스 2500’ AP를 ‘갤럭시S25’ 시리즈에 탑재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최근 ‘엑시노스’ AP에서 반복되는 수율(양품 비율) 문제 발생하며 채택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갤럭시S25’ 시리즈가 아닌 하반기 ‘갤럭시 Z 플립·폴드7에 탑재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밍치 쿠오 TF 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낮은 공정 수율로 엑시노스 2500을 예정대로 활용할 수 없어 (갤럭시 S25에) 스냅드래곤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핵심 파트너인 구글을 통해 ‘갤럭시S25’의 미디어텍 AP 채택 정황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미 IT 전문매체 노트북체크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26일 딥마인드 블로그에 “세계 최고 칩 설계 회사 중 하나인 미디어텍은 삼성 휴대폰에 사용되는 디멘시티 플래그십 5G와 같은 최첨단 칩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전력, 성능 및 칩 면적을 개선하기 위해 알파칩(AlphaChip)을 확장했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에서 구체적인 제품 명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트북체크는 “삼성은 중급 스마트폰에 디멘시티 칩을 사용해 왔지만, 해당 게시글엔 ‘플래그십’이 명시돼 있다”며 “이는 S25 시리즈를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 절감’과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삼성전자가 막바지 고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 입장에선 전량 퀄컴 AP를 채택하기 보다 자사 ‘엑시노스’ AP 탑재를 마지막까지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수익성 제고를 위해 ‘디멘시티 9400’의 실제 성능을 확인한 후 소량 채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