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의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 이테크’는 회사가 4년 만에 내놓는 신차다. 오랜만에 나온 모델이다 보니 회사는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절치부심 개발했다. 차량 크기와 차종, 연료 방식을 대중의 반응이 가장 좋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브리드로 각각 설정해 개발한 것도 이 차량을 꼭 흥행시키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최근 차량을 시승하며 그랑 콜레오스가 대중을 겨냥한 차량으로서 얼마나 짜임새 있게 만들었는지를 중점으로 살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급 차량 대비 널찍하게 뽑힌 실내 공간이었다. 그랑 콜레오스와 비교군으로 꼽히는 기아 ‘쏘렌토’나 현대자동차 ‘싼타페’보다 차량의 전체 길이는 10∼35mm가량 짧지만 승객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는 오히려 그랑 콜레오스가 더 길었다. 싼타페와 쏘렌토의 휠베이스는 둘 다 2815mm이고, 그랑 콜레오스는 2820mm였다. 내부 공간이 넓다 보니 성인 남성이 2열에 앉아도 무릎 앞 주먹 두세 개 정도의 공간이 남을 정도로 쾌적했다. 트렁크도 기본 633L로 제공되고, 2열을 접으면 2034L까지 커진 덕에 장바구니나 유모차 등을 싣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랑 콜레오스는 편안한 가족용 차량을 표방하고 있는데 적어도 실내 크기 면에서는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대중용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정숙성도 상당히 신경을 쓴 모양새였다. 차량 구동 중 엔진과 타이어,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분석해 그에 반대되는 반사파를 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이 적용된 덕에 실내가 조용했다. 더군다나 속도가 빠르지 않은 도심에서는 전체 거리의 최대 75%까지 엔진 개입 없이 ‘전기 모드’로 주행한다는 점도 정숙성을 배가시켰다. 주변 소음이 적다 보니 주행 중 음악을 감상할 때 소리가 더 깨끗하고 잘 들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1열 디스플레이는 경쟁 모델들과 확실히 차이점을 주는 포인트였다. 12.3인치의 디스플레이 3개가 운전석 계기판, 1열 중앙, 조수석까지 이어져 있다. 특히 3개의 디스플레이 중 하나는 조수석 전용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운전석에서는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잘 안 보이도록 설계돼 있고, 헤드셋을 사용하면 동승자만 차량 내부 스피커와 별개로 따로 음향을 즐길 수 있다. 동승자가 운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디스플레를 조작하고, 노래를 듣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다만 이 디스플레이를 처음 만지는 사람이라면 해당 기능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핵심인 연비도 중형 SUV치고 준수했다. 여러 주행모드를 다양하게 사용해봤음에도 연비는 L당 11∼13km 수준을 유지했다. 만약 좀 더 연비에 신경을 쓰며 운전했다면 공인 복합연비인 L당 15.7km를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출시 초반 고객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지난달 전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고객 시승 행사에서 응답자(2300여 명) 중 97%가 “시승이 만족스럽다”고 답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응답자의 64%는 3개월 내 구매 의사가 있다고도 답했다.
더불어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203.5% 증가한 5010대를 판매하며 그랑 콜레오스의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의 시작가는 가솔린 모델이 3495만∼4345만 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3920만∼4495만 원(세제혜택 전)으로 싼타페나 쏘렌토 등 경쟁 대중 모델들과 비슷하게 책정됐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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