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브랜드 최초의 픽업트럭 타스만 국내 출시가 예고됨에 따라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더 기아 타스만’을 통해 신모델이 많지 않은 픽업트럭에 시장에 신선함을 더해 판매량을 확대하고 새로운 세그먼트 공략이 집중할 방침이다.
타스만의 등장 소식에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KG 모빌리티(이하 KGM) 렉스턴 스포츠의 위상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렉스턴 스포츠의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렉스턴 스포츠의 경우 지난 2018년 출시 이후 두 차례 부분변경만 거쳤을 뿐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완전변경 모델 투입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신선함이 떨어진 탓인지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량은 소폭 감소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KGM의 9월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렉스턴 스포츠는 9월 한 달간 1225대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6% 감소한 수치다. 누적 판매 대수 역시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렉스턴 스포츠의 누적 판매 대수는 989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7% 떨어졌다.
GM 한국사업장(이하 한국지엠)도 처지가 비슷하다. 한국지엠은 지난 7월 쉐보레 올 뉴 콜로라도를 투입해 초도 물량을 완판하는 등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기세가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다. 콜로라도는 총 68대가 판매됐으며 이는 지난해 9월 대비 2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픽업트럭 전체 수요도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는 추세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신규 등록 대수는 1만8199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38.7% 감소한 수치다.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이 2만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1만9786대를 기록했던 2012년 이후 11년 만이다.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기아 타스만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기아는 오는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사우디에서 열리는 ‘제다 국제 모터쇼’를 통해 타스만의 실물을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 국내에 출시하고 이후 호주와 아프리카, 중동 시장 등에서도 출시를 이어 나갈 방침이다.
타스만은 픽업트럭 시장을 개척할 기아의 핵심 신차이기 때문에 수차례 타스만의 사전 마케팅을 진행하하고 있다. 성공적인 시장 투입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기아는 지난 4월 타스만의 차명을 공개한 바 있다. 타스만이라는 이름은 호주 최남단 영감의 섬으로 불리는 타스마니아와 타스만 해협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6월에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타스만’ 전용 위장막 모델 실물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타스만의 위장막은 일반 모델과 달리 상당히 화려한 패턴을 두른 것이 특징이다. 이 위장막은 뉴질랜드 출신의 아티스트 리처드 보이드 던롭(Richard Boyd-Dunlop)과 협업을 통해 호주의 풍경을 녹여낸 독특한 감성으로 완성했다.
아울러 기아는 타스만의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자사 유튜브 월드와이드 채널을 통해 타스만의 개발 과정을 담은 영상 시리즈 ‘원 모어 라운드(One More Round)’ 티저를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서부극 촬영지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앨라배마 힐스(Alabama Hills)를 달리는 테스트카와 ▲호주 툴랑기(Toolangi)의 숲 ▲빅토리아 주의 마운트 블랙(Mount Black) ▲머레이스 코너(Murrays Corner)의 거친 지형을 달리는 모습을 통해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과시했다.
특히 원 모어 라운드 시리즈 중 ‘Off-roading test’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미국 앨라배마 힐스의 가파른 지형을 달리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타스만은 경사도 30% 이상의 바위 지형과 경사도 40%에 달하는 험로와 불규칙한 노면에서 트랙션을 잃지 않고 주행했다.
또 얼마 전 공개된 영상에서는 광주 오토랜드의 테스트 현장에서 수중 차량 주행 속도 및 수심 변화에 따른 도하 성능을 평가하는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다.
영상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기아는 타스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4년 이상 국내는 물론 미국, 호주, 스웨덴, 중동 등 다양한 곳을 오가며 오프로드 특화 성능과 내구성, 승차감 및 조정 안전성(R&H), 트레일링 안전성, 도하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
기아는 타스만의 양산 준비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국내 생산 거점인 기아 오토랜드 화성 공장에서 양산하며 연간 목표는 6만5000대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를 시작으로 픽업 트럭에 관심이 높은 호주와 아시아, 중동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판매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타스만의 정확한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의 차체를 기반으로 2.5리터(ℓ) 가솔린 터보와 2.2ℓ 디젤 엔진 등 2종의 파워트레인으로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 험로 주행 성능을 위한 사륜구동 시스템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타스만을 통해 픽업트럭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만큼 높은 상품성과 주행 성능능이 뒷받침되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국내 픽업 트럭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렉스턴 스포츠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성능은 물론 가격 책정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아 타스만은 KGM 렉스턴 스포츠, 포드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게 된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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