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미국 입성에 성공한 국산 신약들의 현지 상업화 활동이 시작되면서 하반기 각 기업들의 가치상승 기대감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년 미국 진출을 예고한 기업까지 사전 고평가가 이뤄지면서 여느 때보다 신약이 갖는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산 신약들의 상업화가 속도를 내면서 예상 성적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선 셀트리온은 하반기부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의 매출 확대가 예상되면서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고 있다.
iM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셀트리온의 올해 전체 매출 가이던스를 3조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중 짐펜트라는 전체 매출의 약 8%인 2500억원이 예상되고 있다.
장민환 iM증권 연구원은 “짐펜트라는 출시 2년 내 블록버스터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셀트리온의 실적과 수익성에 대한 기여도는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짐펜트라는 TNF-α 억제제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정맥주사(SC) 제형인 램시마를 피하주사로 제형을 변경해 개발한 세계 유일의 인플릭시맙 SC제형 치료제다. 해당 약품은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 지위를 얻고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짐펜트라는 셀트리온이 미국 시장에서 신약으로 승인받은 첫 제품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은 SC제형과 투여법에 대한 특허를 통해 최대 2040년까지 특허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짐펜트라는 미국 3대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등재 등으로 매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짐펜트라는 올해 3월 미국 시장에 출시된 직후 미국 3대 PBM 중 하나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와 처방집 등재 계약을 맺었다.
이후 7월과 8월 대형 PBM과 연달아 계약을 성사시키며 출시 첫해부터 미국 내 가장 영향력있는 PBM과 모두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짐펜트라는 미국 전역 PBM과 보험사 처방집 등 총 26개에 이름을 올린 상태로, 미국 보험 시장의 75% 규모 커버리지를 확보했다.
장 연구원은 “미국 3대 PBM 등재 이후 환급 개시와 함께 처방 증가에 소요되는 3개월 기간을 고려할 때 하반기 매출은 4분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이던스 충족을 위한 목표 환자 수는 3만명 정도”라고 예상했다.
또한 올해 국산 항암제 최초로 FDA 허가 승인을 획득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현지 약값이 결정되면서 개발사인 유한양행의 기업가치가 또 한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라즈클루즈’라는 제품명으로 미국에 출시된 렉라자의 한달 복용분(30정) 가격은 약 1만8000달러(2400만원)로 책정됐다. 즉 1년 약가만 21만6000달러(2억9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약가에 4배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렉라자의 국내 약가는 한달 기준 약 570만원으로 연간 6800만원이다.
당초 렉라자의 미국 1년 약가는 10만 달러 내외로 예상됐지만 그보다 2배 높은 수준으로 책정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렉라자가 경쟁약품보다 효과가 앞서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가격 책정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폐암 진행률을 표준 치료법보다 40% 이상 늦춘다는 임상 결과도 존재한다. 더불어 해당 병용요법을 적용한 진행성 폐암 환자는 평균 23.7개월 후에도 병이 진행되지 않고 생존했다.
앞서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임상 1상을 진행하던 중인 2018년 신약의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미국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에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현지 매출은 얀센이 일으키는 구조지만 유한양행은 마일스톤을 통해 실적에 따른 기술료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미 유한양행은 올해 상업화 기술료 6000만 달러(804억원)를 수령할 예정이다. 이는 회사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1조8590억원)의 2.5%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나아가 내년 미국 진출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국산 신약까지 높은 가치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HK이노엔에 대해 국내 영업가치와 미국 케이캡 가치가 동반 상향해 목표주가를 기존 5만2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23% 상향 조정했다.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제제인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은 내년 중 FDA 허가 신청이 예상되고 있다. HK이노엔은 연내 미국에서 비미란성 식도염 임상 3상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중 미란성 식도염 임상 3상 완료를 목표하고 있다.
이에 HK이노엔의 영업가치 역시 기존 1조3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유는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 시점이 내년으로 변경되면서 최근 피어 멀티플(해외 비교기업 주가수준)이 9.0배에서 9.4배로 상향했기 때문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부터 본격적인 미국 출시가 예상되며, 최근 경쟁 제품의 시장 침투 빠른 확대에 따른 동반 수혜도 기대된다”며 “미국 케이캡 가치는 미국 경쟁사 팬텀 파마(Phathom Pharma) 시가총액의 최소 30~40% 비중이 합리적이다. 추후 임상 데이터와 파트너사 세일즈에 따라 상향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FDA 허가를 획득한 국산 신약들이 연달아 성공적으로 상업화 궤도에 오르면서 기업가치가 덩달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성과가 국내 제약산업의 R&D(연구개발) 투자 중요성을 끌어올릴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FDA 승인을 획득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을 보장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쟁약물 대비 높은 효능과 적절한 상업화 전략이 함께 이뤄져야 수익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데, 최근 국산 신약들은 이와 같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등 이상적으로 순항 중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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