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인공지능(AI)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주파수 할당대가가 변수로 떠올랐다. 3G·LTE 주파수 대역에 대한 재할당 대가 산정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상황에서 할당 금액이 과도할 경우 신규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 3G·LTE 주파수 용도인 800㎒·900㎒·1.8㎓·2.1㎓·2.6㎓ 대역 총 370㎒폭에 대한 이용기간이 2026년 만료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6월까지 재할당 세부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통신업계는 재할당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전인 2020년 3G·LTE 재할당 대가는 3조1700억원이었다. 정부가 주파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광대역 공급을 꾀하는 만큼 이번에도 상당한 재무무담뿐 아니라 추가 조건까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는 재할당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산정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규할당 경매방식과 정부 재량에 달려있는 재할당은 대가산정 기준을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할당은 기존 서비스 유지와 이용자 보호를 위해 주파수 이용권을 다시 부여하는 것으로 신규할당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신규할당과 유사한 산정방식을 적용하면 재할당 주파수의 실제 가치에 비해 과도한 대가가 부과돼 이용자 후생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도 높은 주파수 대가가 투자·기술혁신을 위축시켜 네트워크 품질 저하를 초래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재할당 대가 산정을 과거 경매가격과 분리하고 재할당 주파수로 발생되는 매출액만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낀 재원으로 AI·클라우드 등 신사업 투자 촉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향후 5년간 AI 투자 비중을 기존의 3배로 늘린다는 방침이며 지난해 KT도 5년간 AI에 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해외 주요국도 할당대가 부담 완화를 통해 투자를 독려하는 기조로 전환 중이다. 앞서 스페인 정부는 이용기간이 만료 예정이던 이동통신 주파수 라이선스를 10년간 무상 연장한다고 밝혔다. 재할당 불확실성을 제거해 기술 혁신과 망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사업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명확한 산정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전파법은 재할당 대가 산정 상당 부분을 정부 재량에 맡기고 있다. 이로 인해 대가 규모의 적절성에 대한 소모적 갈등이 지속되는 상태다. 이에 부담금 성격의 재할당 대가 산정 기준을 전파법에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재량이 많이 작용하다보니 재할당 대가 수준을 예측할 수 없어 투자마저 위축되는 상황”이라며 “재할당 불확실성 해소와 부담 최소화로 AI 등 신사업 진출을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