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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논란]① “할인 받고 싶으면 비싼 요금제 써라”… 통신사·제조사 상술이 폰플레이션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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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윤석열 정부는 통신 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깨고 경쟁을 활성화시켜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고자 했다. 하지만 가계 통신비는 내리지 않았고 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며 고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통신비 인하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통신 시장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통신비를 내릴 대안은 없는지 점검해본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직장인 A씨는 출고가 221만원짜리 삼성 ‘갤럭시Z6폴드’를 구매하기 위해 SK텔레콤의 12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선택, 24개월 약정 조건으로 가입했다. 이렇게 하면 공시지원금을 최대 53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씨가 2년간 지불하는 통신비는 300만원이 넘는다. ‘고가 단말기+비싼 요금제’라는 상술이 통신 시장의 관행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저렴한 요금제에 가입하면 공시지원금 액수가 줄고, 요금제를 변경하거나 중도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 발생한다.

◇ 韓, 전 세계서 스마트폰 가장 비싼 나라

한국은 지난 2021년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가 가장 높은 국가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는 오는 2029년까지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며,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 폴더블 모델이 확산하고 아이폰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국내 출시한 아이폰16 시리즈는 평균 가격이 178만700원에 달하고, 갤럭시Z6 폴더블 시리즈의 가격은 200만원대다. 최신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월 10만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비싼 요금제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입하는데, 여기에는 통신사들의 수익 극대화 전략이 깔려 있다. 고가 단말기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처럼 공시지원금을 많이 제공하지만, 실상은 비싼 요금제를 강매해 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합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일러스트=챗GPT 달리3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통신 3사의 스마트폰 할부판매 평균가격은 62만639원이었다. 이는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에는 87만3597원까지 올랐다. 10년 만에 40% 이상이 오른 셈이다.

김병준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이나 애플 같은 대형 제조사에 중저가폰 출시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구글 픽셀폰과 같은 새로운 단말기를 들여오고, 신규 제조업체들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가 단말기+비싼 요금제’ 조합으로 통신사·제조사 이익↑

윤석열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 통신 3사에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압박하고, 번호이동시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전환지원금도 도입했다.

하지만 전환지원금은 주로 비인기 단말기나 고가 요금제에 혜택이 집중돼,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신사와 제조사들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최신 스마트폰에는 적은 보조금을 제공하고, 구형 모델은 재고털이를 위해 많은 보조금을 제공한다. 실제 올해 출시된 삼성 갤럭시Z6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16 시리즈에는 통신 3사의 전환지원금이 제공되지 않는다.

단말기 가격이 비싸지면 소비자들은 더 많은 공시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고, 이 과정에서 통신 3사는 비싼 요금제를 장기간 유지하도록 소비자들을 묶어두는 각종 결합상품과 혜택을 제공한다. 이 같은 상술은 통신사와 제조사 모두에게 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특정 기업의 마케팅 방식에 직접 간여할 수는 없지만, 전환지원금 정책이 왜곡되지 않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16 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지난달 20일 서울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16 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통신 3사는 올해 들어 3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했다. 하지만 제공 데이터량이 4~6기가바이트(GB) 수준으로 5G 사용자들의 월 평균 사용량(28GB)에 비해 턱없이 부족,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KT의 월 3만7000원짜리 5G 슬림 요금제는 제공 데이터량이 4GB에 불과하다. SK텔레콤의 5G 컴팩트 요금제(3만9000원)도 제공 데이터량이 6GB이며, LG유플러스의 5G 미니 요금제(3만7000원)는 제공 데이터량이 5GB에 그친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정부의 압박으로) 통신 3사가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면, 기존 알뜰폰 이용자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통신 3사의 고가 요금제 이용자들은 제공 데이터량 때문에 중저가 요금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낮다. 결국 가계 통신비 절감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알뜰폰 업계만 피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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