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완성차 브랜드가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파격 할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전기차 소비 둔화와 벤츠 전기차 화재로 심화되고 있는 전기차 공포증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는 크게는 수천만원에서 적게는 수백만원까지 할인을 내걸며 전기차에 대한 가격 부담을 낮춰 소비를 이끌려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먼저 전기차 공포증 중심에 서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는 대부분 모델에 대규모 할인을 적용하고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화재 사고가 발생한 모델인 EQE 350+의 가격을 1242만원 할인한다고 밝혔다. 신차 출고가가 1억350만원이지만 할인을 적용하면 9000만원 초반대에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벤츠의 콤팩트 전기 SUV인 EQA도 할인이 적용되는 모델이다. EQA의 경우 트림과 연식에 따라 최소 237만원에서 최대 515만원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또 EQB는 적게는 300만원에서 570만원까지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벤츠가 내세운 최대 할인 금액을 적용하면 EQA와 EQB의 가격대는 각각 보조금 적용 전 기준으로 6000만원 초반, 7000만원 초반까지 떨어진다.
벤츠는 할인 외에도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보증 기간 2년 추가 연장 ▲100만원 상당의 충전 바우처 제공 ▲주행 중 타이어 파손 시 타이어 교환 서비스 ▲인천공항 무료 발렛 서비스 및 주차료 50% 할인 ▲벤츠 전기차 대상 무이자 제공 등이다.
BMW도 이달부터 대규모 할인 대전에 참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BMW는 준대형 전기 SUV iX x드라이브 50 스포츠 플러스 트림은 출고가 기준 12%에서 최대 15%까지 할인카드를 내세워 전기차 판매량 상승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출고가 1억5500만원인 가장 상위 트림인 iX x드라이브 50 스포츠 플러스 P2는 최대 2000만원까지 할인한다.
플래그십 전기 세단인 i7도 파격적인 할인 전략에 포함된다. i7 e드라이브 50M 스포츠 리미티드의 경우 신차 가격의 13.8%에서 최대 14.4%까지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이를 금액을 환산하면 2300만원에서 2600만원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트림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 2억원에 가까운 i7 e드라이브 M50을 1억 중후반대에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i7 M70 x드라이브는 할인 폭이 더욱 크다. 해당 모델은 무려 3100만원을 할인한다. 2억3180만원짜리 i7을 2억80만원에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전기차 분문에서 BMW와 벤츠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아우디는 2023년식 Q4-e트론을 무려 20%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다. 해당 할인율은 전 트림에 적용된다. Q4 e-트론 스포트백 40 프리미엄의 경우 1308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특히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전기 퍼포먼스 세단 e-트론 GT 콰트로의 경우 최대 4642만원까지 할인한다. 이를 통해 2억632만원에 달하는 해당 모델을 1억5989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수입 브랜드의 파격적인 할인 혜택 소식이 전해지자 평소 가격 부담이 컸던 수입 전기차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누리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반면 단순히 할인에 현혹돼 안전을 담보로 전기차를 사기에는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전기차 할인 대전에 국내 완성차 업체도 동참했다. 먼저 현대자동차는 EV 에브리 페스타를 시행하며 전기차 판매량 증대에 나섰다. 먼저 ▲아이오닉 5 ▲아이오닉 5 N ▲아이오닉 6 ▲코나 일렉트릭을 구매할 경우 200만원을 할인하며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전동화 모델인 GV60을 300만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기아는 ▲EV9을 비롯해 ▲봉고 EV ▲니로 EV ▲니로 플러스 택시의 찻값을 각각 250만원 200만원 100만원, 100만원을 깎아준다. 또 봉고 EV를 소상공인, 농·축·수협과 산림조합 정조합원에게는 ▲충전기 설치 비용 70만원 지원 ▲충전기 미설치 시 차량 가격 30만원 추가 할인 또는 ICCB(220V 비상용 완속 충전 케이블)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아 전기차를 출고하는 개인 및 개인사업자는 기아닷컴 이벤트 페이지에서 상담 정보를 등록하면 전기차 출고 시 사용 가능한 계약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예컨대 EV9의 지원금 30만원이고 이 외 전기차는 10만원을 지원한다.
KG 모빌리티(이하 KGM)도 전기차 페스타를 시행하며 전기차 캐즘 극복에 나섰다. KGM은 토레스 EVX와 토레스 EVX VAN 구매 시 100만원 상당의 3D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지원하고 코란도 EV의 경우 300만원을 할인 판매한다고 밝혔다. 또 전기차 구매 고객에게 50만원의 추가 할인으로 전기차 지역 할인제를 도입한 서울시, 부산, 강원도 등에서는 50만원의 추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할인과 보조금을 모두 적용받으면 토레스 EVX의 경우 부산을 기준으로 940만원 상당의 할인 받게 된다. 또 코란도 EV는 1000만원가량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3000만원 선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한 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며 “전기차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외 브랜드는 파격적인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단순히 가격 인하 정책은 일시적인 판매량 상승만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질적인 전기차 판매량 상승을 위해서는 가격 할인 정책보다는 전기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안전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야 캐즘과 포비아 현상을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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