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남극 중에서도 서남극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매년 사라지는 남극 빙하의 70%는 서남극에서 발생했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와 해양수산부(장관 강도형)는 스웨이츠 빙하와 파인아일랜드 빙하 등 서남극 빙하 두 곳에서 유실되는 얼음이 매년 줄어드는 남극 얼음의 약 70%를 차지한다는 것을 새롭게 확인했다.
서남극은 이른바 ‘구들장’ 효과로 더 빨리 빙하가 녹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에서는 지구 가열화로 높아진 온도가, 아래에서는 뜨거워진 바닷물이 이중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지난 18년 동안 매년 1200억 톤의 빙하가 남극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그동안의 국제 공동연구 등으로 밝혀진 바 있다. 현장 활동의 제약과 원격탐사자료의 낮은 해상도로 지역별 빙하량 변화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과 서울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 대학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위성정보의 공간해상도를 높이고 얼음 질량 분석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남극 내 88개 빙하의 얼음의 양 변화를 추적했다.
공간해상도는 기존 300km에서 30km로 10배 향상됐다. 지도에서 우리나라를 구별하는 수준에서 서울시를 식별할 정도로 정확도가 높아진 셈이다.
연구 결과, 2002년 이후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와 파인아일랜드 빙하(Pine Island)에서 연평균 845억톤의 얼음이 집중적으로 유실된 것을 확인했다.
두 빙하가 차지하는 면적은 남극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하다. 그 유실량은 남극에서 매년 사라지는 얼음의 70%에 다다른다.
기후모델을 활용해 얼음의 양 변화 원인을 분석한 결과 서남극 스웨이츠, 파인아일랜드 빙하에서 줄어든 양의 90% 이상은 바다로 배출된 얼음 때문이었다. 반면, 동남극은 강설량이 늘면서 매년 약 500억톤의 얼음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얼음의 양 변화는 강설량과 빙하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얼음 배출량으로 결정되는데, 이번 기술 개발로 지역별 분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빙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지형과 빙하 특성 등 원격탐사로 알기 어려운 현장 정보를 추가로 얻기 위해 앞으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탐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기술 개발’ 사업(연구책임자: 이원상 책임연구원)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논문명: Partitioning the drivers of Antarctic glaciers mass balance (2003-2020) using satellite observations and a regional climate model)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9월호에 주목할 만한 논문(press interest)으로 실렸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로 우리나라는 남극 빙하량 변화 연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됐다”며 “미래 예측 시뮬레이션 연구를 병행해 빙하량 변화와 해수면 상승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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