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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집단감염 방어 가능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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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집단감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의 유행기간이 시작된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영유아용 항체 예방주사가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전까지 국내 도입된 RSV 예방 주사가 없어 영유아들이 속수무책으로 감염될 수밖에 없던 상황에 변화가 찾아올지 여부도 주목된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항체 예방주사  ‘베이포투스(성분명 니세르비맙)’. / 사노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항체 예방주사  ‘베이포투스(성분명 니세르비맙)’. / 사노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사노피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가 공동 개발한 영유아용 RSV 항체백신 ‘베이포투스(성분명 니세르비맙)’의 국내 출시 작업이 막바지에 돌입했다.

RSV는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주로 전 세계 영유아 90%가 2세 이전에 감염된다. 일부 영유아는 RSV 감염으로 인한 증상 악화로 폐렴, 모세기관지염 등 하기도 질환 증상을 겪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2022년에 8405명이었던 RSV 환자가 지난해 1만 1361명으로 급증하는 등 감염병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RSV로 인한 폐렴은 치료 후에도 천식 발병 위험을 높여 예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영유아를 보호할 RSV 예방 주사가 출시되지 않았다.

다만 올해 4월 베이포투스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획득한 뒤 상업화 작업에 돌입하면서 국내 RSV 유행 시기 내 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베이포투스 2022년 10월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2세 이하 영유아 대상 RSV 예방 백신으로 승인받은 이후 지난해 7월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획득한 의약품이다. 특히 베이포투스는 2세 이하에게 쓸 수 있는 유일한 RSV 백신이다.

지난해 베이포투스의 글로벌 매출은 총 5억 4700만유로(8010억원)에 달한다. 이중 미국에서만 4억 700만유로(5960억원)를 벌어들었다.

국내 환자들에게 항체 예방주사란 개념이 생소한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동면역의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방접종은 크게 능동면역(active immunity)과 수동면역(passive immunity)로 나뉜다. 능동면역은 한 마디로 자기 자신의 면역 체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면역 획득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한 번 질병을 앓고 난 후 획득 면역 기억을 통해 면역력이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능동면역을 생성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바로 백신이다.

백신은 비활성화 혹은 약화된 형태의 박테리아 또는 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입해 인체의 면역체계가 방어를 위한 항체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운동 전 준비 운동을 하는 것과 같이 추후 활성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실제로 몸에 침입했을 때 면역체계가 이를 인식해 제거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수동면역은 동물 또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면역물질을 투여받아 획득되는 면역력이다. 대표적으로 영아가 모체로부터 받는 경태반 수동항체가 있다. 임신 후반 1~2개월에 항체가 태반을 통해서 전해지고, 결과적으로 만삭의 영아는 엄마와 비슷한 정도의 항체를 갖게 된다.

일자별 RSV 감염증상. / 사노피 
일자별 RSV 감염증상. / 사노피 

수동면역은 예방 항체 주사를 통해 생성할 수 있다. 예방 항체주사는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인체에 직접 투여하는 기전이기 때문에 투여 이후 즉시 직접적인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백신 접종을 받기 어렵거나 감염에 취약한 신생아 및 돌 이전의 영유아 면역 향상에 도움을 준다. 다만 과거에는 예방 항체주사를 통해 주입된 단클론 항체가 체내에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단점 탓에 일반적인 예방의약품으로 활용이 제한됐다.

하지만 베이포투스는 단클론 항체의 짧은 유지기간을 개선한 제품이다. 베이포투스는 1회 투여 시 최소 5개월 간 항체가 유지된다.

베아포투스 투여 후 150일까지 관찰한 임상을 살펴보면, 위약군에 비해 베이포투스를 투여 받은 만삭아 및 후기 미숙아에서 의학적 관리가 수반되는 RSV 하기도 감염이 7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포투스 투여 시기는 출생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RSV 시즌에 태어난 신생아 및 영아는 출생 직후 베이포투스를 투여 받는다. 한국의 경우 유행기간에 맞춰 1회 투여로 시즌 전체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스페인 등 베이포투스를 조기 도입한 국가들의 실사용 효과도 확인 가능하다. 세계 최초로 베이포투스를 예방접종프로그램(NIP)에 도입한 스페인 갈리시아에서는 약물을 투여 받은 6개월 미만 영아의 RSV 관련 입원율이 미접종 영아에 비해 82%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베이포투스를 어린이 보험 프로그램(VFC)에 도입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모든 영유아까지 투여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3~2024시즌 감시 데이터 중간 분석 결과, 생후 8개월 미만의 영아에서 베이포투스 1회 투여가 RSV로 인한 입원을 90%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베이포투스가 일반 필수예방접종 백신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된 ‘프리미엄 백신’이라는 점에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국내 2세 미만 영유아는 RSV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지만 베이포투스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출시된다면 상당한 예방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며 “이미 미국과 스페인 등에서 효과가 확인된 만큼 국내 규제 당국도 조만간 해당 백신에 급여를 적용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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