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지상무기 방산 전시회가 올해 둘로 나뉘어 열리게 됐다. ‘DX KOREA 2024’가 9월 28일 폐막한 가운데, 국내 지상무기 방위산업 전시회 ‘KADEX 2024’가 오는 10월 2일 개막한다. DX KOREA 2024의 개막일이 9월 25일인 점을 고려하면 일주일 만에 또 다른 방산 전시회가 열리는 셈이다.
다만 시장과 대중의 관심은 KADEX 2024에 더욱 몰릴 전망이다. DX KOREA 2024와 비교해 참가기업 수 등 규모 면에서 KADEX 2024 더욱 우세하기 때문이다. K-방산 주역으로 꼽히는 기업들이 대부분 KADEX 2024에 모인다. 반면 DX KOREA 2024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행사가 치러져 이목을 끌기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2일부터 6일까지 충남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개최되는 KADEX 2024에는 국내·외 365개 방산업체가 1432개 부스를 마련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와 함께 록히드마틴, 엠브라에르, 사브 등 글로벌 유수 방산업체들도 참가한다.
외국 정부, 군 고위급 관계자들도 KADEX 2024에 참석한다. 폴란드, 페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등에서 차관급 인사가 KADEX 2024를 찾는다. 특히 폴란드, 필리핀, 말레이시아, 카타르, 오만, 캄보디아, 베트남의 육군참모총장이 전시회를 방문한다.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인도 등 3개국의 경우 자국관을 별도 마련해 방문객을 맞는다.
KADEX 2024에는 ‘한-아세안 국제군수포럼’, ‘한-호주 디펜스 콩그레스’ 등 글로벌 수준의 콘퍼런스와 함께 각종 세미나, 기술발표회, 투자설명회 등 32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반면 DX KOREA 2024의 경우 국내 기업 150개사, 해외 15개국 28개사가 참여해 참가 기업이 200개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의 참여가 없었다. 세미나는 총 5개가 진행됐다. DX KOREA 2024 측은 30여개국 70여명의 해외 주요 국방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등 행사 규모 확대, 흥행을 위해 노력했지만 KADEX 2024와 비교해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DX KOREA 2024 측 역시 부족한 행사 규모를 인정했다. DX KOREA 2024 조직위원회는 9월 28일 폐막 후 감사의 글을 통해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여러분들을 모셨어야 했는데 지난 전시회에 비해 대기업의 참여가 없어 콘텐츠 구성이 많이 부족한 점에 대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아쉬움과 함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지상무기 전시회는 DX KOREA라는 명칭으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총 다섯 차례 격년으로 열렸다. 행사는 육군협회 주최, 디펜스엑스포 주관으로 공동 개최됐다. 하지만 회계처리상 신뢰, 전시회 수익금 배분, 전시회 주도권 등을 두고 갈등을 빚게 됐다. 특히 양측이 소송전을 벌이며 돌이킬 수 없이 갈등이 커지자 올해 둘로 나뉘어 방산 전시회를 열게 됐다.
DX KOREA는 2021년 상표권을 등록한 디펜스엑스포가 사용하기로 했다. 육군협회는 해당 명칭이 공동 소유지만 일방적으로 상표권을 등록했다며 반발하면서 소송을 냈지만 판결까지 시간이 걸리자 KADEX라는 이름으로 이번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
이번 방산 전시회 주도권을 KADEX가 가져간 건 국방부, 방위사업청, 육군본부 등의 후원을 먼저 얻어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ADEX는 2023년 12월 올해 행사에 대한 국방부 후원 결정을 얻었다. 이어 방사청, 육군본부 등도 후원하기로 했다. 군 당국의 발빠른 후원 결정은 그동안 행사 주최가 육군협회였던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펜스엑스포는 한 발 늦은 올해 7월에서야 국방부 후원 명칭 사용 승인을 얻은 뒤 방사청, 육군본부 후원 결정을 받아냈다.
일각에서는 둘로 나뉜 방산 전시회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부분 주요 방산기업들이 KADEX 2024에 참가하지만 일부 기업들의 경우 두 행사 모두 참가하기도 하면서 부스 참가비 등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또 양측 갈등이 지속돼 향후 참여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 참가 희망 기업들의 혼란과 전시회 규모 양분 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DX KOREA 측은 이미 올해 미진한 행사 성과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 행사 참여 기업들에 대한 혜택을 알렸다. DX KOREA 조직위는 “2026년에는 통합되고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올해 참가 기업에게는 2026년 재참가 신청시 많은 혜택을 제공해 드릴 것을 약속 드린다”고 말해 DX KOREA 참가기업을 대상으로 한 혜택 제공을 공지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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