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기아 미니밴 모델, 카스타
당시 동급 최대 실내 갖췄었지만
겨우 3년 만에 단종 맞은 이유는?
국산 패밀리카 선택지가 상당히 단조로워진 가운데 미니밴, MPV 모델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시피 하다. 기아 카니발과 현대차 스타리아뿐이다. 두 차 모두 나름의 역사가 있는 MPV로써 나쁘지 않은 활용도와 가격을 갖췄지만, 덩치가 비대해 부담스럽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SUV 역시 큰 차가 많아져 협소한 주차 공간에서 카니발 차주들은 진땀을 빼기 일쑤다.
하지만 불과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국산 미니밴, MPV는 그 선택지가 꽤 다양했다. 현재의 준중형 세단보다 작은 크기에 7명이 온전히 타고 짐까지 어느 정도 실을 수 있는 모델도 존재했다. 바로 기아 카스타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나쁘지 않은 상품성을 갖췄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팔리지 못하고 금방 단종된 비운의 모델이기도 하다.
두 자릿수의 최고 출력
체감 성능은 괜찮았다
1999년 기아차는 파산 후 현대차에 인수돼 대대적인 라인업 개편 중에 있었다. 당시 현대차는 기아의 기존 MPV 라인업인 카렌스와 카니발 사이 수요를 충족시킬 신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해 4월 카스타를 출시했다. 카스타는 앞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이 미쓰비시 샤리오를 기반으로 개발한 ‘싼타모’의 후속 격 되는 모델이기도 했다. 기아 엠블럼을 달았지만 여전히 현대정공이 생산을 담당했다.
카스타의 파워트레인은 미쓰비시의 2.0L 4기통 시리우스 엔진과 5단 수동 및 4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 구성이었다. LPG 기준 최고 출력 82~90마력에 최대 토크 16.0~17.1kgf.m로 빈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체감 성능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최대 토크가 2,500rpm부터 터져 나왔으며, 수동변속기 사양은 기어비가 상당히 짧아 시내 주행에서만큼은 쓸만한 가속력을 보여줬다. 당시 세금 혜택으로 인해 LPG 사양이 주력이었으나 가솔린 사양도 존재했다.
현행 아반떼보다 작지만
3열에 성인도 탈 수 있어
카스타의 차체 크기는 전장 4,570mm, 전폭 1,735mm, 전고 1,645mm, 휠베이스 2,720mm로 현행 아반떼보다 작다. 하지만 당대의 중형 MPV 치곤 결코 작지 않은 크기였고, 특히 휠베이스는 당시 판매되던 중형 세단 쏘나타와 같았다. 덕분에 승차감과 실내 공간만큼은 같은 집안의 카렌스보다 높게 쳤다.
카렌스는 준중형 세단인 세피아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루프와 지상고를 부풀린 모델이었다. 그래서 3열 공간과 트렁크는 제 기능을 못 하는 수준에 가까웠지만, 카스타는 처음부터 7인승 MPV 모델로 설계돼 넉넉한 실내를 확보할 수 있었다. 비록 좁은 전폭의 한계로 2열에 3명이 타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3열 자리는 성인도 탈 만한 수준의 헤드룸과 레그룸이 제공됐다.
상품 기획 실패로 외면당해
요즘도 간간이 목격된다고
동급 최고 수준의 3열 거주성을 확보하고도 트렁크 공간이 넉넉하게 남아 3열 시트를 편 상태에서 기내용 캐리어를 실을 수 있었다. 2열 시트는 리클라이닝과 슬라이딩 모두 지원됐고, 3열 또한 여러 단계의 리클라이닝이 가능했다. 현재 기준으로도 상당한 공간 활용도를 자랑하지만, 당시 판매량은 그야말로 실패나 다름없었다. 파워트레인과 편의 사양이 카렌스보다 빈약했음에도 시작 가격은 카니발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결국 1999년 세상 빛을 본 카스타는 출시 3년 만인 2002년 10월 단종되고 말았다. 그간 올린 판매 실적은 내수 5만 806대, 수출 1만 3,243대 등 총 6만 4,049대에 그쳤다. 당초 판매 대수가 적었던 데다가 세월이 꽤 지났기에 요즘은 중고차 시장에서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간간이 잔존 개체가 목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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