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37호 신약이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의 급여권 진입이 임박하면서 국산 P-CAB 제제 3파전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국산 블록버스터 케이캡을 필두로 펙수클루의 급성장과 동시에 자큐보도 급여진입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 예상돼 일각에서는 대표 국산 P-CAB 제품 모두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자큐보 관련 건강보험공단 협상을 완료되면서 이르면 내달 건강보험 급여적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자큐보정은 위식도역류질환 등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기존 치료제를 대체할 차세대 P-CAB 계열 신약이다.
P-CAB 제제는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제제의 단점인 느린 약효 발현과 식이 영향, 약물 상호작용 등을 개선한 차세대 치료제다. P-CAB 제제는 위산 분비 최종 단계에 작용하는 프로톤 펌프에 칼륨이온을 결합시켜 위산 분비를 억제해 약효가 빠르고 오래 지속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시간과 식사여부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기존 PPI제제와 달리 야간에도 위산 조절에 효과적이라 환자복용 편의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약물 처방이 이뤄지는 내과에서 만성질환자들에게 함께 처방되는 약물로 평가되며 업계 내에서는 소위 ‘매출 보증 수표’로 통한다.
지난해 10월 유럽소화기학회(UEGW)에서 발표된 임상 3상 주요 데이터에 따르면 자큐보정은 8주간 투여시 치료율 97.9%를 나타냈다. 4주간 투여 시 비교군보다 7.4% 높은 치료율을 보여 약효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앞서 자큐보는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통해 급여 적정성 판정을 얻었다. 이후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90% 이하를 수용하면 공단과의 약가 협상이 생략되고 예상청구금액 협상만 진행하는 등 급여등재 출시에 속도를 냈다.
현재 알려진 자큐보의 상한금액은 911원이다. 이는 국산 P-CAB 신약들 중 최저가에 해당한다. 즉 빠른 시장 진입과 동시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상태로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국내 P-CAB 시장 선두는 HK이노엔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다. 2019년 출시한 케이캡은 원외처방액 기준 2020년 771억원, 2021년 1107억원, 2022년 1321억원, 지난해 1582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말 보령과 영업·마케팅을 함께 진행하는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 원외처방액 2000억원 달성 전망까지 나온다. 제품 하나 당 연 매출 1000억원만 넘어도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케이캡의 뒤를 잇는 국내 P-CAB 제제는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다. 2022년 7월 국산 신약으로 등장한 펙수클루는 129억원 원외처방실적을 시작으로 지난해 535억원을 기록하는 등 단기간 빠른 매출 상승을 보이고 있다.
펙수클루는 발매 2년차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2위로 뛰어오르며 P-CAB 계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펙수클루는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보노프라잔 대비 지속력이 우수하고 안전성도 개선된 약물이다.
펙수클루의 반감기는 9시간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중 가장 길다. 그만큼 약효가 오래 지속돼 야간 속쓰림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펙수클루의 올해 매출을 전년 대비 102% 증가한 1111억원으로 전망했다.
위 연구원은 “과거 PPI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넥시움’을 판매하던 영업망을 기반으로 P-CAB 시장에서 펙수클루 점유율을 1년 만에 30%로 올렸다”며 “2분기부터 종근당과의 공동 판매를 시작해 연간 가이던스인 1000억원 달성 가시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큐보의 예상청구금액이 350억원으로 책정되면서 성공적인 시장 안착이 예상된다.
또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이달 자큐보의 국내 영업 및 마케팅을 위해 동아에스티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도 기대해볼 수 있다.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가 파트너십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계약에 따라 국내 모든 병의원을 대상으로 ‘자큐보정’의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동아에스티는 ‘모티리톤’, ‘가스터’, ‘스티렌’ 등 소화기 품목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제일약품 역시 소화기 질환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동안 영업·마케팅 노하우를 축적한 만큼 양사의 시너지가 극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국내 위산분비 억제제 시장의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데다 아직 P-CAB 제제 점유율이 높이 않아 3사 제품 꾸준한 매출 증대가 기대되고다.
한국투자증권은 2027년 국내 위산분비 억제제 시장이 1조8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중 P-CAB 비중은 현재 20%대에서 31%로 증가해 569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P-CAB 제제 모두 성공적인 매출 신장을 기록 중이며 성장 전망까지 좋은 상황이다”며 “자큐보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데뷔가 예상돼 추후 빠른 속도로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