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차량 하부 배터리 팩이 지목되었다. 국과수가 외부 충격으로 인해 배터리 셀이 손상되었을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발표에 수사가 새 국면을 맞이했다.
청라 벤츠 EQE 화재, 국과수가 새로운 의견 제시
지난 8월 발생한 인천 청라 벤츠 전기차 화재를 두고 새로운 원인이 제기됐다. 바로 외부 충격으로 인해 배터리 셀이 손상되면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통해 차량 하부 배터리 팩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차량 밑면의 외부 충격이 배터리 팩 내부 셀을 손상시켜 절연 파괴를 일으켰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원인으로 꼽히던 배터리 팩 결함이 아닌 외부 충격이 언급되며 수사의 방향성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화재로 인해 총 78대의 차량이 불에 탔고, 880대가 그을리는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해 입주민들은 정전과 단수로 인한 큰 불편을 겪었다.
BMS 소실로 정확한 파악 어려워
다만 배터리관리장치(BMS)가 화재로 인해 완전히 소실되어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전기차 BMS의 녹는점이 약 170도로 밝혀지며 고온장기의 특성을 띄는 전기차 화재에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국과수, 인천서부소방서, 자동차안전연구원과 함께 3차례에 걸쳐 전기차 배터리 팩을 분해하고, 모듈과 셀을 정밀 감정해 발화 지점을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 화재의 원흉으로 손가락질을 받던 배터리팩은 중국 파라시스의 제품이다. 파라시스는 벤츠와 협력사 관계로 4억 유로를 투자 받아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화재로 인해 해당 브랜드 정보가 공개되자 동일 제품을 사용한 벤츠 EQE 모델 전체가 소비자들의 기피 대상이 됐다.
벤츠 면죄부 가능할까
아직 갈 길 멀어, BMS 모니터링 기능도 조사해야
만일 국과수 의견, 즉 외부 충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되면 벤츠는 화재 책임에서 일부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경찰은 차주를 상대로 주차 전 행적과 화재 당일의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사고 차량의 BMS(배터리관리시스템) 기능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BMS는 배터리 이상 징후가 있을 때 알림을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차주가 주행 중 충격이나 화재 발생 당시 알림을 받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보통 차량이 시동을 끄면 BMS는 절전 모드에 진입하지만, 특정 조건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주차 중에도 활성화되어 알림을 보낼 수 있다. 만약 이 기능에 이상이 생겨 차주가 알림을 받지 못했다면 그것 또한 벤츠의 귀책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벤츠는 청라 화재로 인해 자사 EQ 시리즈 판매량에도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또한 청라 화재가 국내 전기차 시장 둔화에 상당한 지분이 있음을 생각한다면 국과수의 의견이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 예상하기 어렵다.
한편, 벤츠코리아는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조사와 관련된 정보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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