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다. 인구도 많을 뿐만 아니라 소비력까지 갖춰 한창때의 중국은 그야말로 엘도라도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석연치 않은 이유들로 우리 문화 콘텐츠의 중국 수출길이 끊겼다. 중국은 판호 발급 제한을 통해 드라마, 예능, 영화 그리고 게임 등의 수입을 제한했다.
우리가 중국 진출의 길이 막힌 것과는 반대로 중국 게임은 국내 게임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과거 중국게임은 형편없는 완성도로 유저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이제는 상당한 수준의 퀄리티의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며 국내 게임 차트를 점령했다. 이제 중국은 국내 게임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가진 주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민게임 꺾은 던파 모바일
굳게 닫혔던 대륙의 문이 다시 슬며시 열리기 시작했다. 물론 문이 활짝 열린 것은 아니지만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 모바일)’을 비롯해 검은사막, 라그나로크 오리진 등 여러 게임이 판호를 획득하며 꽉 막혔던 중국 진출에 어느정도 숨통이 트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자국의 게임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중국 시장에서 과거 히트IP(지식재산권)였다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따라서 다시 열린 중국시장에서 한국게임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게임은 여전히 재미있고 기대되는 게임이라는 인식을 중국시장에 새겨 넣어야 하기에 중국시장을 평정하는 타이틀이 나와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던파 모바일의 성공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사실 던파 모바일 중국 진출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017년 던파 모바일 판호 발급 후 2020년 사전예약 6,000만 명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출시를 예고했으나 중국 당국의 규제로 인해 불발되었다.
인고의 시간을 가진 던파 모바일은 중국명 ‘지하성과 용사: 기원’으로 새로운 판호 획득에 성공해 드디어 2024년 중국에 정식 출시되었고 출시와 동시에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1시간만에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수많은 유저가 한꺼번에 몰렸고 중국 모바일 게임 부동의 1위이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왕자영요를 꺾고 매출, 인기 순위 1위에 등극했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던파 모바일의 흥행이 IP파워에 의한 반짝 흥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던파 모바일은 출시 첫 주 매출 1,900억 원을 달성 한 후, 한 달 만에 iOS에서만 3,7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왕자영요와 화평정영(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중국버전)의 매출을 합산한 수치보다 높다.
중국에서는 던파 모바일 매출이 한달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공신력 있는 소식은 아니지만 그만큼 던파 모바일의 광풍이 중국을 휩쓸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서의 흥행 성공으로 힘입어 던파 모바일은 글로벌 모바일게임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던파 모바일이 6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모바일게임이라고 발표했다.
센서타워는 6월 기준 던파 모바일 매출이 약 4,154억 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2위 모노폴리 GO! 보다 692억 원 더 높은 수치로 독보적인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던파 모바일의 흥행은 던전앤파이터라는 메가히트 IP의 영향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던전앤파이터는 동시 접속자 800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인해 800만 전사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던파 모바일은 원작 던전앤파이터를 충실히 재현해 중국의 던파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던전앤파이터의 섬세한 도트 그래픽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잘 구현했으며 정신 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액션을 자동전투 없이 제대로 살린 점 또한 호평을 받았다.
2020년 출시가 불발된 점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듯하다. 다시 판호를 발급받아 출시될 때까지 던파 모바일은 차곡차곡 콘텐츠를 쌓아갔고 여러 문제들을 고쳐 나가며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렸고 이는 다른 중국 게임들을 압도하며 중국 유저들의 극찬을 이끌어 냈다.
던파 모바일 성공의 의미
던파 모바일의 역대급 흥행가도는 넥슨이 야심차게 준비 중인 ‘던파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 진출 후발주자들에게도 힘을 실어 줄 것이다. 한국 게임은 중국 유저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중국 시장은 불안한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판호 발급이 다시 중단될 수도 있고 중국 당국의 서슬 퍼런 규제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검은 신화 오공의 역대급 흥행성공이 중국 경제에 훈풍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게임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태도가 변화하는 기류가 보이고 있어 게임에 대한 맹목적인 규제와 수입 금지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게임시장은 분명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를 제시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특히 한, 중간 유저 성향이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 게임의 중국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도 기대를 갖게 하는 요소다.
던파 모바일이 중국시장에서 그것을 증명했다. 1위에 오르며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게임이 중국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던파 모바일이 중국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기고 있듯 우리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높게 날아오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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