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또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자동차에 많은 기능이 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최상급 사운드 시스템과 기술도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자동차에서 듣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음향 전문 기업 돌비(Dolby)는 변화하는 자동차 트렌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차세대 몰입형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가 대표적인 예다.
돌비 애트모스는 영화용으로 개발된 시스템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각각의 소리를 하나의 객체로 인지해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며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일반 스테레오로 믹싱한 음악은 좌우 채널에 한정되지만 돌비 애트모스로 믹싱한 음악은 채널의 제약 없이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개별 사운드를 원하는 모든 곳에 배치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영화 업계를 넘어 음악 분야에서도 이미 대중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빌보드 톱 100 아티스트 중 92%가 돌비 애트모스로 제작한 음원이었다. 또 올해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 된 모든 음원 역시 돌비 애트모스로 제작됐다.
김효철 돌비 코리아 이사는 “기본 사운드 시스템은 스피커의 수를 늘려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했다”며 “반면 돌비 애트모스는 소리를 물체화시켜 청점에 따라 이동할 수 있으며 스피커 개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신개념 음향 시스템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 사운드 시스템과 달리 돌비 애트머스는 4개의 채널, 4개의 스피커 이상을 갖추고 있으면 입체적인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는 특징 덕분에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돌비 애트모스가 빠른 속도로 적용되고 있다. 자동차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업계 최초로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했다. 제네시스는 2024년형 G90을 비롯해 G80, GV80, GV80 쿠페, GV70 등 총 5개 모델에 기본 사양으로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해당 OTT 서비스에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폴스타, 니오, 지커, 로터스, 루시드모터스 등과 같은 자동차 브랜드의 주요 모델에도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되고 있다.
돌비 데이에는 직접 돌비 애트모스의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제네시스 GV80 쿠페와 GV70, G80 등이 마련됐다. 먼저 GV80 쿠페에서 돌비 애트모스를 경험했다.
GV80 쿠페에 올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된 OTT 서비스를 이용해 음원과 영상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재생했다. 뒷좌석에 앉아 콘텐츠를 재생하자 제작자의 의도에 맞춰 소리가 바람을 타고 차량 내를 움직이는 듯한 감각이 전달됐다. 또 음원 내 사용된 악기와 디테일 요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마치 여러 겹의 생지를 켜켜이 쌓아 만든 페이스트리처럼 각각의 레이어가 온전히 느껴지는 듯했다.
이후 뱅앤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 G80으로 자리를 옮겨 같은 콘텐츠를 경험했다. 고품질의 사운드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탑재된 덕분에 몰입감이 더욱 높았다. 특히 모든 좌석에서 균일한 품질의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김효철 이사는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 옵션이 적용되지 않은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사운드가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며 “이는 돌비 애트모스의 특징 중 하나인 스피커와 채널 개수에 구애를 받지 않는 점 덕분이다”고 설명했다.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된 음원의 경우 제네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내 ‘돌비 애트모스’ 카테고리가 별도로 존재하며 음원 재생 시 화면 하단에 돌비 애트모스 로고가 표현된다.
돌비 코리아는 삼성전자 뮤직 프레임과 지니뮤직, 멜론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음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애플 TV+, 웨이브 등 국내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돌비 애트모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같이 차량 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돌비 애트모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의 콘텐츠 감상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차량 내에서 음악을 즐기는 경우가 전체 응답자 중 78.8%로 나타났다. 또 83.4%는 높은 음질과 몰입도를 중요한 요소로 판단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83.4%는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된 차량이 더욱 고급스럽게 느껴진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철웅 돌비 코리아 마케팅 디렉터 이사는 “오픈서베이의 트렌드 조사 결과처럼 음악과 영화 등의 콘텐츠를 즐기는 트렌드가 차량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브랜드와 모델의 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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