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불어닥친 대륙발 전기차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전기차 일시적 수요 정체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의 덩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기차 수입액은 총 12억 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화로 1조7266억원이 넘는 규모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5% 증가한 수치다.
국가별 전기차 수입액을 살펴보면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은 8억4800만달러로 한화 1조1350억원에 달한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 수입 이후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한 동시에 전체 수입액의 절반이 넘는 65.5%를 차지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독일의 벽을 넘지 못해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수입액은 무려 845%나 올랐다.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독일의 경우 수입액은 38% 감소하면서 중국에게 자리를 내어줬다.
독일 전기차 수입액은 3억3800만달러(4528억원)로 나타났다. 3위와 4위를 기록한 미국과 영국의 수입액은 각각 4400만달러(589억원), 2300만달러(308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산 전기차의 덩치가 급속도로 커진 데에는 ‘테슬라’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생산한 모델 Y를 한국 시장에 선보였기 때문이다.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싱글모터 구조의 모델 Y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량이 급증하며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이 급증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사실 이전까지 한국에 진출한 중국산 전기차의 대부분은 버스와 트럭과 같은 상용차가 대부분이었다. 상용차 시장에서도 중국산 전기 버스의 돌풍은 거셌다. 저렴한 가격이 무기로 작용한 것이다. 가격 경쟁에서 열세에 놓인 국산 전기 버스는 중국산 전기 버스의 공격에 맥없이 무너졌다.
국산 버스의 자리가 위태로워지자 정부가 요건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며 중국산 전기버스의 보조금을 줄이기도 했지만 기본 가격이 워낙 저렴한 탓에 중국산 버스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중국산 전기 버스의 점유율은 2019년 23.9%에 불과했던 것이 2020년에는 33.2%까지 올랐고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에는 54.1%를 차지하며 시장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중국산 전기 상용차부터 시작된 중국산 전기차 돌풍은 한층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의 한국 상륙이 코앞으로 다가온 까닭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전기차를 생산하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저렴한 가격표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중국산 전기차의 공격으로부터 점유율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업계는 지난해 집계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총 1370만대 중 중국산 승용 전기차가 82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세계 1위를 기록한만큼 기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을 대표하는 비야디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총 86만7000대를 인도하며 글로벌 점유율 20.2%를 차지하며 당당히 1위 자리에 오를 정도로 기세가 무섭다. 이 같은 성적은 비야디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든 것으로 풀이된다.
비야디는 신흥시장 진출과 함께 해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마련했고 태국과 인도네시아, 브라질, 헝가리 등의 주요 시장에 생산 거점을 설립해 현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현재 동남아와 유럽, 일본 등 시장에 꾸준히 신모델을 내놓으며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비야디는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R&D를 위해 전년 대비 112%나 늘린 395억7000만위안을 투자했다. 한화로 7조52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5배 가까운 증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비야디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KG모빌리티와 전면전을 펼칠 예정이다. 비야디는 ‘갓성비’라는 수식어를 내건 ‘씰(SEAL)’을 필두로 공격적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아토3’와 ‘돌핀’도 국내 판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이 1조원을 돌파한 만큼 국내 전기차 시장에 적지 않은 돌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산 전기차는 가성비가 매력이기 때문에 국산 전기차의 위치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는 이미 일본 시장에서 비야디와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캐스퍼 일렉트릭과 기아 EV3와 같은 가격 경쟁력 높은 모델의 투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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