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둘레길에서 최근 발생한 버스 미끄러짐 사고로 도로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높은 경사와 좁은 도로 폭, 미끄럼 방지 도료로 인해 사고 위험이 높아, 과거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도로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서울 남산에서 버스 전복사고 발생
원인으로 미끄럼 방지 포장 지목
서울 남산 둘레길에서 최근 발생한 버스 미끄러짐 사고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용산구 남산순환로 내리막길에서 01B번 순환 버스가 미끄러지며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버스 승객이 없는 빈 차라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도로에는 미끄럼 방지 포장이 깔려 있었지만, 오히려 이러한 포장이 더 큰 위험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목격자는 “페인트 때문에 버스가 넘어간 것 같다”고 전했고, 동료 기사 또한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위험하다”며 도로 개선을 요구했다.
자전거 탑승자 사망 사고도 발생
빨간 도로의 저주인가
남산 둘레길은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인기가 많은 코스이지만, 높은 경사와 좁은 도로 폭, 미끄럼 방지 도료 등으로 인해 사고 위험이 높은 곳으로 악명이 높다. 남산 둘레길의 경사는 최고 15.3도에 달하며, 도로 폭은 1.2~2.1m로 매우 좁다.
특히 빨간 도료로 바닥을 코팅하여 미끄럼 방지를 시도했지만, 이는 오히려 도로가 더 미끄럽게 되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유사한 사고로는 지난 5월, 20대 남성이 자전거로 내려오던 중 자동차를 피하려다 튕겨 나가 사망했고, 작년 8월에는 30대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속도를 줄이지 못해 마주 오던 차량과 정면 충돌했다.
미끄럼 방지 포장, 물 묻으면 미끄럼 유발 포장된다
도로 위의 미끄럼 방지 포장이 지속적으로 문제시 되는 상황이다. 이름 그대로 도로 위의 마찰력을 높여 미끄럼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시공이 어째서 범인으로 몰리는 걸까.
일반 아스콘 포장의 경우 도로 배수를 위해 미세한 구멍이 생기도록 시공을 하고 있다. 이에 비가 오더라도 문제없이 물이 빠진다. 하지만 미끄럼 방지 포장 공법 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널리 쓰이는 수지계 표면처리 방식이 배수를 방해한다.
수지계 표면처리 방식은 기존 아스콘 포장 위에 페인트 도료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아스콘의 미세 구멍을 막아 표면에 물이 고일 가능성이 높다. 마른 노면에서는 다를 수 있으나 우천과 같은 기상 상황에서는 미끄럼 방지가 아니라 유발 포장이 되는 것이다.
비 오는 날 미끄럼 방지 포장이 된 적색 횡단보도를 건너다 되려 미끄러진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처럼 남선 둘레길 버스 전복 사고 당시에도 비가 내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자체에선 미끄럼 방지 포장에 대한 검사를 육안으로만 진행하는 등 허술한 점을 드러내고 있다. 해당 사안을 두고 정밀 조사 결과 상당수의 미끄럼 방지 포장이 일반 아스콘 포장보다 마찰 계수가 낮았다는 발표도 있었다.
한반도가 비가 자주 내리는 기후로 변해가는 만큼 국민의 도로교통 안전을 위해 미끄럼 방지 포장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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