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지난 10일 PC 게임 타이틀 배급 사업인 ESD(전자소프트웨어유통망)에 뛰어들었다.
PC와 모바일의 크로스플레이 플랫폼으로 서비스 중인 퍼플을 활용해 자사 게임 외에도 해외 유명 패키지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이를 위해 플레이스테이션 타이틀을 서비스하고 있는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SIE)와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시작으로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와 출시했다.
이외에도 ‘마블스 스파이더맨 리마스터’와 ‘마블스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도 퍼플로 출시를 앞뒀다.
퍼플에 출시될 4가지 타이틀 모두 판매와 비평에서 성공을 거둔 대작이지만 정작 패키지 게임을 좋아하는 국내 게이머에는 외면받고 있다.
여러 이유가 산재하지만 무엇보다 퍼플을 이용해야 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PC의 ESD 시장은 스팀이 지배하고 있는 구조이기에 후발주자들은 스팀을 상대로 차별화 전략을 꾀했다.
에픽게임즈스토어의 경우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GTA 5’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입소문을 모은 아래 꾸준히 대형 타이틀을 기간 한정으로 무료 배포하고 있다. 최근엔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풋볼 매니저 2024’를 무료 배포하기도 했다.
해외 ESD 사이트인 GOG닷컴의 경우 대작 타이틀도 배급하고 있지만 핵심은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고전 PC 게임의 배급이다. 심지어 블리자드의 배틀넷에는 없는 ‘디아블로 1’은 물론 ‘워크래프트 2’까지 GOG닷컴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국내에서는 스마일게이트의 스토브가 입소문을 타는 국내 외 인디 게임을 직접 유통하고, 현지화까지 더해 국내 인디 게임 마니아의 니즈를 만족시켜주고 있다.
퍼플의 경우 아직 론칭 시점이지만 단 4개의 게임만으로 차별화 전략 없이 사업을 시작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다소 부족함이 있다. 여기에 퍼플의 상점을 이용하는 사용자경험(UX) 역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판매 중인 게임의 가격은 어떤 페이지에서든 늘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모든 ESD의 공통적인 방침이다. 반면 퍼플에서는 피처드 부분에 해당하는 상단을 제외하면 상세 페이지로만 들어가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상세 페이지 역시 구성은 갖췄으나 모든 정보가 일렬로 나열돼 있어 가독성이 떨어진다.
또, 유저 평가의 경우 정말 게임을 구입한 유저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실제 게임 플레이 시간을 표시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퍼플은 단순 평점과 코멘트만 시간순으로 보여주기에 유저평을 정보로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외에도 아무런 내용도 없는 ‘개발사 소식’ 기능과 부족한 유저 커뮤니티 등 경쟁 업체가 오랜 시간 서비스를 이어오며 쌓아온 노하우조차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지금까지 퍼플이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즐기고 멀티플랫폼으로 즐길 수 있는 론처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면, 열거한 문제점은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지금의 퍼플은 패키지 게임 판매처로서 확장을 꾀하는 상황이다. 특히, MMORPG 서비스 중심이라는 엔씨소프트의 이미지 역시 패키지 게임을 선보이려는 퍼플에 도움을 주기도 어렵다.
기존 엔씨소프트의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고 있는 MMORPG 유저는 게임이 원활하게 돌아만 간다면 그 자체로 만족하겠지만, 패키지 게이머의 성향은 제품의 가격부터 서비스까지 꼼꼼하게 따지기에 전혀 다르다. 실제 돈을 주고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이기에 무료 이용 서비스와는 다른 엄격한 기준을 지닌다.
퍼플을 통해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사업 모델을 추가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면 무엇보다 라인업 확보와 차별화 전략을 시작으로 UX 개편까지 문제 해결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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