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1998년 1세대 모델 데뷔 이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제왕’이라는 별칭을 얻은 모델이다. 5.3m가 넘는 차체 길이에 압도적 존재감을 바탕으로 ‘아메리칸 럭셔리’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진화해 왔다.
시승한 모델은 5세대에 해당하는 신형 에스컬레이드다. 캐딜락이 보유한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디자인 업그레이드로 오랜 기간 쌓아온 에스컬레이드의 명성을 이어가는 모델이다.
커다란 차체가 인상적인 에스컬레이드의 외관은 한마디로 도로 위 시선을 압도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캐딜락 차세대 모델에 대한 방향성을 담은 ‘에스칼라(Escala)’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국내에는 디자인 디테일을 달리한 ‘스포츠 플래티넘’과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두 가지 트림을 판매한다.
시승차인 스포츠 플래티넘 트림은 역동성을 강조한다. 전면 스포츠 메쉬 글로스 블랙 그릴을 비롯해 측면 트림과 몰딩, 루프랙 등 한눈에 보여지는 모든 디자인 장식을 유광 블랙을 처리해 존재감을 한껏 높였다.
캐딜락 고유의 수직형 시그니처 라이팅 엘리먼트를 적용한 전면 주간 주행등(DRL), 1m에 이르는 거대한 후면 테일 램프, 22인치 휠 등은 에스컬레이드만의 독보적인 디자인 요소다.
에스칼라 디자인 콘셉트는 에스컬레이드의 실내에도 반영됐다. 실내 곳곳을 마감한 최고급 가죽, 우드, 패브릭 소재는 수작업으로 정교하게 처리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스피커 그릴과 도어트림 시트 컨트롤러 등 다채로운 소재와 8가지 색상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차량의 품격을 높인다.
다양한 첨단 기술도 실내에 녹여냈다. 캐딜락 최초로 적용한 38인치 LG 커브드-OLED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4K급 TV보다 2배 이상 개선한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는 커브드-OLED 디스플레이는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돼 여러 기능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운전자 기준 좌측에 배치한 컨트롤 패널 터치스크린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정보와 클러스터 정보를 보여준다. 중앙 클러스터 디스플레이에서는 주행에 필요한 기본 정보와 함께 컨트롤 패널로 제어하는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운전자 기준 우측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은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무선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오디오 음질도 만족스럽다. 에스컬레이드는 캐딜락 모델 중 처음으로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마이크와 헤드폰을 제작하는 AKG의 정교하고 풍부한 사운드 기술력을 36개의 스피커를 통해 즐길 수 있다.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과 나이트비전, 운전석에서 3열까지 원활한 소통을 도와주는 컨버세이션 인핸스먼트 시스템도 편리한 기능이다. 마사지 기능을 탑재한 파워 시트, 냉장과 냉동이 가능한 콘솔 쿨러는 장거리 여행에 유용해 보인다.
에스컬레이드는 새로운 아키텍처와 섀시 기술로 더 넓고 안락한 실내 공간을 완성했다. 4세대 모델보다 길어진 휠베이스(3071㎜) 바탕으로 실내 공간이 더 넉넉해졌다. 새롭게 적용한 독립형 리어 서스펜션 덕분에 차체 높이를 낮춰 탑승도 쉬워졌다.
4세대 모델보다 200㎜ 길어진 전장(5380㎜)과 130㎜ 증가한 휠베이스, 약 40% 커진 886㎜의 3열 레그룸 등 동급 최고 수준의 공간을 제공한다. 722ℓ의 적재 공간을 기본으로 3열 폴딩 시 2065ℓ, 2열과 3열 모두 폴딩 시 3427ℓ의 적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6.2ℓ V8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10단 자동 변속기가 조화를 이뤘다.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m의 강력한 힘으로 어떤 도로에서도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4가지 드라이빙 모드를 제공하는 사륜구동 시스템은 각 휠의 구동력을 자동 제어하는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런셜(eLSD)과 결합해 안락하고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연비는 예상보다 괜찮은 편이다. 특정 주행 상황에서 8개의 실린더 중 4개의 엔진 실린더를 능동적으로 여닫는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DFM) 기술 덕분이다. 복합 연비는 6.5㎞/ℓ이며실제 시승 시 도심에서 5~6㎞/ℓ,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 9~10㎞/ℓ를 달릴 수 있었다.
승차감 향상도 4세대와 차별화 포인트다. 빠른 서스펜션 응답력을 지닌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을 장착해 커다란 차체가 출렁이지 않고 민첩하게 반응한다. 기존 모델보다 쏠림이나 진동이 현저히 줄었다.
새롭게 추가한 에어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적재 무게와 주행 상황, 승하차나 주차 시 최대 75㎜까지 높낮이를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뒷좌석 승차감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멀티링크 독립 리어 서스펜션과 함께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한다.
독보적인 디자인과 안정적 주행 성능을 지닌 에스컬레이드는 지금껏 시승한 어떤 SUV보다도 여유로운 승차감을 즐길 수 있었다. 광활한 실내 공간을 갖춰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업무용이나 의전용, 레저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성이 높아 보인다. 가격은 1억5900만원이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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