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도 중소·벤처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가 산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산업·신기술에 대한 까다로운 인증 절차, 경직된 근로·노동 규제 등은 수년째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킬러규제’ 혁파를 위한 제도·입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9일 ‘2024 중소기업이 선정한 현장규제 100선’을 발표했다. 신의료기술 평가규제 완화, 중복·유사인증 취득 간소화, 산업단지 입주 규제 해소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꼭 해결해야 하는 핵심규제’ 목록에 올랐다. 중소기업계가 유사 사안에 대해 규제 해소를 호소하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는 셈이다.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대표적인 답보 규제로 꼽힌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A사는 정상조직과 암조직을 구분하는 초소형 디지털 현미경을 개발했지만,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현장에 조기 투입하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를 신청했는데, 뇌종양 수술로 ‘활용 범위’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전성을 입증해도 매출 실현(수가 발생)을 위해서는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글로벌 의료시장을 선점할 기술을 보유한 우리 스타트업들이 경직적 규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규제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인증 제도 통합 요구도 이어졌다. 국내 법정인증은 총 257개로 일본의 17배, 유럽연합(EU)의 6배가 넘는다. 많게는 2000만원 가까이 되는 인증비용은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다. 여기에 신소재·신기술은 표준산업분류에서 공백도 발생한다.
비불소 용제를 사용한 발수가공 섬유 소재를 개발한 B사는 마땅한 표준산업분류 코드가 없어 직물제조업으로 분류됐다. 문제는 직물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무하고, 해외 바이어에게 제품을 설명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5년 주기로 개정되는 표준산업분류 제도 보완을 위해 중기중앙회는 한시적인 ‘스타트업 코드’ 부여를 건의했다. 범부처 인증관리체계 마련도 요청했다.
정부도 중소·벤처기업 입장을 반영해 규제개선에 나서고 있긴 하다. 하지만 부처 간 협업, 고시·규칙 개정 절차 등에 시간이 걸리다보니 기업 체감과 온도 차가 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세 차례 규제뽀개기 행사와 킬러규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통해, 킬러규제 150건을 선정했다. 전통주 인정 범위 확대와 이차전지 탑재 도어록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지만, 아직 규제개선이 완료되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수준 완화 등과 같이 입법이 요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기중앙회가 이번에 제시한 100개 과제 중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26건이나 됐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정부가 규제 완화 노력을 하지만, 규제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면서 “규제개혁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에서 끝까지 관심갖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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