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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 방심위 협력회의 ‘거절’…“의미 있는 답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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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위키 로고.
▲ 나무위키 로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최근 관계자 협력회의를 요청했지만 나무위키 측이 “사용자 참여로 운영되는 플랫폼”이라며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을 통해 입수한 방심위 공문 내역에 따르면 방심위는 지난달 22일 나무위키 측에 “사생활 침해 및 명예훼손 음란 등 불법 유해 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협력회의를 개최하고자 한다”며 “참석 여부 및 참석 가능 일시, 참석자명과 연락처를 회신하길 바란다”는 공문을 보냈다.

여러 이용자들이 각자의 정보를 집단지성으로 공유·편집해 제공하는 ‘위키’ 방식의 사이트에 심의·규제 기구인 방심위가 회의 소집을 요청하는 건 이례적이다. 앞서 연합뉴스는 지난달 18일 「방심위, ‘사생활 침해 정보’ 쏟아지는 나무위키 손본다」 기사에서 “방심위가 일반인에 가까운 개인에 대해서까지 사생활 침해 정보를 담아 논란이 지속 중인 ‘나무위키’에 대해 제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16일 미디어오늘에 “우선 ‘사생활 침해 정보’ 등의 이유로 (협력회의를) 요청했으나 그 이후 다양한 주제의 문제가 제기된 만큼 나무위키 측과 논의가 진행되면 다방면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무위키 측은 방심위 요청에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나무위키 관계자는 지난 13일 미디어오늘에 “나무위키는 사용자 참여로 운영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저희가 회의에 참석하더라도 의미 있는 답변을 드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을 드렸다”며 “(방심위에서) 궁금한 부분은 나무위키 규정에 명시된 사항이었으며, 그 목적에 맞춰 회의가 필요한 이유도 규정에 모두 나와있었다”고 밝혔다.

나무위키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한 구체적인 페이지를 확인하기 위해 요청을 드렸지만 한 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내부 규정 등에 따라 이미 처리된 사안이었다”며 “나머지 한 건은 특정 범죄 건과 관련해 신상 정보가 게시된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해당 인물이 특정 분야에서는 약간의 인지도가 있었던 탓에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이미 관련 내용이 퍼진 상태이긴 했다. 다만 그 취지 자체는 충분히 이해했기에, 규정 개정을 사용자들과 논의해보겠다는 답변을 오늘(13일) 전달드린 상태”라고 했다.

방심위 측 설명에 따르면 불법 성매매 영상을 무더기로 올려 구속된 ‘검은 부엉이’ 등에 대한 설명이 나무위키에 등재된 것 등이 소통 과정에서 언급됐다. 나무위키 ‘검은부엉이’ 페이지엔 “카메라 관련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렌즈 개발업체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 있다. 해당 내용은 현재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알려진 사실이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나무위키 정보의 ‘불확실성’은 이전부터 논란이 돼왔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잘못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질 수 있다는 우려와 각종 차별·혐오 표현에 적절한 제재가 없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방심위도 나무위키에 게시물 삭제 혹은 통신사(ISP, 인터넷서비스사업자)에 URL 차단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방심위는 그간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나무위키에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월 출범한 6기 방심위 들어 분위기가 바뀐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방심위가 나무위키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나무위키 개인정보 관련 지침 개정이 완료되기도 했다. 방심위는 최근 나무위키 커뮤니티 ‘아카라이브’에 대한 음란물 삭제 요청도 나무위키가 이례적으로 즉각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방심위, 나무위키까지 제재? 검열 논란 불가피]

[관련 기사 : 방심위 경고 5일 만에 나무위키 규칙 개정… 일부는 ‘외압’ 우려]

방심위 내부에선 방심위원들의 통신심의 업무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나무위키 등 온라인 콘텐츠는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가 맡는데 방심위가 현재 윤석열 대통령 추천 몫 3인(류희림·강경필·김정수)으로만 구성돼있어, 이들 3인이 모두 통신소위에서 통신심의를 담당하고 있다. 류희림 위원장은 기자, 강경필 위원은 검사, 김정수 위원은 PD 출신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는 지난달 21일 「지각에 반말, 절차 무시… 안하무인 통신심의소위원회를 규탄한다」 성명을 내고 “세 명 모두 통신심의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며 “인터넷 정보의 불법성을 심의하는 기구에서 범죄자 처벌을 운운하고, 사업자들을 겁박하는 행태 역시 부끄러움을 모르고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을 위해 불법정보를 신속히 처리하고자 사무처 직원들이 고되게 노력하고 있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위원들의 몰이해와 무례함으로 인한 모멸감뿐”이라고 했다.

미디어오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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