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가 어떤 분야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얼마나 투자하는가는 전혀 알리지 않았다. 발표문에 따르면 잠재 협력 분야는 승용·상용차, 내연기관차, 친환경 에너지, 전기·수소 기술 등에 공동 개발과 생산 그리고 배터리 원자재, 철강과 기타 소재의 통합 소싱 방안 등으로 광범위하다.
협업 목적은 비교적 명확하다. 서로간 강·약점을 보완해 투자 비용 분담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양사 수장의 발언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제품 개발을 더욱 효율적이고 빠르게 하겠다(메리 바라 GM 회장).” “효율성을 향상시켜 고객가치를 제고하겠다(정의선닫기정의선광고보고 기사보기 현대차 회장).”
가장 긴밀한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전기차다. 현대차와 GM은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전통 완성차 가운데 손에 꼽을 정도로 전기차 투자를 활발히 하는 업체다. 다만 쏟아넣은 투자 비용 대비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오히려 전기차를 앞세워 신흥 강자로 떠오른 미국 테슬라, 중국 BYD 등에 밀리는 형국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판매된 전기차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테슬라(19.1%)가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9.4%)은 독일 폭스바겐그룹(12.3%)에 이은 3위다. 3.8%를 차지한 BYD는 10위로 2023년 같은 기간(1.5%)보다 2배 이상 확대했다. 중국을 포함하면 BYD(21.6%)가 1위, 테슬라(11.2%)는 2위다. 현대차그룹(3.7%)은 7위로 밀린다.
GM은 10위권 안에 없다. 캘리블루북에 따르면 GM은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에서도 포드에 밀려 3위에서 4위로 내려갔다. GM은 지난달 전기차 판매 부진을 이유로 미국 본사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서비스 인력 1000여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GM이 ‘전기차 동맹’을 맺는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협업이 이뤄질까. 투자 비용 절감 측면에서 본다면 플랫폼을 활용한 협업일 가능성이 있다. 당초 GM은 일본 혼다와 전기차 플랫폼 동맹을 맺었다. 혼다가 GM이 가진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을 활용해 만든 전기차를 2027년경 선보인다는 계획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돌연 중단됐다. GM·혼다 전기차 동맹이 깨진 이후 이번 현대차·GM의 포괄적 협업 발표가 나온 것이다.
하이브리드차(HEV·PHEV) 분야에서도 협업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GM은 2019년을 끝으로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다가 올해 1윌 메리 바라 GM 회장은 “2027년 PHEV를 출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관련 차량 개발과 설비 구축을 위해 한국공장에 6900억원을 투자한다는 논의가 진행되다가 지난 3월 갑자기 전면 취소됐다. 비용 부담이 이유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일본 토요타 다음 가는 하이브리드 업체로 꼽힌다. 최근에는 내연기관 엔진으로 충전하고 전기모터·배터리로 구동하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EREV’ 개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기아 재무담당자들은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전기차는 아직 돈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수익률이 하이브리드는 12~13%인 것에 반해 전기차는 1~3%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차량 개발과 관련해 다른 자동차 기업과 협업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독자기술과 수직계열화를 강조했다. 지난 2000년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엔진 기술제휴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사업화에는 실패했다. 그런 현대차가 경쟁사와 협업에 나선 배경은 “체질개선 없이 미래차 시대에 생존할 수 없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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