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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장애 도입 놓고 “치료 기준 마련 vs 낙인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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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놓고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찬성 측은 게임이용장애를 진단하고 문제 발생시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학문·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게임 이용이 중독,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인과 관계나 관련 연구 등 근거가 부족한데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2일 여의도 전경련FKI타워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를 개최했다. /송가영 기자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2일 여의도 전경련FKI타워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를 개최했다. /송가영 기자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2일 여의도 전경련FKI타워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도입 여부를 놓고 관계부처와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와 정신건강의학계는 찬성, 문화체육관광부와 사회학계, 일부 의학계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보건복지부는 게임 문화 활성화와 국민 건강 증진을 함께 강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도입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건강의학계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은 게임으로 인해 일반적인 생활이 이뤄지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한 경우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된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은 일반적인 상품이 아니다”라며 “산업적, 문화적 가치에서 게임은 다른 산업을 능가하지만 중독의 위험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으로 게임 중독에 대한 진단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 공중보건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병들지 않고 게임을 하고 병에 걸렸다면 어떻게 도울지를 논의해야 한다”며 “행복과 안전, 건강 등을 위해 사회가 큰 담론으로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규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하는 행동과 시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게임을 하는 행동, 시간 등이 과도해지고 문제가 되는 경우를 우리는 ‘게이밍 디스오더’라고 한다”며 “이를 적절히 치료할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 이용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경우 어떤 의학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할 때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청회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찬성측인 이상규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송가영 기자
이날 공청회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찬성측인 이상규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송가영 기자

반대 측은 게임 이용자를 잠재적 환자로 바라보는 ‘낙인효과’를 우려했다. 낙인효과란 상대방에게 부정적으로 낙인 찍힌 당사자가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현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게임 이용자를 잠재적인 질환자로 보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게임 산업이 종합 예술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고 국내 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만큼 사회적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 역시 “우리나라 사회에 낙인효과는 반드시 존재하고 그렇기에 신중해야 한다”며 “게임을 현재 도박장애와 똑같이 분류하고 있다. 행동 중독 양상이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게임이 나쁘다는 느낌을 안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게임은 비용, 시간 등의 측면에서 현실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라며 “이를 병리로 보고 몰아가는 것은 신중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게임이 병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인지 등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시 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 어떤 변화가 발생할지의 검토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등재했다고 무조건 도입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연구, 논의, 합의과정 등을 거쳐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도적,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란 WHO가 2019년 발표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 게임 중독을 게임 이용 장애로 규정하고 정식 질병코드를 부여한 것이다. 질병코드가 부여되면 각 국 보건당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해야 하고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통계청이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을 기준으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개정한다. 이에 따라 통계청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검토 및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여부는 WHO의 등재 이후 지속 논란이 됐던 만큼 현재 국무조정실 주도하에 민관협의체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통계청도 찬반 입장을 청취해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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