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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워크플레이스 시대, 항해 여정 돕는 ‘코파일럿’ 역할은 [테크리포트]

IT조선 조회수  

오늘날 모두가 ‘인공지능(AI)이 세상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제 AI 기술이 지구를 정복하는 SF 소설 같은 이야기의 시작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AI 기술이 내놓을 변화에 대한 기대치도 한껏 높아졌고, 이런 기대 덕분에 많은 기업과 조직, 국가에 이르기까지 ‘안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AI에 대한 연구와 전략적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AI로 인한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대규모의 투자에도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AI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현재의 기술 구조에서 전력 소비량 문제는 AI 기술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큰 기대가 모인 AI 기술이지만 기술의 가능성이 우리의 현실과 제대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AI가 사람을 도우면서 현실에서 존재의 의미를 가지려면 어디선가는 ‘현실’과 만나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11일 개최한 ‘AI 트랜스포메이션 위크’의 2일차 행사에서는 기업의 AI 기술 도입에 있어 주목할 만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이 중 국내 대형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의 사례에서는 현실적인 AI 기술의 도입과 활용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점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 사례에서도 결국 도구를 쓰는 것은 ‘사람’이고 기존 사용자들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수 있을지가 중요한 문제로 보여진다.

김도균 크래프톤 AI전략팀 매니저 / 권용만 기자
김도균 크래프톤 AI전략팀 매니저 / 권용만 기자

AI 기술, ‘모델’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 가장 큰 화두인 ‘생성형 AI’의 현대적 시발점은 오픈AI의 ‘챗GPT’ 등장이 계기로 꼽힌다. 이후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했으며 모두의 관심이 이 ‘모델’의 성능에 집중되기도 했다. 물론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처리 성능과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만큼 모델의 성능에 대한 관심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모델은 우리의 기존 일상에는 없던 존재이고 새로운 AI 기술을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낼지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AI 시대의 기술 접근법은 흔히 ‘기존 기술을 대체해 혁신할 AI 기술’과 ‘기존 기술을 도와 더 강력하게 만들 AI 기술’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접근법은 상황에 따라 모두 정답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면 우리의 일상 업무에서 AI 기술의 존재감이 보이는지, 보이지 않는지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이 때, AI 기술의 존재감이 뚜렷하면 우리는 변화의 계기를 느끼게 되지만 낯설고, AI 기술이 기존 기술에 잘 녹아들면 친숙하지만 혁신적인 변화는 잘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용자에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생소함’ 정도지만 IT 환경 구축에서는 이질적인 새로운 환경과의 ‘연동’이라는 큰 과제가 생긴다. 물론 사용자에게도 ‘생소함’ 이상의 변화가 생긴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익숙한 환경 대신 새로운 앱과 환경을 사용하고 작업 과정을 새로 배워야 한다는 점은 꽤 수고스러운 일이 분명하다. IT 환경 구축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기존 환경과 연결하기 위해 복잡한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소개된 KT와 LG 유플러스의 사례 또한 이런 난관을 상당히 경험한 바 있다.

AI 기술 도입에서는 모델과 비즈니스 사이의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 권용만 기자
AI 기술 도입에서는 모델과 비즈니스 사이의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 권용만 기자

크래프톤의 입장에서 ‘코파일럿’을 도입한 것은 당연하며 가장 합리적인 선택임이 분명하다. 일단 크래프톤은 코파일럿 도입 결정 이전에 코파일럿의 기반이 될 ‘마이크로소프트 365’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용 코파일럿 서비스를 마이크로소프트 365 서비스의 추가 유료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오피스’ 스위트가 포함된 ‘마이크로소프트 365’ 서비스는 전 세계 기업에서 디지털 업무 환경의 절대적 ‘표준’으로 쓰이고 있다.

덕분에 크래프톤은 코파일럿 도입을 서비스 인프라나 애플리케이션 변경 등을 따로 작업할 필요 없이 구독 플랜 변경 만으로 끝낼 수 있었다. 김도균 크래프톤 AI전략팀 매니저는 이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AI 기술의 도입은 인프라 구성부터 해야 해서 도입의 부담이 크고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사용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많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365’에 코파일럿 도입은 이미 쓰고 있는 제품에서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생각해 봐야 할 다른 점들도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분은 ‘벤더 종속성’ 측면이다. 사실 이는 현실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365’가 전 세계의 업무 환경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코파일럿이 사용하는 모델에 대한 경쟁력 측면도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으로 최신 GPT 모델을 코파일럿에 빠르게 적용하는 모습이다.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둬야 하는 상황에 대한 규제 준수도 좀 더 깊이 파고들면 해결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크래프톤의 도입 사례에서는 제법 긍정적인 결과들이 확인된다. / 권용만 기자
크래프톤의 도입 사례에서는 제법 긍정적인 결과들이 확인된다. / 권용만 기자

매력적인 기능이 사용자를 끌어들인다

막상 새로운 기능이 도입됐더라도 새로운 기능을 찾고 확인하기 번거로워 잘 쓰지 않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상황으로 빠지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기능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매력적인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할 수도 있지만 도입하는 기업 내부적으로 기술을 먼저 다루는 ‘선발대’가 내부 업무 환경에 맞는 사용 사례를 찾아 내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피스 스위트에 통합된 ‘코파일럿’에서 제시하는 대표적인 효과적 사용 사례로는 워드나 아웃룩에서 문서의 초안을 자동 생성하거나 긴 문서를 요약하고 화상회의 후 번거로운 회의록 요약을 AI가 처리하는 등이 있다. 코파일럿은 이미 오피스 스위트 안에 긴밀하게 통합돼 있어 이러한 작업들을 하면서 사용자나 데이터가 앱 외부로 움직이거나 하는 상황을 줄여 번거로움을 최소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크래프톤 역시 ‘코파일럿’을 잘 활용해 수없이 쌓인 메일들 중 필요한 내용을 정리하고 복잡한 엑셀 데이터를 깔끔하게 정형화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었다. 특히 크래프톤은 코파일럿을 도입, 활용하면서 내부적으로 가장 유용했던 활용 사례로 ‘실시간 번역’을 꼽았다. 

김도균 매니저는 “스튜디오 절반이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시차와 언어의 장벽에 어려움이 있다. 사내 통번역 팀이 있지만 사소한 일에 지원을 요청하기는 애매한데 이런 경우의 고민을 코파일럿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안하는 코파일럿을 통한 비즈니스 가치 발전 방향 / 권용만 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안하는 코파일럿을 통한 비즈니스 가치 발전 방향 / 권용만 기자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에서 사람의 업무를 돕는 ‘코파일럿’의 발전 방향으로 ‘에이전트’로의 진화를 제시한다. 지금의 코파일럿은 ‘개인 비서’지만 앞으로는 팀의 일원으로 사람과 함께 협업에 참여하고 프로젝트 관리 등의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을 통해 코파일럿은 개인의 PC 안에 있는 ‘창’을 넘어 디지털 업무 환경 안에서는 업무의 맥락을 이해하고 특정 역할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팀의 ‘일원’으로까지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코파일럿의 확장 전략은 ‘애저’와 ‘윈도’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두 핵심 ‘플랫폼’이 뒷받침한다. ‘코파일럿’이 오피스 앱을 넘어 업무 환경 전반에서 에이전트 형태로 사용자를 지원하려면 PC의 운영체제 수준까지 확장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이미 최신 윈도11 환경에는 코파일럿이 일정 부분 통합돼 있다. 그리고 ‘윈도11 24H2’ 버전과 ‘코파일럿+ PC’에서는 코파일럿의 역량 수준이 한층 더 높아졌다.

PC를 넘어 디지털 업무 환경 전반에 걸친 영역은 ‘클라우드’의 몫이다. 이 때 코파일럿 등의 AI 모델과 기능을 서비스 형태로 쓰면 범용적인 모델에 기업 데이터를 적용하는 구성이 되고, 자연스레 ‘보안’이 화두가 된다. 이 부분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 365’ 서비스로 충분히 보안에 대한 신뢰성을 증명해 온 바 있다. 하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규제 준수 측면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이 개인 비서를 넘어 팀의 일원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기술 도입 초반부터 전반적인 ‘플랫폼’ 구성에서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를 ‘땜질’ 식으로 붙여 해결했던 과거의 행동들이 지금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에,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AI 시대를 위한 업무 환경의 구축에서 기존 환경에 AI 기술을 붙이는 것을 넘어 좀 더 근본적인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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