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손차 판매한 중고차 딜러
무사고라는 설명에 속았다
환불 요구하자 모르쇠 시전
‘눈 뜨고 코 베인다’라는 말이 정설로 통할 정도로 악명 높은 중고차 시장. 중고차 딜러들은 자신이 판매하려는 매물의 하자와 이력을 파악하고 있지만 이를 정직하게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의심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손해를 보게 될 확률이 높다.
비교적 정직하게 장사하는 이들도 있지만 문제 될 수 있는 이력을 교묘히 속이고 판매하는 악덕 딜러도 존재한다. 특히 자동차 관련 지식이 많지 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악행을 벌이는 경우는 잊을 만하면 전해진다. 최근에는 전손 이력이 있는 차량을 사기에 가까운 수법으로 판매한 사례가 알려져 공분을 산다.
문제의 제네시스 G80 중고차
전손에 보험 이력만 9회라고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전손차 사기당한 저희 엄마 한 번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모친 B씨가 무사고 매물로 안내받은 차량을 구매했으나 알고 보니 전손 차량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지난 4일 강원도 춘천시 소재의 한 중고차 매매 상사에서 2018년형 제네시스 G80를 구매했다.
이후 차 사진을 전달받은 A씨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카히스토리에서 해당 차량의 이력을 살펴봤다. 그 결과 해당 차량은 올해 3월 말 전손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손이란 차량 파손의 정도가 커 수리할 수 없거나 최종 수리비가 차량의 보험 가액을 넘어선 상태를 의미한다. 심지어 그간의 사고 이력은 총 9회로, 상대차 피해 포함 4,900만 원에 육박하는 수리비가 누적돼 있었다.
“단순 교환만 했으니 무사고”
계약서 쓸 땐 전손 언급 없었다
A씨는 해당 매매 상사를 방문해 “전손 이력이 있는데 어떻게 무사고냐”며 항의했다. 이에 해당 딜러는 “뼈대나 엔진 부분 이상이 없고 겉(외판)에만 사고가 나서 단순 교환한 것뿐“이라며 “단순 교환은 무사고로 쳐주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A씨가 “어떻게 교환, 탈착, 판금, 도장 등 (수리 부위가) 102건이 나오냐”고 묻자 딜러는 “보험사에서 돈 더 받으려고 부풀리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가 차량을 구매할 당시 해당 딜러는 계약서에 ‘무사고(전손 이력)’이라고 쓴 후 무사고라는 설명만 하며 전손 이력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납득할 수 없었던 A씨는 환불을 요구했으나 해당 딜러는 “이미 명의 이전 등록을 했기 때문에 어렵다“며 환불을 거절했다.
환불 기간 만료 노리기도
경찰은 “민사 소송 걸어라”
딜러는 환불 대신 “원하는 것을 맞춤으로 찾아놓을 테니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약관상 중고차 하자나 단순 변심 등의 이유로 계약 취소를 원한다면 구매 후 7일 이내로 해지해야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전액 환불 가능한 기간이 지나길 기다리려는 의도라는 것을 눈치챈 A씨는 실랑이 끝에 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경찰은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고 민사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안내했다고 한다.
A씨는 “아무리 중고차여도 차는 안전과 직결돼 있는데 이렇게 속이고 판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기 부모님이나 자식이 타고 다닌다 하면 저런 차를 줄까 싶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일 커지기 전에 환불해 줘라”. “이래서 중고차 살 땐 차를 잘 아는 사람이랑 같이 가야 한다”. “서류상으로는 고지됐는데 구두 설명만 쏙 빼먹었네“. “어떻게 해야 사고가 저렇게 많이 나냐” 등의 반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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