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정 의혹을 받고 있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첫 재판이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소재 서울남부지방법원 청사에서 열렸다. 대규모 자본이 동원된 시세조종 혐의 사건인 만큼 김 위원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나, 카카오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조직 정비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재판은 2400억원 규모의 시세 조종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방대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 수개월 동안 1심 공판이 수차례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증인 신문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카카오가 2400억원을 동원해 553회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매수하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이브 측 관계자 및 당시 인수 과정에 참여한 증인들을 소환해 김 위원장의 개입 여부를 입증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측은 “합법적인 장내 매수였으며, 불법적인 시세조종이 아니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과장됐고, 김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만약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김 위원장 측은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 항소심에서는 새로운 증거나 법적 쟁점에 대한 추가 심리가 이뤄질 수 있으며, 이 과정도 수개월 이상 소요된다. 특히 대법원까지 갈 경우 3심까지의 전 과정은 최소 3년에서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이 장기화할수 카카오의 경영 전략에 큰 부담이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경쟁력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발굴하고, AI 거품론을 넘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카카오는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김 위원장의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1년 3개월 동안 23개의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한 카카오는 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핵심 서비스를 재편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별도의 생성형 AI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톡에 AI 기술을 접목한 것이 아닌,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될 예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관계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카카오의 강점이 AI와 결합되도록 구현될 계획”이라면서 “B2C(소비자간거래) AI 서비스를 시작으로 AI를 통한 적극적인 혁신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면서, 카카오의 새로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재판이 카카오에 불리하게 진행될 경우 김 위원장의 공백으로 인한 내부적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도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당시 대규모 투자가 위축되고 주요 결정이 늦었던 것처럼, 카카오 역시 유사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 구조는 이사회가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운영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없는 상황에서는 카카오의 성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삼성이나 SK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옥중 경영’이라는 행위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은 사실상 멈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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