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육성한 과일 신품종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육성 사과 품종의 보급률이 지난해 22.4%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17% 대비 5.4%P 증가한 수치다.
사과는 과거 도입종인 ‘후지’나 ‘쓰가루’가 주로 유통됐다. 두 품종 모두 추석 기간이 숙기가 아니다 보니 소비자가 최상의 맛을 느끼기 어려웠다.
이에 농진청은 추석이 있는 9~10월이 최적 숙기인 사과 품종을 개발, 보급에 나섰다. 1988년 국내 육성 1호 사과 ‘홍로’를 개발한 데 이어 2010년 ‘아리수’가 탄생했다. 2020년부터는 ‘이지플’과 ‘아리원’, ‘감로’ 등도 개발해 지난해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아리수는 숙기가 9월 상순으로 맛이 좋고 탄저병에 약한 홍로를 대체하는 기후변화 대응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급 10년여 만에 재배 면적이 여의도 면적(290ha)의 3배가 넘는 970ha까지 늘어나며 홍로(5474ha)를 뒤쫓고 있다.
배, 포도 등도 상황이 비슷하다. 배는 과거 도입종인 ‘장십랑’, ‘신고’ 위주로 유통됐다. 여전히 신고 품종의 점유율은 높지만 최근 국내 육성 배의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 국내 육성종인 ‘원황’의 재배 면적은 지난해 기준 421ha다. 여기에 우리 배 ‘신화’ 역시 수도권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 면적이 늘어나 183ha까지 규모가 확대됐다. 국내 육성배 보급률은 지난해 기준 14.9%까지 치고 올라왔다.
포도는 추석 시장에서 ‘캠벨얼리’와 ‘거봉’ 등 일부 품목만 유통됐지만 독특한 향과 식감, 색을 지닌 다수 국내 육성 품종의 점유율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콤달콤하고 은은한 머스켓 향이 나는 ‘홍주씨들리스’는 상주와 김천 등 포도 주산지를 중심으로 재배 면적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솜사탕 향에 독특한 포도알 색이 특징인 ‘슈팅스타’도 농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농진청은 국내 육성 품종의 경쟁력이 높지만 생산면적·유통망을 늘리는 시간을 줄여야 보급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산지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유통 업체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동혁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장은 “하나의 품종이 만들어지는 데 15년 이상 걸리고 해당 품종이 시장에 정착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지역 특화 품종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쪽으로 내부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과학원장은 “올해는 사과를 중심으로 생산과 물가 안정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컸다”며 “과일의 가격 변동 폭을 줄이고 생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다양한 품종이 유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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