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싸움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며 기나긴 싸움이 종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너 일가 다툼이 최고조에 달할 때마다 ‘백기사(우호 주주)’로 이따금 나타나던 신 회장이 전면 등장을 선언하면서 갈등의 향방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지도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한미 오너 일가 송영숙·임주현 모녀 간의 주식 매매계약이 마무리됐다. 이로써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투자 14년 만에 개인주주로는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후 신 회장을 비롯한 송영숙, 임주현 등 최대주주 3인 연합은 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 허가를 신청하는 등 주총 강행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지난 7월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의 지분 6.5%(444만4187주)를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주식 거래 단가는 3만7000원이며 거래 금액은 총 1644억원이다.
이로써 신 회장과 한양정밀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각각 약 14.97%, 약 3.95%씩 갖게 됐다. 신 회장의 지분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12.46%),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9.15%), 임주현 부회장(9.70%), 송영숙 회장(6.16%) 등 오너 일가보다 월등히 앞서게 된 것이다.
특히 임종윤 이사 등 창업주 가족 지분 상당 부분이 상속세 납부와 투자 자금 마련 등의 이유로 주식담보 대출에 묶여있어 사실상 신 회장의 지분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김포 통진고 후배로 30년 전 ‘의형제’를 맺은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과거 회사가 동신제약을 인수할 때 임 회장 요청으로 동신제약 지분을 매집해 넘겨준 것을 계기로 보유 지분을 확대하면서부터 오너 일가를 제외한 개인 최대 주주로 활동해 왔다.
이후 임성기 회장 타계와 올해 한미 모녀·형제 간의 갈등 속 조용히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오던 신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권 행사를 위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신 회장으로 구성된 3인 연합은 7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을 청구했지만 현(現) 한미사이언스는 이사 후보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집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이에 3인 연합은 3인은 기존 10명 이내로 정하고 있는 이사회 구성원 수를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의 건과, 이에 따른 이사 2인 추가 선임에 대한 의안을 명시했다.
3인 연합이 추가 선임을 요청한 이사 2인은 신동국 회장(기타비상무이사)과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사내이사)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정관상 이사회 정원은 최대 10명이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3명 이상 10명 이내로 하고 사외이사는 이사총수의 4분의 1이상으로 한다’고 명시됐다.
올해 초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는 송영숙 회장과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 등 4명으로 구성됐다. 한미사이언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이사회 구성원이 9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만약 임시 주주총회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이 확대돼 모녀 측 추천 이사 2명이 선임되면 이사회 구성원은 모녀 측 6명과 형제 측 5명으로 재편된다. 즉 모녀 측이 형제 측으로부터 이사회 지배권을 되찾게 된다.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을 마무리하는 즉시 한미약품은 박재현 대표가 맡고 한미사이언스도 전문경영인을 두는 형태로 구조를 개편할 방침이다. 송영숙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주장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완성하겠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또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를 최소화시킴으로써 올해와 같은 분쟁 요소를 없애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3인 연합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은 “향후 개최될 임시주총을 통해 최대주주 3인은 한미약품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구축되는 계기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한미사이언스 주주가치 제고를 갈망하는 많은 소액 주주분들의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룹 1인자로 등극한 신 회장이 사실상 형제 측의 경영권을 뺏어 전문경영인을 세우는 방식을 통해 올해 안에 분쟁을 정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산 FDA 항암신약이 탄생하는 등 제약 산업이 축제 분위기여야 하지만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으로 다소 가라앉아 있다”며 “산업 전반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국내 최대 제약기업 중 하나인 한미약품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져 한국 제약 산업의 성장 행보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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